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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권 무능 직격한 한은 총재의 분노… ‘피해는 국민에 전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16 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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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화정책의 한계를 인정한 중앙은행의 경고
  • 조정하지 못한 정권, 책임은 위로 가지 않았다
  • 환율·물가·양극화의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화를 감추지 않았다.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다.

 

이를 두고 통화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문제까지 중앙은행이 떠안고 있는 구조에 대한 항변이며, 동시에 정책조정에 실패한 정권을 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환율과 물가, 양극화로 이어지는 부담’이란 그의 발언은 정책 조정이 없으면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을 M2(광의통화) 증가로 돌리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 “화가 난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앙은행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통화량과 환율을 둘러싼 경제 논쟁이지만, 반응의 수위는 학술적 반박을 넘어선다.

 

이 총재의 설명 자체는 경제학적으로 크게 틀리지 않다.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통화량 하나로 최근 환율 흐름을 단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억울함’과 ‘분노’가 동반된 이유는, 문제의 본질이 환율 지표 하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영역을 넘어선 환율·물가 문제

 

최근 환율과 물가의 흐름은 이미 통화정책의 단독 대응 범위를 넘어섰다. 

 

이 총재 스스로도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그 부담이 서민과 취약계층에 집중돼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이는 최근의 물가 압력이 수요 과열이 아니라 환율과 수입 비용에서 비롯된 비용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다.

 

환율이 흔들리면 수입 원가가 오르고, 이는 곧바로 생활물가로 전이된다. 

 

이 과정에서 가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없는 계층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최근 수입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며, 환율이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총재가 환율과 물가, 양극화를 함께 언급한 이유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정책 실패의 비용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명확히 지목한 데 있다.

 

금리 인하 문구 삭제, 중앙은행의 한계 선언

 

이 국면에서 한국은행이 내놓은 선택은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동결 자체가 아니라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그동안 유지해 오던 ‘금리 인하’ 관련 문구가 삭제됐다는 점이다. 

 

소수의견 없는 만장일치 동결, 향후 3개월 전망에서도 전원 동결, 그리고 인하 가능성 언급의 철회는 금리 인하가 더 이상 유효한 정책 옵션이 되기 어려운 한계 구간에 진입했음을 문서로 인정한 신호로 읽힌다.

 

이는 곧 중앙은행이 “여기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선을 그었다는 뜻이다. 

 

금리를 내리면 환율과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올리면 가계부채와 내수를 흔들 위험이 크다. 남은 선택지는 동결뿐이라는 판단이다. 

 

금리 동결은 안정 신호가 아니라, 통화정책 혼자서는 이 국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이 대목과 관련해 한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물가 압력은 수요 문제가 아니라 환율에서 비롯된 비용 충격 성격이 강하다”며 “이런 국면에서 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는 식의 전통적 처방은 한계가 분명하고, 중앙은행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더 이상 단독 전면전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중앙은행이 정책 옵션을 스스로 거두는 일은 드물다. 

 

특히 인하 가능성처럼 시장 기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구를 삭제했다는 점은, 통화정책이 더 이상 완충 장치로 작동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조정 없는 국정,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통화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 국정은 다른 기능으로 전환돼야 한다. 환율·물가·분배 문제를 함께 놓고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충돌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이 책임은 한국은행에 있지 않다. 헌법과 행정 구조상 그 몫은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에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정책 조정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환율 부담을 어디까지 감내할 것인지, 물가 충격을 누가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고, 재정·에너지·산업 정책이 어떤 우선순위로 조합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조정의 공백 속에서 환율과 물가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생활비로 전이되고 있다.

 

경제부처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환율과 물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재정·산업·에너지 정책을 묶어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인데, 지금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정이 없으면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율과 물가 문제의 책임이 한국은행과 총재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

 

이창용 총재의 분노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국정 실패의 부담을 중앙은행이 떠안고 있다는 억울함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경제학자는 “중앙은행 총재가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이는 통화정책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까지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사안의 핵심은 이창용의 태도가 아니다. 중앙은행이 문서로 한계를 인정하고 경고를 보냈음에도, 그 신호를 받아 정책 조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정권의 무능이다. 

 

조정되지 않은 환율과 물가의 충격은 취약계층과 서민의 부담으로 축적되고, 양극화는 더 깊어진다. 

 

정권의 정책조정 실패가 남긴 비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이 치르고 있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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