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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 한미칼럼] 그린란드 원주민에게 덴마크란, 미국이란…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1-23 13: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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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국기를 흔들며 반미를 외치는 이들 중 다수는 원주민이 아닌 덴마크인들이다. [신화=연합뉴스]

그린란드 주민들이 미국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며 데모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일단 드는 생각은 ‘지금도 덴마크령인데 미국시민이 된들?’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 일본의 식민지 아래 놓여 있다고 할 때, 미국이 나서 통치권을 넘겨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만세를 외치고, 전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바치고, 모진 고문 속에서도 동지의 이름을 대지 않던 이들이 과연 제3국인 미국의 개입이 잘못됐다며 일장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흔들며 저항하는 일이 가능할까. 

 

혹시나 무슨 변화가 도래하지 않을까 숨죽이고 기다리는 게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원주민의 수를 줄이고 싶어한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16일(현지시간)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훔쳤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그린란드 원주민들이 ‘미국의 개입’을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관점을 전달했다.

 

한 그린란드 원주민 여성은 27세 때 자신이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13세 때 자궁에 심어진 IUD(일명 스파이럴) 피임 장치 때문이었다. 


덴마크 의사에 의해 강제로 피임기구를 삽입 당하고 나팔관을 적출 당해 영구 불임 판정을 받은 여성. [사진=뉴욕포스트] 

“물고기는 우리가 잡았는데 왜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현지 어부. [사진=뉴욕포스트] 

이 장치는 1960~1991년, 덴마크 정부가 자치령인 그린란드 원주민(이누이트)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전 동의 없이 자궁에 삽입한 것이다.

 

4500명 이상의 그린란드 여성이 덴마크 의사들에 의해 이런 식의 강제 불임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중에는 그녀처럼 12~13세에 불과한 어린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그린란드 인구가 5만6000명인데 원주민만 따지면 그 수는 더 적을 것이고 가임기 여성으로 치면 더 더 적을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원주민 중에서 4500명 이상의 여성이 강제 불임 시술을 받았다고 하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폭력이 덴마크 정부에 의해 자행됐는지 알 만하다. 

 

이 시술의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다. 많은 이누이트 여성이 시술 후 합병증(감염·출혈·통증)을 겪었으며, 일부는 평생 불임이 되거나 자궁 적출술을 받아야 했다. 

 

이 여성도 IUD 삽입 후 극심한 통증으로 반복적인 수술을 받았는데 충격적인 것은 2000년대 초반 덴마크 의사들이 수술 과정에서 아무 설명 없이 그의 나팔관을 제거해버렸다는 사실이다. 피임 장치를 제거하면 다시 임신이 될까 봐 아예 영구 불임수술을 진행해버린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덴마크는 유럽의 군사적 도움(?)으로 미국으로부터 섬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이누이트에게 진짜 위협은 덴마크 자체였다”고 폭로했다.

 

그녀도 “덴마크인들은 원주민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땅과 아이들,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우리에게 감사를 기대한다”고 분개했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에 대해 약 4만6000달러(약 6800만 원)의 보상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이야말로 또 다른 모욕이라고 말했다. 

 

덴마크가 그린란드 원주민에 자행한 악행은 이게 다가 아니다. 그들은 덴마크 어린이들을 악명높은 ‘리틀 데인스 실험’에 동원했다. 

 

이 실험은 부모의 동의 없이 그린란드 아이들을 강제로 덴마크 본토로 입양 보내거나 고아원 시설에 맡기는 것으로 그린란드 인구를 줄이는 동시에 그린란드의 어린이들을 덴마크에 동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됐다.

 

이 실험으로 그린란드의 수많은 아동이 가족과 영구히 분리됐다. 그녀도 자신의 어머니, 오빠, 친척들이 이로 인해 가족과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원주민을 다루는 덴마크 정부의 행태는 민족말살정책에 가깝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자치권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제3자의 눈에는 그린란드를 온전히 손에 넣기 위한 술책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덴마크는 원주민을 가난 속에 방치하고 있다

 

그린란드 원주민은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없다. 미국의 섬 매입 제안 후 미국 정부 관료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내는 쪽은 항상 덴마크 외무장관이었다. 그린란드 외무장관은 그 자리에 참석하긴 했지만 별말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섬 매입 철회 발언 이후 주민들이 그린란드로 돌아와 일상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비행기를 타고 나갔던 이들은 원주민이 아닌 덴마크인들이다. [사진=연합뉴스]

라스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그날 “국민투표를 한다면 약 5만6000명에 이르는 그린란드 주민 전원이 미국 합병을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미국이 그린란드에 스칸디나비아 복지 제도를 지원할 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그린란드 원주민은 스칸디나비아식 복지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남그린란드에서 이주한 한 누우수아크 주민은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밝혔다.

 

그가 사는 수십 년된 임대아파트는 비좁고 낡은 것은 물론 검은 곰팡이가 성행하고 있었다. 단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아파트인데도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주민들은 가계 수입의 대부분을 바치는 실정이었다.

 

40년 넘게 어부로 일한 이는 “그린란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업에 종사하지만 턱없이 적은 보상을 받고 있다. 그린란드인들 노동의 대가를 덴마크와 대기업이 대부분 차지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대구를 잡으면 통째로 냉동해서 운송되고, 다른 곳에서 가공되어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것을 안다”고 전했다.

 

공장에 납품하는 대구의 경우 어부들은 킬로당 1.86달러(약 2750원)에 불과한 가격을 받는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경우 킬로그램당 최대 12.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덴마크가 그린란드 원주민에게 제공하는 보조금 역시 그들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민들을 낮은 임금 속에 내버려 두는 구실이 된다. 

 

한쪽에서는 피임과 납치를 자행하고 한쪽에서는 죽지 않을 만큼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저임금 속에 내버려 두는 것. 얼음집 짓고 평화롭게 살던 에스키모들을 도시로 꺼내와 빈민으로 만든 것, 이것이 덴마크가 그린란드에게 베풀었던 은혜의 진실이다. 

 

그는 “물고기는 우리가 잡았는데 왜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해안가에 공장을 건설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가공 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원주민을 위한다면 그들이 잡은 생선을 헐값에 빼돌릴 게 아니라 해안가에 생선가공공장을 지어 그들 손에도 돈을 쥐어 주어야 한다. 

 

자살과 마약, 폭력에 시달리는 원주민들

 

그린란드에는 또 하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원주민 사이에 자살,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폭력이 성행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81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율이 높다고 하는 한국도 2024년 기준 10만 명당 자살률이 약 29.1명이다. 그린란드에서 자살이 얼마나 큰 사회문제인지 알 만한 대목이다. 

 

지금 그린란드 원주민들은 출구를 잃어버렸다. 그들에게는 희망 없는 삶을 지속하는 것보다 뭔가 다른 변화가 찾아오는 게 나을 수 있다.

 

원주민들은 “수년간 이어진 강제 이주와 경제적 착취가 섬 전역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덴마크인에게 우리는 그저 몇 푼어치의 가치를 지닌 존재일 뿐이다. 자기들은 트럼프로부터 그린란드를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독립을 원한다. 그 시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에는 동의한다. 현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를 구원자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관심은 기회로 보고 있다. 그 덕에 이렇게 그린란드의 실정을 알리게 됐지 않느냐”고 전했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에게 독립이란 덴마크와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대우받는 것이다.”

 

일제시대의 아픈 기억으로 그토록 일본을 미워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왜 그린란드를 점령한 덴마크는 편드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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