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 도입과 대법관 증원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법부와 정치권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입법 절차에 즉각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입법 논쟁을 넘어 제도 충돌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충분한 공론을 통한 숙고가 필요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대법원은 앞으로도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부 수장이 법안 통과 직후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밝힌 것은 드문 일로, 사안의 파장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법사위는 11일 전체회의에서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이른바 ‘재판소원’ 도입 법안과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사법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이달 말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은 이번 입법을 두고 “베네수엘라식 사법개편”이라고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목표는 오직 하나뿐”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을 없애 임기 이후까지 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야권 인사들은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04년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린 뒤 친정부 인사를 임명해 사법부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사례를 거론하며 권력 집중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치권 외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12일 페이스북에서 “법치주의 파괴가 본격화했다”며 “재판소원은 대법원 판결의 옳고 그름을 헌법재판소에 다시 묻는 것으로 사실상 4심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 위에 헌법재판소를 얹는 구조는 헌법 체계를 흔드는 시도”라며 “공소 취소,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을 한 그림에 넣어 보면 ‘철통방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여당은 국민 기본권 보호 확대와 사법 절차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법부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번 논쟁은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권력 분립과 사법체계 구조를 둘러싼 충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법안의 본회의 처리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