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홈페이지가 소개한 뉴욕포스트(New York Post) 표지. [White House Photo]
중동에서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더 이상 ‘지역 분쟁’이 아니다. 핵시설 타격, 보복 경고, 미국의 지상군까지 투입되면 중동은 전면전으로 갈 수도 있다. 미국은 단기 속전속결을 예상하지만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고, 레바논·예멘 등 이란과 연계 및 물밑 지원 세력(중국)까지 움직이면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중동전은 국제 질서의 균열이자 인류 평화의 기운이 다했다면 3차 대전의 전운(戰雲)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중동 관련 강경 압박과 군사적 충돌을 반복했다. 그는 집권 후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며 대이란 압박을 강화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지역 갈등을 격화시켰고, 솔레이마니 제거로 미국·이란 간 직접 충돌을 현실화했다. 현재는 이란의 37년 독재자 ‘하메네이’까지 제거하여 “목표 달성까지 정밀 타격 지속”을 선언해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중동전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1973년 오일쇼크는 한국 경제를 뒤흔들었고, 1990년 걸프전은 유가 급등과 함께 수출·물류 체계를 시험했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한국군이 파병되어 외교·안보 역할이 확대되었다. 한국 산업은 중동 에너지와 해상로에 깊이 의존해 왔고, 중동의 불안은 곧 한국의 경제와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태로 NSC 긴급회의를 개최한 것은 중동 불안정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준다
억제력의 분산이 불러오는 한반도의 위험
중동의 불안으로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오르면 반도체·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의 납기 체계가 흔들린다. 공급망은 가격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컨테이너 한 척이 늦어지면 공장의 라인이 멈추고, 멈춘 라인은 곧 손실로 이어진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단순한 교민 보호와 에너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안보와 산업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유가 상승은 눈에 보이는 충격일 뿐이다. 더 큰 위험은 미국의 억제력이 분산되는 순간 동아시아의 균형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억제력은 무기의 질과 숫자가 아니라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메시지와 신호에서 나온다. 전선이 늘어나면 신호는 흐려지고, 흐려진 신호는 오판을 부른다.
중국과 북한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으로 쏠린 틈을 전략적 공간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지역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북한은 도발과 군사력 고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전이 미중 경쟁의 연장이라면 북중러 협력은 더 단단해지고,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높아진다.
중동의 불꽃은 결국 한반도 안보 환경을 직접 흔들게 된다. 미국의 이번 작전은 북중러 독재자에게 말 없는 경고일텐데, 위기를 느낀 독재자들이 뭉쳐서 중동 전쟁을 반격의 기회로 삼는다면 3차 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소름끼치는 일이다.
한국이 다시 설계해야 할 세 가지 안보 전략
▷동맹의 신뢰 회복. 억제력은 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상대가 “이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한·미가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움직인다는 신호가 분명할 때 주변국의 모험주의는 줄어든다. 동맹의 메시지가 흔들리면 억제력은 그 순간 약해진다.
▷현실에 맞는 안보 진단. 전쟁은 먼 나라의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가장 신경 쓰지 않던 틈새로 스며든다. 에너지, 해상로, 공급망, 사이버 등 모든 분야가 전장이다. 중동전이 장기화되면 한국은 어떤 충격에 가장 먼저 흔들리는지, 어떤 분야가 ‘첫 번째 파열음’을 낼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미래 전장에 맞는 전투 구조 재편. 드론이 전차를 압도하고, 사이버 공격이 미사일보다 먼저 날아오는 시대다. 정밀타격, 무인전력, 정보전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전쟁의 양식이 바뀌었는데 전력 구조가 그대로이거나 평화를 빌미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한다면 억제력은 껍데기만 남는다. 한국의 안보 및 전투 구조는 ‘다가오는 전쟁’을 기준으로 180도 전향적인 재편을 해야 한다.
위기는 늘 준비되지 않은 곳으로 침투한다.
지금 중동전으로 인한 한국의 취약점은 경제와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보 메시지의 일관성과 동맹 신뢰 유지가 급선무다. 중동의 포성이 멎지 않는 한, 한국도 관전자일 수 없다. 밀려오는 전쟁의 그림자를 평화정책으로 피해갈 수 없다. 동맹의 힘을 기반으로 전쟁 억제력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심과 군심은 군과 안보 라인은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고 편향된 안보 구조를 재설계하여 중동 위기가 촉발할 수 있는 제반 문제를 극복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