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오전 9시21분 기준 전장보다 25.56포인트(0.53%) 상승한 4,823.11에 거래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국의 주가 시장·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에 이례적인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언제 주저앉을지 모를 살얼음판은 걷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1%로, 환란기가 아니고는 유례없는 저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은 12년째 3만 달러에 머물러 있는데, 선진국들의 경우 3만 달러에 올라선 지 4년 안팎에 4만 달러선에 안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22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대만에 역전당했다.
한국처럼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의 선진국 6곳은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라서는 데 평균 4년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이 2년, 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3년, 독일이 4년 만에 4만 달러의 벽을 돌파했다. 대만도 2021년 3만 달러를 돌파한 지 5년 만인 올해 4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저성장의 늪… 2040년경엔 잠재성장률 제로 수준 예상
그러나 한국만 유독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만큼 심각한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 빠져 4만 달러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든다. 지금이 우리가 가장 잘살았던 시절이 될 거라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설(說)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1%후반대로 추락해 이대로 가면 2040년경에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연구 기관이 내놓고 있는 우울한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신규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 청년들은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되어 ‘잃어버린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었다. 일본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에도 뒤지면서 보통 국가로 주저앉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환란기(1998년 –4.9%, 2009년 0.8%)나 코로나시기(2020년 –0.7%)를 제외하고는 유례없는 저성장을 지속하는 데도 15일 현재 주가는 코스피가 4798로 사상 처음 50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이례적인 현상의 배경은 무엇인가. 물론 반도체·자동차·조선·방위산업·바이오 등 한국제조업 선두 부문의 높아진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 개선이 중요한 배경이다. 그러나 3%룰 등 대주주 압박과 소액주주 권리 강화,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 압박 등 인위적 주가 부양 정책이 한몫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융시장의 이상 징후… 심각한 저성장 속 주가↑ 원화 가치↓
현재 한국에서 증시 투자자의 수는 대략 1400만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위적 주가 부양 정책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부·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주주의 지분율이 얼마 안 되는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 등이 도입하고 있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등 대주주의 방어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 기업은 글로벌 인수합병 사냥꾼들에게 맨몸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모두 해외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국내 투자는 하지 않아 저성장이 지속되고 일자리 또한 생기지 않는 모습이다.
또 한 가지 금융시장의 이상징후는 주가 폭등에도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주가 상승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증가로 원화 가치가 상승해 왔는데 지금은 과거의 논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선박·방산·바이오·문화 등 호조 속에 15일 현재 주가는 코스피가 4798로 사상 처음 5000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1472원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에 불과 28원 남겨두고 있다. 당장 내일·모레 1500원선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심리적 저항선이란 “이 선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할 것이다”라는 공포가 작용하는 지점이다. 심리적 저항선 1500원이 왜 중요한가는 1500원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하면 곧바로 1700∼1900원으로 수직 상승해 한국 경제가 중대 국면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환율, 심리적 저항선 1500원… 환율 폭등의 시작점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의 경우를 보자. 그해 12월11일,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다. 전날 1423.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바로 다음 날인 12월11일 1563.5원으로 오르고 그다음 날 바로 1719.5원으로 폭등했다. 1500선이 깨진 지 하루 만에 1700선을 돌파한 것이다. 그 후 당국의 개입 등으로 며칠간 등락을 보이다 12월24일에는 1964.8원을 기록했다. 1500선이 무너진 지 불과 13일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한국에 대출해 준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에서 달러를 빼내 가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돌려줄 외환이 부족해 갖은 굴욕적인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치욕의 IMF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원인 파악과 대책이 시급하다.

◆ 오정근 원장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