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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춘 칼럼] 맹자의 성선설과 역성혁명
  • 신동춘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 등록 2026-02-24 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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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맹자(孟子)는 공자와 함께 유가에 속하며, 중국 춘추전국시대(B.C.6세기~B.C.2세기)에 등장한 수많은 학파와 철학자들을 통칭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하나다.

 

당시 중국은 끊임없는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 있었는데, 이 위기를 해결하고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것인가(치국)'와 '어떻게 살 것인가(수신)'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천재적인 사상가들이 쏟아져 나왔던 '철학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사상들은 현대 동아시아의 정치, 윤리, 문화적 뿌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양의 고대 그리스 철학과 비견될 만큼 인류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백성의 마음 잃은 군주는 그저 필부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사상으로 유가(儒家)·도가(道家)·법가(法家)·묵가(墨家)가 있다. 

 

그중 유가는 도덕과 효제(孝悌)를 바탕으로 한 가족 윤리 및 왕도정치(王道政治)를 강조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특징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도덕적 법칙성을 의미한다고 하며,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다. 

 

맹자는 인간의 선한 본성과 하늘의 법칙을 연결한 철학을 바탕으로, 통치자가 힘이 아닌 도덕적 감화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왕도정치를 주창했다. 이는 서양의 자연법 사상이나 천부인권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은 성선설과 함께 맹자를 대표하는 유교 정치 철학으로 시대적으로 매우 파격적이고 현대적이다. 성(姓)을 바꾼다는 의미의 ‘역성(易姓)’은 하늘의 명(천명)이 떠난 가문을 대신해 새로운 가문이 통치권을 이어받는 것을 뜻한다. 

 

맹자는 단순히 "왕에게 순종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을 잃은 군주는 더 이상 군주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통치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맹자는 양혜왕 하(梁惠王 下) 8장에서 “군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 필부를 죽인 것이다”라고 했다. 

 

군주가 인(仁)과 의(義)를 잃으면 그는 더 이상 임금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남자(필부)'에 불과하다는 논리이며, 따라서 그런 자를 교체하는 것은 '시해(하극상)'가 아니라 잘못된 통치자를 제거하고 정의를 바로잡는 행위가 된다.

 

∎齊宣王問曰: "湯放桀, 武王伐紂, 有諸?" 

 孟子對曰: "於傳有之."

 曰: "臣弑其君, 可乎?" 

 曰: "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殘賊之人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볍다

 

맹자는 또 다른 대목인 ‘진심 하(盡心 下)’ 14장에서 혁명의 근거가 되는 권력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국가)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조선 건국 당시 정도전은 이 '역성혁명' 논리를 바탕으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우는 사상적 기틀을 마련했으며, 해방 이후 새로이 수립된 대한민국은 제헌 헌법에서 국민 주권을 명시했다. 

 

맹자가 주창한 역성혁명은 무질서한 반란이 아니라, 철저한 명분과 절차를 가진 '천명의 이동'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맹자는 이 과정을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것(시군, 弑君)'이 아니라, 인의를 저버려 일개 필부(匹夫)로 전락한 '독부(獨夫, 외로운 괴수)를 처단하는 것'이라 정의했으며, 즉, 백성의 고통이 극에 달해 민심이 천심을 대변할 때, 비로소 무력에 의한 왕조 교체인 '방벌(放伐)'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역성혁명은 군주가 백성의 '항산(恒産)'을 파괴하고 '항심(恒心)'을 잃게 만들었을 때 일어나는 최후의 심판이며, 항산항심은 그러한 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주가 평소에 실천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민생 정치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항산: 일정한 직업이나 재산, 즉 물질적인 생활 기반을 의미

∎항심: 변치 않는 도덕적 마음, 즉 선량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의미

 

결국 맹자의 철학은 "백성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고 괴롭히는 왕은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그런 왕은 교체되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란의 살인적인 물가,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 시리아의 내전 방치 등은 맹자가 말한 '백성을 그물질하여 죄에 빠뜨리는(罔民)' 행위와 일맥상통한다. 즉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는 정당성(legitimacy)을 상실하게 된다.

 

현대에 있어 역성혁명은 종종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로 나타나는데, 국민의 저항권과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이 밑바탕이 되어 있으며, 우리 헌법에도 명시적인 조항과 해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즉 왕조의 군주가 백성의 마음을 잃으면 방벌(放伐)하듯이, 현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통치권력은 국민주권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저항권의 경우 헌법 전문에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를 통해 저항권의 헌법적 정당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가 실질적인 뿌리가 된다. 

 

혁명 후엔 백성을 부모처럼 사랑하는 정치 펼쳐야

 

군주나 현대의 통치 권력은 백성이나 국민으로부터 조건부로 위임받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맹묘의 일각. 아성묘(亞聖廟)

현대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정기적인 역성혁명과 같으나, 선거 시스템이 파괴되거나 권력이 사유화될 때(전체주의화) 이는 맹자가 말한 '독부(獨夫)'가 되는 과정이며, 이때 국민의 저항권이 정당성의 재확립 수단으로 등장한다.

 

한편 방어적 민주주의(Defensive Democracy)는 민주주의의 관용과 자유를 역이용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파괴하려는 적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기수호적'인 민주주의 개념이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에게까지 민주주의적 자유를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헌법은 독일 헌법의 영향을 받아 방어적 민주주의 요소들을 명문화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위헌정당해산제도)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의를 파괴하는 지도자는 인의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맹자의 논리는 현대의 위헌정당해산제도나 형사적 책임의 철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

 

현대의 레짐 체인지는 주로 '국민의 자유 및 인권의 탄압'과 장기 독재, 법치와 공정한 선거 시스템의 파괴 등 전체주의 국가의 다양한 방법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 그리고 때로는 핵무기에 의한 위협 등 '국제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주체로서 해당 국가의 시민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나 타국과 같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포함될 수 있다(리비아의 가다피 및 이라크의 후세인 제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포 등). 

 

맹자의 혁명이 '도덕적 군주'를 세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현대의 레짐 체인지는 공공성의 회복, 망가진 시스템과 법치를 바로 세움으로써 ‘민주적 제도'를 수호하고 회복시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맹자는 "백성의 마음이 떠난 정권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장기 독재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정권에 대해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유교적 민본주의 관점에서 정당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맹자는 혁명 이후에 반드시 '백성을 부모처럼 사랑하는 정치(爲民政治)'가 들어서야 함을 강조하였다. 단순히 권력의 주인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항산'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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