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김창룡 장군의 모습. 3녀 김미영 씨가 그의 생애를 영상으로 준비해 27일 공개했다.
1956년 1월30일 오전 7시30분 경 용산구 원효로 1가 자혜병원 앞 도로에서 정체불명의 차량이 출근하는 육군 특무부대장 김창룡 소장이 탄 차를 가로막았다.
곧 이어 괴한 두 명이 다가와 권총을 난사했다. 김창룡은 다섯 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범인은 현역 육군 대령 허태영과 그 일당이었고, 8월 군사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해 11월 허태영의 부인 황운하가 '사건 배후에 고위 장성이 있다'며 재심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일로 강문봉 중장을 비롯한 고위 장교들이 속속 구속돼 1957년 9월 허태영·이유회, 1958년 5월 송용고·신초식을 사형 집행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오른팔 김창룡
김창룡 장군(1920~1956)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 육군 특무부대장(현재의 국군방첩사령부 수장)을 지내며 이승만 대통령의 ‘오른팔’로서 정권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최전방 역할을 수행했다.
부인 도상원(왼쪽) 여사와 함께한 김창룡 장군.
김창룡 장군의 장례는 국군 최초로 국군장으로 엄수됐다.
김창룡 장군의 유복자인 3녀 김미영(왼쪽) 씨와 차녀 김미경 씨. [사진=임요희 기자]김 장군은 해방 후 군 내부에 침투한 좌익 동조자들을 축출하는 숙군 작업을 주도해 초기 국군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1949년 한 해 동안 숙청한 좌익 군인만 1500명에 이른다.
또 일제시대 때 만주 관동군 헌병대에 복무하면서 쌓은 수사 기법을 활용해 미소공동위원회 당시 소련군 장교의 첩보 활동을 적발하고 간첩 및 부역자를 검거하는 등 전시 방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공산당 잡는 귀신’으로 불릴 만큼 군내 좌익 세력 척결에 앞장섰으나 불과 40세의 나이에 허태영의 탄환을 맞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의 친일 행적과 인권탄압 등을 들먹이며 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왕왕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작년 6월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힌 그의 유해를 이장해야 한다며 좌파 시민단체가 파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김창룡의 재조명’ 학술대회
김창룡 장군 서거 70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이승만학당이 주최하는 ‘김창룡의 재조명’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건국 초기 숙군 사업과 방첩 활동에 앞장섰던 김창룡 장군의 생애를 돌아보고, 역사적 공과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빈틈 없이 자리를 메운 참석자들. [사진=임요희 기자]김창룡 장군 서거 70주년을 추모하고 그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는 제1부: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의 축사와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제2부에는 학술 토론회로 진행됐다.
이날 허화평 이사장은 축사에서 “김창용 장군께서 고인이 된 지 70년이 지났으나 고인을 둘러싼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분의 죽음이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사상적, 역사적, 그리고 현실적 정치사회 환경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좌측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 진실이 확인되고 명예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오명을 덮어씌우려는 기막힌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이승만학당의 이영훈 교장은 기조강연에서 “김창룡 장군을 악마화해 온 지난 70년간 한국의 정신문화와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부정부패, 장기집권, 반민족 정치가로 매도해 온 한국의 정치사는 아직도 근대국민국가에 상응하는 공의의 성립이 미숙한 가운데 있다”며 “정치가 공적 정책의 경쟁이라 보다 여전히 인륜과 도덕 명분을 다투는 당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매우 강직하고 청렴했던, 군부의 부정부패 세력과는 타협을 몰랐던 김창룡 장군이, 바로 그런 이유로 그 부패 세력에 의해 암살되었다”며 “대한민국의 지난 78년 역사 특히 정치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 속에 학술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축사를 맡은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사진=임요희 기자]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의 기조강연. [사진=임요희 기자]
학술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정안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진=임요희 기자]
이어진 학술토론회에서 정안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956년 특무부대장 김창룡 암살사건의 진상’이라는 주제 아래 △암살의 충격과 파장 △허태영의 심문·기소·공판 △강문봉의 추소·공판·판결 △정일권 배후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침으로, 김창룡의 암살을 정당화하는 이른바 ‘의거론’ 등에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의거론은 김창룡을 군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은 암적 존재로 규정하고 그의 암살을 정의 실현의 행위로 미화한 이론으로, 정치적으로 불순한 세력의 조작임을 날카롭게 파헤쳐 참가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또한 주익종 이승만학당 교사는 ‘한국 현대사의 악인이 된 김창룡’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모범적인 군인을 현대사의 빌런으로 편집한 특정 정치세력을 비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행사에는 특별히 김창룡 장군의 유복자인 3녀 김미영 씨와 차녀 김미경 씨가 참석해 감사 인사를 드리는 시간이 있었으며 자녀들이 아버지를 추억하는 사진과 헌시를 영상으로 제작해 참석자의 심금을 울렸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