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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곤 칼럼] 침묵이 만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민병곤 정치다큐멘터리 작가
  • 등록 2025-12-2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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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다큐 작가·국민의힘 인천시당 대변인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는 국민학교의 ‘영웅’이었다. 늘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싸움도 잘했으며, 덩치까지 컸다. 그는 성적과 힘을 동시에 갖춘 존재로서 학급을 좌지우지했다. 문제는 그것이 공정한 노력에 의한 존경이 아니라, 은밀한 부정과 묵인의 산물이었다는 점이다. 학년이 바뀌고 공개적인 시험대에 오르자, ‘영웅’의 권위는 무참히 박살난다. 그 순간 독자는 깨닫는다. 영웅의 탄생은 공정의 결과가 아니라, 일그러진 과정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오늘의 정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시험대다. 그 결과는 국민의 집단적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선거 이후의 정치와 행정 역시 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잘 호응할 때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유지된다.


현 정부를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집권 이후 드러나는 정책 운영의 허술함과 국정 관리의 미숙함,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모습에서 대의민주주의를 찾을 수 없다. 현명한 우리 국민의 공정한 선택으로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너무 많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공개 시험대에 올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부정선거 의혹은 여전히 ‘음모론’이란 낙인으로 쉽게 봉인된다. 하지만 이는 과거 진보 진영 인사들조차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었던 사안이며, 인적·물적 정황과 통계적 자료만으로도 그냥 덮고 갈 문제가 아님이 분명하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의심은 진리로 향하는 출발점이지만 맹목적 확신은 그 길을 막는 장막이다.


'일그러진 영웅'은 공개 시험대에서 붕괴했지만 진짜 권위는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평가 앞에서 더 큰 힘을 얻는다. 선거와 정치도 다르지 않다. 국민적 의혹과 질문이 있다면, 이를 침묵으로 봉쇄하기보다 검증으로 답하는 것이 순리다.


진짜 영웅은 밀실이 아니라, 투명한 시험대에서 완성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성에 젖은 침묵이 아니라, 공개된 질문과 검증이다. 그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치다큐 작가·국민의힘 인천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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