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임명신 국제이슈] 이란식 통행료는 “21세기판 해적질”… 힘의 우위 통한 평화 필요한 이유
  • 임명신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 등록 2026-04-17 13:43:40
기사수정

인간의 생명권이 권력의 시혜가 아니듯, 바다 위 자유항행 역시 어느 연안국이 베푸는 특혜가 아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 외무장관 비비안 발라크리슈난이 지난 7일 자국 의회에서 호르무즈 통항은 ‘권리이지 특혜가 아니라고 짚었다.

 

이는 말라카해협을 낀 싱가포르가 이란과 안전통항료 협상에 나설 것이냐는 공개 질문을 받자, 자유항행이 ‘바다의 헌법’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골자라는 점을 강조해 답변한 내용이었다.

 

인간의 생명권이 권력의 시혜가 아니듯, 바다 위 자유항행 역시 어느 연안국이 베푸는 특혜가 아니다.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이란식 통행료 발상을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다. 바닷길에 값을 매겨 통과를 허가제로 바꾸려는 이란의 행태는 국가 명의로 벌이는 21세기판 해적질이다. 

 

문명세계가 될수록 이런 행위는 억제됐고 특히 지난 약 80년간 미 해군력이 지탱해 온 전 세계 항행의 자유는 인류를 널리 이롭게 했다. 공공재인 국제해협에 대해 ‘우리 허락을 받은 배만 지나가라’ 식의 선별 통과와 경제적 대가를 결합한 것이 해적행위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

 

미국의 역봉쇄는 ‘항복 압박’ 측면에서 읽혀야

 

호르무즈를 둘러싼 주도권은 이미 미국 쪽으로 크게 기울었고, 이란이 행사할 수 있는 게 확연히 줄었다. 미국 봉쇄가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쪽에서 집행 중이며 첫 24시간 동안 6척이 되돌아갔다고 한다. 

 

이란의 교란과 협박이 계속될 수는 있으나, 해상교역 전체를 자기 뜻대로 통제할 국면은 아니다. 이란 측의 호르무즈 봉쇄란 위협 단계에서는 카드였지만 미국의 역봉쇄가 가동된 지금, 지렛대 효과는 대폭 약해졌다.

 

미 중부사령부의 12일 발표에 따르면 이란 항만을 드나드는 모든 해상교역만 차단될 뿐, 비(非)이란 목적의 선박엔 자유항행이 지속된다. 

 

미국의 역봉쇄는 협상 우위를 위해 이란의 해상 수출입 숨통을 조이고 있다. 로이터에선 이 조치가 하루 약 200만 배럴 규모의 이란 원유 수출을 멈춰 세우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역봉쇄는 이란이 뒤흔든 질서를 되돌리기 위한, 강압적이지만 명분 있는 행위로 해석된다.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의 전형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 삼아 통행세를 받겠다는 쪽이 먼저 있었고, 그 대가를 스스로 치르도록 하겠다고 나선 게 미국이다. 

 

‘남의 배를 붙잡아 돈을 뜯는 전략’에 대해 ‘그럼 당신들 항만부터 막겠다’고 응수한 셈이다. 호르무즈를 돈벌이용 협박 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중국, 강경한 목소리 한편으로 “러브레터”

 

중국은 미국의 역봉쇄가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로이터가 정리했듯, 전쟁 전 제재 하의 이란에게 원유 수출 최대 고객은 중국이었다. 중국 정유업자들이 이란산 경질유를 정상가의 오만산보다 배럴당 약 8~10달러 싸게 들여왔고, 2월 그 할인폭이 1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는 중국 독립계 정유사들의 원가 경쟁력을 떠받쳐 온 토대다.

 

유엔안보리 표결에서도 속내가 드러났다. 7일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호르무즈 상선 보호를 위한 국제공조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당 결의안이 ‘무력사용 허용’ 문구를 뺀 완화본이었음에도 결국 무산됐다. 

 

보편적 자유항행 질서 복원에 힘을 싣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란 편을 든 셈이다. 중국의 미국 역봉쇄 비판은 자신이 누려 온 그림자 거래 혜택을 아쉬워하는 소리로밖엔 안 들린다.

 

중국 군부가 자국민 들으라는 듯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동안, 이 사안을 둘러싼 미·중 정상 사이엔 교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15일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호르무즈가 불안정한 사태에 빠져든 이후 중국이 몰래 이란에 무기를 보낸 정황을 파악하고 “그러지 말라”는 편지를 보냈더니 시진핑이 ‘아름다운 답신’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화면 자막은 “시진핑, 트럼프에 러브레터”였다. 또 트럼프는 SNS에서 자신이 호르무즈를 ‘영구히 열고’ 있으며 시진핑이 몇 주 뒤 자신에게 ‘큰 포옹’을 할 것이라고도 썼다.

 

미국, 이란의 해상 돈줄 어떻게 조일까

 

미국의 역봉쇄는 일반 상선 전체를 향한 무차별 조치가 아니라 이란 항만을 드나드는 해상교역과 원유 수출망, 이를 떠받쳐 온 중국계 금융·해운 네트워크를 겨냥한 ‘항복 압박’으로 읽는 게 정확하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국과 중국 은행들에 대한 2차 제재 가능성을 공개 경고한 상태다.

 

향후 전망의 핵심은 협상이 다시 열리느냐, 미국이 이란의 해상 돈줄을 얼마나 정밀하게 조이느냐에 있다. 백악관은 15일 파키스탄이 다시 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과의 2차 협의를 위한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협상 의제도 꽤 구체적이다. 미국은 이란 핵활동의 20년 중단을, 이란은 3~5년 중단과 제재 완화를 맞교환 카드로 내밀었으며, 호르무즈 오만 측 수역의 안전통항 문제도 함께 논의되는 중이라고 전해진다.

 

요약하며 이렇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인질극 무대로 바꾸려 했고, 미국은 역봉쇄로 그 대가를 이란 정권에 돌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반발한 것은 고상한 원칙론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려 온 할인 원유, 제재 우회, 저가 조달의 구조가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인류 공영의 기본권 중 하나인 자유항행이 이란의 해적질로 무너질 뻔한 상황에서 미국이 나섰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호르무즈 사태의 기본 독법이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정기구독배너
stx=&sst=wr_datetime&sod=asc&sop=and&page=4" class="txtOver1">[신동춘 칼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이란 전쟁은 어떻게 결말 날 것인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