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장보다 181.75p(3.22%) 내린 5,460.46으로 마감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7.3원 오른 1,507.0원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22.91p(1.98%) 내린 1,136.64로 마감했다. 2026.3.26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 4일 공식 출범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62.09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6년 3월 26일 원·달러 환율은 1507원 안팎까지 올라섰다.
취임 시점과 비교하면 환율은 약 10% 넘게 상승했고, 원화의 대외가치는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그대로일 수 있다.
그러나 달러 기준으로 환산한 자산 가치와 해외 구매력, 수입 물가를 견디는 힘은 그만큼 줄어든다. 환율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통화의 체급이기 때문이다.
더 선명한 비교점도 있다. 2025년 원화 가치가 가장 강했던 시점은 6월 30일이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50.18원으로 2025년 중 가장 낮았다. 그런데 불과 9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출범 직후 잠시 강했던 원화가 시간이 갈수록 구조적 약세로 기울었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 10개월은 단순한 일시 충격의 시간이 아니라, 원화가 아래 방향의 추세를 만든 시간으로 읽힌다.
이 흐름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은 실질실효환율(REER)이다.
한국은행은 실질실효환율을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환율·물가를 함께 반영한 통화의 평균적인 대외실질가치, 즉 대외구매력과 가격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설명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64개국 가운데 63위 수준까지 밀렸다. 원화의 실질 대외가치가 사실상 최하위권이라는 뜻이다.
이는 “달러가 강해서 원화가 어쩔 수 없이 밀렸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외부 충격을 받아도 모든 나라 통화가 이 정도로 약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 충격은 있었다. 3월 들어 중동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위험회피 심리가 겹치며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원화 같은 위험통화는 먼저 흔들렸다.
로이터는 3월 하순 원화가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약한 수준으로 밀렸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유류세 인하 확대와 시장안정 조치에 나선 사실도 보도됐다.
외부 변수는 분명 계기였다. 그러나 외부 충격은 모든 나라에 온다. 중요한 것은 그 충격 앞에서 어느 통화가 더 크게 흔들리느냐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환율은 경제지표이면서 동시에 심리지표다. 돈이 풀린 뒤에만 원화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더 풀릴 것이라는 믿음이 먼저 원화 값을 깎는다.
시장은 오늘의 통화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원화가 얼마나 더 공급될지, 재정이 얼마나 더 확장될지, 정부가 경기 방어를 위해 어느 정도의 통화 약세를 감수할지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2025년 7월 31조8000억원 규모 추경을 통과시켰고, 2026년 3월에는 다시 25조원 안팎의 추경 편성 방침이 거론됐다. 외환시장에서 이런 신호는 단순한 경기 대응이 아니라 “원화가 더 흔해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읽힐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신호가 한 방향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추경과 유동성 확대 기대가 원화의 희소성을 약화시키는 신호로 읽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증시 부양책이 분명한 호재로 작동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배당 확대 유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상법 개정, 불공정거래 엄단 같은 증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고,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로이터는 이 같은 개혁 기대 속에 코스피가 2022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올해 2월 상법 개정 역시 한국 증시 재평가 기대를 키운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반전이 생긴다.
주식은 띄우겠다는 신호가 나왔는데, 돈의 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산업도 버티고 증시도 띄웠는데 원화는 약했다. 그렇다면 시장은 산업이나 주가보다 통화와 정책의 방향을 더 불안하게 읽었다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원화 약세는 “산업이 약해서 생긴 결과”라기보다 “돈이 더 풀릴 것이라는 기대와 정책 신호가 통화의 신뢰를 먼저 깎은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증시 부양은 반론이 아니라 오히려 보강 근거다. 자산시장 호재가 있었는데도 원화 약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 흐름을 읽는 데 중요한 대형 변수였다.
국민연금은 2026년 자산배분 조정에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높이고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낮췄다. 이는 구조적으로 달러 매수 수요를 줄여 원화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조정이다.
실제로 로이터는 이 조정 발표 뒤 원화가 하루 2%가량 강세를 보였고, 그동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원화에 부담을 줘왔다는 평가를 전했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회귀와 환헤지 강화는 분명 원화 방어 요인이었다.
그런데도 원화 약세는 추세를 만들고 있다. 이 대목이야말로 핵심이다.
산업은 버티고, 정부는 증시를 띄우고,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높이며 환헤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화가 약하다면, 이는 단순한 외부 충격이나 일시적 수급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 심리가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시장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보다 한국 정책의 방향과 지속 가능성을 더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돈의 양도 문제지만, 그 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신뢰가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이 점은 미국과 한국 통화당국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26년 1월, 원화 약세가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역시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이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과 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통화가 과도하게 약하다면, 문제는 산업 경쟁력 자체보다 원화 수급, 유동성 기대, 정책 신호, 그리고 시장 심리에 더 가까워진다.
결국 지금의 원화 약세는 산업 경쟁력 붕괴의 결과가 아니다. 산업은 버티고 있는데 통화가 먼저 무너졌다면, 문제는 공장 안이 아니라 공장 바깥에 있다.
더 풀릴 돈에 대한 기대, 이를 키운 추경 심리, 증시 부양과 국민연금 회귀에도 꺾이지 않은 정책 불신, 그리고 그 신호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 시장 심리가 원화의 신뢰를 깎아낸 것이다.
환율 1500원대와 실질실효환율 최하위권은 그 결과다. 통장 숫자는 남아 있을지 몰라도 그 돈의 힘은 줄었다.
이재명 정부 10개월 동안 시장이 먼저 깎아내린 것은 원화의 가격만이 아니라 원화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산업이 강하다니?
주가지수만 오르면 산업이 강한 것인가?
지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정말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분석? 월 알고나 분석하는 것인가?
김영 기자는 산업이 버텼다고 했지만, 현실은 반도체 분야 외에는 모두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또 상법개정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드렸다고 했는데, 이건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한국경제는 지금 파산 일보 직전이다. 반도체만 삐끗하면 바로 파산이다. 다른 것은 정부가 어떻게 막아도 환율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드러난 것이다.
경제도 모르는 사람이 경제기사를 쓰니 이런 헛소리가 나오는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