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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공화정으로 보는 대한민국: 松山] ⑤민주주의에서 말하는 평등이란 무엇인가?
  • 松山 작가
  • 등록 2026-07-31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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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이소노미아(Isonomia)는 법 앞의 평등을 뜻한다. 정의의 저울에서 평범한 시민과 전사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민주주의를 말할 때 자유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치가 평등이다. 그러나 평등만큼 오해받는 개념도 드물다. 

어떤 사람은 민주주의의 평등을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또 어떤 사람은 능력과 노력의 차이까지 없애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민주주의가 말하는 평등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제도인가, 아니면 권리의 평등을 추구하는 제도인가?

고대 그리스에서 평등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였다. 그러나 그들이 말한 평등은 오늘날 흔히 말하는 경제적 평등과는 달랐다. 기원전 5세기 헤로도토스는 ‘역사’ 제3권에서 페르시아 귀족 오타네스의 입을 빌려 민주정을 설명한다. 

그는 민주정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은 이소노미아(isonomia), 곧 ‘법 앞의 평등’이라고 하였다. 또한 공직은 추첨으로 선출하고, 권력자는 책임을 지며, 모든 중요한 일은 시민 공동체의 토론을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민주주의에서 평등이란 먼저 모든 시민이 법 아래에서 같은 지위를 가진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페리클레스 시대에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장송연설’에서 페리클레스는 “우리의 정치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를 위한 것이므로 민주정이라 부른다”고 말한다. 

이어 “법은 사적인 분쟁에서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정의를 보장하며, 공직은 신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맡겨지고, 가난 때문에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잃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 앞에서는 누구나 동등하며 공직은 혈통이나 재산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원칙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정치학’에서 민주주의의 평등을 설명하였다. 그는 민주주의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그 자유에서 평등이 나온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평등을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몫을 갖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더 많은 정치적 권리를 가져서도 안 되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져서도 안 되며, 시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즉 평등은 사람의 재산이나 출신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자격에서 출발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테네 민주주의가 정치적 평등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민회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각각 한 표를 행사하였다. 배심원 역시 시민 가운데 선출되었고, 많은 공직은 추첨으로 결정되었다. 추첨은 능력을 무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귀족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아테네인들은 권력이 특정 가문에 집중될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테네의 평등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평등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시민권을 가진 성인 남성만 평등의 대상이었다. 여성은 민회에 참석할 수 없었고, 노예는 정치적 권리를 갖지 못했으며, 외국인 거주자도 시민권이 없으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당시 아테네 인구 가운데 실제 시민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였다. 민주주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평등을 실현했지만, 인간 전체의 평등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다수결이었다. 민주주의에서는 시민이 평등한 한 표를 가지지만, 결정은 다수결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 소수 의견이 무시되거나 정치적 보복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존재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가 법에 따라 운영될 때는 안정되지만, 법보다 군중의 즉흥적 결정을 앞세우면 선동가가 등장하여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는 법이 지배하는 민주주의와 군중이 지배하는 민주주의를 구별하였다.

근대 민주주의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였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이어 1789년 프랑스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제1조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나며 살아간다”고 규정하였다. 사회적 차별은 공동선을 위한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평등의 대상이 시민에서 인간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평등은 크게 세 가지로 이해된다. 첫째는 법 앞의 평등이다. 신분과 재산, 출신과 성별에 따라 법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둘째는 정치적 평등이다. 모든 국민은 한 표를 가지며 공직에 도전할 권리를 가진다. 셋째는 기회의 평등이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반면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의 재산과 소득, 능력과 결과를 똑같이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는 않는다. 능력과 노력의 차이는 인정하되, 그 출발선에서 부당한 차별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평등 개념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이러한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며, 성별·종교·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평등은 모든 사람이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국가가 누구에게도 특권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법은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존재한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사람의 재산을 같게 만드는 제도가 아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같은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시민을 법 앞에서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며, 신분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드는 원리이다. 

자유가 민주주의의 한 축이라면 평등은 다른 한 축이다. 그러나 자유 없는 평등은 획일화로 흐를 수 있고, 평등 없는 자유는 특권으로 변질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두 가치를 함께 지키려는 정치 제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평등한 시민들이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다수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정은 언제나 정당한가?


◆ 松山(송산) 정광제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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