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달석 작 '구국의 기도'. 예술섬갤러리
이야기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출신 양달석(1908~1984) 화백은 서울 황학동에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담긴 일본 잡지와 만나게 된다. 잡지에는 장군이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그린 삽화가 실려 있었다.
비록 일본인의 시각으로 그린 작은 삽화였지만, 그 안에 담긴 장군의 엄숙한 기개에 깊은 감명을 받은 양 화백은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이순신 상을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양달석은 그날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이순신 장군을 그리는 데 몰두한다.
우연이지만 양달석 자신도 6.25전쟁 중에 대한민국 해군 대위로 참전한 이력이 있었다
미국 미술 잡지에 게재, 쏟아진 찬사
그렇게 완성된 이순신 장군상은 예상치 못한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의 권위 있는 미술 전문 잡지에 이 작품이 소개되면서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동양적 기백과 정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극찬을 받은 것이다.
특히 1950년대 전후, 한국의 예술가가 세계 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이 소식은 국내 화단에도 전해져 양달석이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굴곡진 인생사, 그리고 ‘자식 복’에 웃다
경향신문 1970년 4월22일자 기사에는 화가의 삶 이면에 있는 양달석 개인사도 짧게 언급하고 있다. 양 화백은 한때 가난 속에서 아내와 사별하는 등 모진 풍파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그의 자식들은 훌륭하게 커 주었다.
양달석의 장남은 26세의 나이에 미국에서 원자력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촉망받는 과학자로 성장했으며 차남은 미국에서 연극학 석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여 국내 예술계 거목으로 성장했다.
양달석은 “험난했던 예술가의 길을 묵묵히 걸은 끝에, 자식들의 성공을 지켜보며 지난날의 고통을 보상받는 듯한 감회에 젖어 있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한편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동마을 갤러리 예술섬 2갤러리에서 1일부터 19일까지 ‘목동과 낙원을 그린 거제 화가 양달석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거제 해조음미술관(하청면) 양달석미술관(사등면)에서 소장 중인 작품 70여 점을 모아 특별전으로 꾸몄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을 포함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순신이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최후의 기도’ 작품도 볼 수 있다.
양달석 전이 열리는 거제 예술섬갤러리.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