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18일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
이는 단순한 일정 변경이 아니라, 한국의 플랫폼법(플랫폼 경쟁 촉진법) 입법 움직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한 불신과 항의가 외교·통상 협의 중단이라는 실질적 조치로 표출된 사건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하반기부터 한국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일련의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기존 한미 통상 합의의 기본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해당 입법들이 형식상 ‘공정 경쟁’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아 왔으며, 한국 정부의 입법 방향 자체가 자유무역 원칙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언론사 폴리티코는 2025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쿠팡을 포함한 미국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압박과 데이터 조사 요구가 미국 내에서는 과도한 규제이자 불공정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해당 감사가 진행된 2025년 10~11월 이후, 워싱턴 정책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시장 감시’가 아닌 ‘선별적 제재’로 보는 시각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미국 정부의 공식 발언으로 구체화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2025년 12월 초, 한국이 디지털 규제 기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로 직결될 수 있는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쿠팡 청문회를 포함한 일련의 규제 흐름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2025년 12월18일로 예정돼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회의를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관세 협상을 포함한 한미 무역 협상 전반이 사실상 중단됐음을 의미하는 중대한 외교·통상적 조치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 온 ‘플랫폼법’과 쿠팡에 대한 규제 강화가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기업만을 사실상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를 2025년 내내 반복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 같은 인식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 통화법과 네트워크 사용료 법안 제정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문제의 본질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형평성’에 있다. 2025년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Temu)가 한국 이용자의 동의 없이 얼굴 영상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중국과 싱가포르로 불법 전송한 사실이 확인돼 13억 원대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정부와 민주당은 쿠팡에 대해 1조 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나 영업정지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개인정보를 국외로 무단 이전한 중국 기업에는 경미한 벌금으로 마무리하면서 국내 고용과 유통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 상장 기업에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가까운 제재를 예고하는 모습은 규제의 공정성과 국가 이익 관점 모두에서 심각한 모순을 드러낸다.
국내 일부 언론은 이러한 사안을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지만 미국 언론과 정책 당국의 시선은 명확하다. 쿠팡에 대한 강경 제재는 부정선거로 세워진 이재명 정부의 친중 중심 정치가 불러온 결과로 한미 동맹 훼손과 관세 협상 차질로 현실화되고 있다.
협상 테이블이 2025년 12월 실제로 뒤집혔다는 사실은 외교적 불신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단순한 일정 연기가 아니라 한미 무역 협상 전반, 특히 관세 협상 중단까지 포함된 중대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우리는 세계적 위기 속에서 함께 흔들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공감대를 공유했다.
그러나 2025년의 불안은 성격이 다르다. 다른 국가들은 규제와 혁신의 균형 속에서 앞서가고 있는데 한국만 이념과 정치 논리에 갇혀 동맹을 자극하고 망한 베네수엘라를 답습하고 있다.
지금의 화려한 시대가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는데도 정부가 나눠주는 민생 쿠폰이 좋다며 박수만 치고 있다면 이제는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가 누렸던 태평세월을 다음 세대가 누리지 못하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동맹의 경고를 무시한 채 선택적 규제와 과잉 입법을 지속한다면, 그 대가는 경제와 안보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이며, 자유무역과 동맹 신뢰라는 국가 생존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결단이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