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593.56으로 마감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사흘 동안 17% 하락한 뒤 다음 날 17.91% 급반등하며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시장이 남긴 판단 프레임은 ‘실적을 압도한 시장 구조’다.
지난주 Money Insight는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한국 성장주의 적정 주가수익비율(PER)을 얼마나 낮추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높아진 할인율을 이겨낼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번 주 답은 예상보다 극단적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합계 약 15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주간으로 약 1.4% 하락했고 7월 한 달 동안에는 약 22% 떨어졌다. 사상 최대급 기업이익이 지수의 급락을 막지 못했다.
반도체 실적이 나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에서 일부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가 맞물렸다. 작은 실망이 강제청산과 프로그램 매매를 거치며 지수 전체의 충격으로 확대됐다.
한국 시장의 첫 번째 증폭 장치는 반도체 집중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 두 종목의 등락이 코스피 전체의 방향을 좌우한다. 미국 AI 기업의 투자계획이나 메모리 수급 전망이 한국에서는 특정 산업을 넘어 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전달된다.
두 번째는 외국인 수급이다.
외국인은 7월 한 달 동안 한국 주식을 약 18조5000억원 순매도했지만 31일 하루에는 7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기업의 장기 이익보다 외국인의 단기 포지션 변화가 지수의 방향을 결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 번째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한다. 주가가 급락하면 운용 과정에서 추가 매도가 발생할 수 있고, 주가 하락이 상품 매도를 부르고 상품 매도가 다시 주가를 낮추는 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과 광고를 중단하고 개인 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8월 시행 예정이던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는 7월31일로 앞당겨졌다. 이어 정부는 개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규모를 전체 금융투자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규제의 발표 시점과 실제 시행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같은 주 미국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약 1.0%, 1.6%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실적이 AI 투자회수 가능성을 확인시키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한국에서는 같은 신호가 반도체 집중도와 외국인 수급, 레버리지 청산을 통과하며 훨씬 큰 진폭으로 확대됐다.
미국 AI 산업의 뉴스가 한국에서는 방향 신호에 그치지 않고 변동성의 배율을 높인 것이다. 미국 기술주가 하락하면 한국 반도체주가 더 크게 떨어졌고, 미국 기술주가 반등하자 숏커버링과 개인의 대규모 매도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하루 17.91% 올랐다.
한국 증시는 미국 AI 성장주의 거울이 아니었다. 같은 장면을 더 크게 보여주는 ‘레버리지된 확대경’이었다.
8월1일 발표된 수출은 이번 급락을 AI 산업의 펀더멘털 붕괴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을 제공한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79%, 컴퓨터 수출은 404% 증가했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한국 기업의 매출과 수출로 연결되는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강한 수출과 기업이익이 과도한 기대와 레버리지를 자동으로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의 성장과 주식시장의 가격 형성 사이에 외국인 수급과 파생·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증폭 장치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체크포인트 결과
브렌트유 100달러 안착: 실패
브렌트유는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중동 공급 차질과 호르무즈해협 위험은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10년물 4.75% 위험선: 도달
미국 10년물은 장중 4.747%까지 상승했다. 성장주의 할인율 부담이 이번 주에도 시장을 압박했다.
FOMC의 추가 긴축 신호: 확인
금리는 동결됐지만 위원 3명이 인상을 요구했다. 추가 긴축 위험이 소멸하지 않았다.
반도체 실적의 할인율 방어: 주간 기준 실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합계 약 15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주간 하락했다.
외국인의 한국 반도체 복귀: 하루 기준 확인
31일 대규모 순매수가 나타났지만 7월 누적 순매도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다음 주 체크포인트
8월4일 발표되는 한국의 7월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와 원화 가치 변화가 국내 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8월7일 미국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미국 장기금리와 한국 성장주의 할인율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급격히 약해지면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 강화와 투자한도 규제가 실제 거래량과 강제청산을 줄이는지도 중요하다. 규제 발표만으로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매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밖의 업종으로 확산되는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변동성이 동시에 안정되는지도 바닥 확인의 기준이다.
과도하게 단정하면 안 되는 점
7월 급락을 AI 거품 붕괴의 확정적인 증거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과 기업이익,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31일의 사상 최대 반등을 바닥 확인의 증거로 쓰는 것도 성급하다. 주간 지수는 하락했고 외국인의 월간 누적 매도와 개인의 레버리지 손실도 해소되지 않았다.
한국 반도체의 이익은 사상 최대였지만 레버리지와 외국인 수급이 그 이익을 주가로 연결하는 시장의 통로를 흔들었다.
※ 이 기사는 공개된 시장자료를 바탕으로 금융시장과 산업구조를 분석한 것으로 특정 금융상품이나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