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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국제이슈] 트럼프 ‘더 이상 협상쇼는 없다’… 이란엔 ‘항복 권고’, 중국엔 ‘뒷문 폐쇄’
  • 임명신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 등록 2026-04-26 14: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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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2차 이슬라마바드 협상팀 출국을 막았다. “우리에겐 모든 카드가 있고 그들에겐 아무 카드도 없다”며 ‘할 말 있으면 전화하라’ 한 것도 외교적 수사라기보다 ‘전세 선언’에 해당한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의 파키스탄행이 취소되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파키스탄 측과만 만난 뒤 이슬라마바드를 떠났다. 어차피 이란과 미국 대표가 각각 다른 방에 앉아 중재국이 양자 사이를 오가는 간접 만남으로, 이란이 줄곧 고수해 온 협상 방식이다.

 

전화번호 알고 중재자도 있으며 제안서까지 다 오갔다. 그런데 미국 대표가 다시 이슬라마바드로 날아가면, 이란을 설득하러 간 것처럼 보이고 협상판 주도권이 테헤란 쪽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트럼프가 바로 그런 그림을 끊어 낸 것이다.

 

이란 협상파 압박하면서도 살려주기

 

이번 결정은 이란 협상파에 대한 압박인 동시에 역설적 지원으로 해석된다. 아락치 장관,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협상 필요성을 방어하는 가운데 혁명수비대(IRGC)가 이들을 비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인터내셔널 21일자는 IRGC 세력마저 최소 두 갈래로 갈렸다고 분석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신임 IRGC 사령관과 모함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최고국가안보회의 서기 쪽 강경파, IRGC 고위직 출신이지만 실용파에 속한 갈리바프 쪽이다. ‘타협파에게 죽음을’ 같은 구호, ‘아락치 탄핵론’ ‘갈리바프 의장직 흔들기’ 등 이미 내부 숙청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현재 트럼프의 대(對)이란 메시지는 이렇게 읽힌다. 살아남으려면 항복하라, 미국은 이란 내부 권력투쟁의 관객 노릇을 하지 않겠다, 협상파를 존중하라.

 

투스카호(號)의 비밀… 이란만큼 아픈 중국

 

투스카호 사건은 이란 항만·해상 봉쇄가 헛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미 중부사령부는 19일 아라비아해에서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호가 반다르아바스로 향하던 중 미 구축함 스프루언스호에 의해 저지됐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이 6시간 동안 투스카호에 반복 경고했으나 따르지 않자, 엔진실 대피를 지시한 뒤 5인치 함포 사격한 다음 해병대를 올려보내 선박을 장악했다.

 

로이터 20일자엔 투스카호가 군사적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품을 실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제재 대상인 이란국영해운(IRISL) 계열 선박인 투스카호는, 추적 자료상 이달 11~12일엔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부근에서 컨테이너를 추가 선적했으며 앞서 중국 타이창항(3월25일), 가오란항(3월29~30일)을 들렀다. 

 

가오란항은 미사일 고체연료 원료 선적 거점으로 지목돼 온 곳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7일 IRISL 소속 선박들이 가오란항에서 선적한 화물은 고체로켓 연료 핵심 전구체인 과염소산나트륨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투스카호 화물 확인 작업 중이며, 제재 대상 물자가 발견될 경우 대이란 압박은 강해지고 대중국 2차 제재 명분 역시 커진다.

 

중국의 저가 원유 상실과 2046년 구상 붕괴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이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선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 중국 원유 구매량의 약 13.6%에 이른다고 짚는다. 비축유와 대체 수입선이 충격을 완화해도 장기 봉쇄와 2차 제재를 버티긴 힘들다. 다급해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중동의 대표 친미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전화 면담을 갖고 호르무즈 정상 통항을 촉구했으나 상황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기 구상의 붕괴다.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이란 간 25년 협력협정에 따라 중국이 최대 4000억 달러(500조 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나 미 제재 탓에 실제 집행은 제한적이었다. 중국으로선 일대일로 서진 주축, 중동 영향력, 반미 에너지 핵심 거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헤그세스의 봉쇄, 베센트의 돈줄 차단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이란 항만·선박 봉쇄가 “필요한 만큼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그는 이란이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방식의 핵 포기’를 하지 않으면 취약한 경제가 미국의 압박 아래 무너질 것이라며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 또한 이란 영토를 출발·도착지로 한 선박에 봉쇄가 적용되며, 투스카호뿐 아니라 이란 연계 선박들도 차단됐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역할은 자금줄 끊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4일 중국 독립계 정유사 헝리석유화학 다롄 정유소와 이란 그림자 선단 관련 해운사·선박 약 40곳을 제재했다. 베센트는 “이란 정권에 금융 목조르기를 가하고 있다”며, 이란 원유를 세계시장으로 나르는 선박·중개상·구매자 네트워크 차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란과 중국에게 치명적 타격이다.

 

따라서 트럼프 발언은 이렇게 번역된다. 협상을 부정하지 않지만 시간벌이 무대로 내주진 않겠다. 다시 말해, 협상장에 나오건 말건 원유 수출길은 막히고 그림자 선단 추적이 이뤄진다. 중국 정유사와 은행들에겐 2차 제재의 공포가 덮칠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미국보다 이란과 중국 측 부담이 힘겨워질 구조다. “전화하라!” 이 말은 협상 초대장이 아니다. 최후통첩의 반복, 즉 이란엔 ‘항복 권고’이자 중국에겐 ‘뒷문 폐쇄’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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