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신동춘 칼럼] 2026년 뮌헨 안보회의: 韓·美 ‘보호에서 거래 관계로’
  • 신동춘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 등록 2026-02-17 11:34:02
기사수정

뮌헨 안보회의는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안보 컨퍼런스다. [사진=연합뉴스]

뮌헨 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 MSC)는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안보 컨퍼런스다. 

 

2026년 현재, 국제 질서의 거대한 균열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62회 회의가 2월13~15일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는 60여 명의 국가 원수를 포함해 115개국 1000명 이상의 인사가 참석했다. 

 

뮌헨 안보회의는 냉전 체제 하에서 서방 동맹국(NATO) 간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현재는 전 세계 100여 개국의 정상과 외교·국방 수장이 참여하는 다자간 안보 대화의 장으로 발전했다.

 

그만큼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어서 올해 회의에서 논의된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불확실성의 일상화’와 ‘동맹 구조의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몰고 오고 있다.

 

뮌헨 안보회의의 주요 성과와 루비오의 수사학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연설에서처럼 미국이 유럽과의 ‘단절’이 아닌 ‘재편’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극도로 고조되었던 대서양 양안의 긴장을 일정 부분 완화됐다는 점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UPI=연합뉴스]

미국은 NATO 회원국들에게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기존 목표인 2%를 넘어 최대 5%까지 올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2025년 NATO 정상회의에서 합의) 

 

또 탄소 중립 규제가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보며, 화석 연료 생산 확대를 주장하는 중이다. 

 

미국은 유럽의 국경 개방과 이민 정책을 두고 “유럽은 망가졌다”고 비판하면서 최근 그린란드의 안보 가치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하고 안보 관리를 요구했다. 

 

△ NATO 국방비 분담 비율(2024·25, GDP 대비): 미국 3.4%(NATO 전체 64%), 폴란드 4.1%, 영국 3.3%. 독일 2.1%, 프랑스 2.1%

 

△ 국방비 비교: 미국 1조 달러, NATO 전체 5000억 달러

 

△ 미국과 EU 경제력 비교(2025 추정): 미국 30.5조 달러(1인당 GDP 8.5~9만 달러), EU 19.9조 달러(1인당 GDP 3.5만 달러) 

 

루비오 장관은 미국을 유럽의 자녀(Child of Europe)로 지칭하며, 양측이 공유하는 기독교적 가치, 혈연적 토대, 그리고 서구 문명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강력하게 상기시키며 역사적·문화적 일체감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가 유럽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함께 생존하기 위한 선택임을 강조하는 수사였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운명이 얽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과거의 ‘망가진 현상 유지(Broken status quo)’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조건부 연대’를 명확화했다. 

 

“필요하다면 단독으로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선호한다”는 발언은 유럽이 미국의 방식(방위비 증액, 이민 통제, 에너지 정책 변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강력한 압박이기도 했다. 

 

지난해 JD 밴스 부통령의 공격적인 태도에 비해 루비오의 연설은 훨씬 유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 대표단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끌어냈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안도감을 심어준 성과로 평가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연설: 레드라인 경고와 유럽 공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공세를 펼쳤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 [EPA=연합뉴스]

특히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 부르며 미국이 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정면 충돌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는 경제 협력을 제안하며 미국과 유럽 사이의 틈새를 공략하는 ‘미·유럽 갈라치기’ 전술을 구사했다.

 

유럽 주요국들의 공식 반응: 안도감 섞인 경계와 자강론의 부상

 

독일은 루비오 장관은 미국 우선주의를 ‘서구 문명의 공유’라는 부드러운 언어로 포장한 것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정부는 루비오의 압박을 빌미로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방비를 GDP 대비 3%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적 명분으로 삼고 있다. 

 

즉,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되 이를 통해 유럽 내 독일의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실용적 태도를 유지했다. 

 

프랑스는 루비오의 수사가 아무리 화려해도 본질은 ‘미국의 부담 덜기’에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지적했고, 이번 회의를 통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방위 역량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폴란드 및 발트 3국)은 루비오가 ‘가족’과 ‘공동의 운명’을 언급하며 개입 의지를 피력한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조건부 연대’라는 단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산 무기 체계를 대량 구매하는 등 ‘미국에 가장 협조적인 동맹’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해 안보 공백을 메우려 노력하는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루비오의 연설이 대서양 관계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과거처럼 미국이 무조건적인 보호자가 되어 주던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유럽이 경제적·군사적 실력을 증명해야만 대등한 파트너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요컨대, 유럽 주요국들은 루비오의 세련된 외교적 수사 덕분에 ‘트럼프 2기’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덜었으나, “미국은 더 이상 유럽의 영수증을 대신 써주지 않을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고, 이에 따라 향후 미국-유럽 관계는 ‘철저한 이익 기반의 계약 관계’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유럽 국가들의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었다.

 

향후 미국과 유럽, 가치 동맹에서 이익 및 생존 동맹으로 

 

향후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미국 주도의 질서 재건’에 유럽이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따라 불안정한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강한 유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토(NATO) 내에서 유럽의 역할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하여 미국은 정보 및 지휘 통제 등 백스톱(Backstop) 역할에 집중하고, 실제적인 물적 지원과 지상 안보 책임은 유럽이 주도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루비오 장관이 탄소 감축 정책을 ‘기후 광신도’라고 비판하고 국경 통제를 주권의 핵심으로 강조한 만큼, 향후 양측은 환경 규제, 무역, 이민 정책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무역이나 국제기구(UN 등)의 추상적인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인 국익과 서구 문명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루비오 장관은 천명했다. 

 

미국의 메시지가 ‘우리의 길을 따르라’는 통보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한 유럽 국가들(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의 보호막이 언제든 조건부로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럽 자체적인 지정학적 파워를 키우려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 노력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의 영향: 보호에서 거래와 역할 분담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과 MSC에서 강조된 ‘미국 우선주의(MAGA)’ 기조는 한미동맹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에 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국방비 증액(GDP 대비 3% 이상)과 더불어,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의 더 큰 군사적 역할(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북아는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의 공급망이 집중된 곳으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중국 기술 봉쇄망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실리와 안보적 명분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는 ‘경제 안보의 딜레마’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