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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山의 시사읽기] 진보 20년의 시작, 보수는 무엇을 할 것인가?
  • 松山 작가
  • 등록 2026-06-05 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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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문화 권력자들을 탐구한 책들. 

대한민국 현대정치는 건국 이후 오랫동안 보수 세력이 주도해 왔다. 이승만 정부의 건국,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전두환 정부 시기의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국가 골격은 형성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같은 진보 정권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 운영의 기본 방향과 사회 전반의 주도권은 대체로 보수 진영이 쥐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많은 문제와 논란이 있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그러한 역사적 축적 위에서 만들어졌다.

 

정치적 승리는 축적된 문화적 영향력 위에서 가능

 

오늘날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흐름은 분명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 자체가 아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권력의 이동이 사회 전반의 변화와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보수 인사들은 선거 결과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사회는 선거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과 출판, 언론과 문화예술, 시민단체와 학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정치는 그 결과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진보 진영은 상당한 강점을 축적해 왔다. 진보 세력은 정권을 잡지 못했던 시기에도 대학과 출판계, 시민사회와 문화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정 정책이나 정당을 넘어 역사관과 사회관, 국가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치적 승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적 영향력 위에서 가능해진 측면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앞으로의 20년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현재의 흐름이 지속되고 문화적 영향력 위에 정치권력까지 안정적으로 결합된다면 대한민국은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진보 세력이 장기간 사회적 주도권을 행사하는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다.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치와 담론의 변화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보가 집권하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진보 20년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국가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획일성이 등장할 것인가? 경제는 성장할 것인가? 복지국가로 이동할 것인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더욱 강화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정의될 것인가?

 

지금은 누구도 답을 알 수 없다. 역사는 언제나 결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승만 시대도, 박정희 시대도, 전두환 시대도 결국은 그들이 남긴 결과로 평가받는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이후의 시대 역시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었는가에 의해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아마도 20년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 실험의 출발선에 서 있다.

 

앞으로는 정권투쟁 아니라 문화 진지전이다

 

그렇다면 보수 진영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정치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여 온 힘은 국회 의석수와 대통령 권한만이 아니었다. 학교와 출판, 방송과 영화, 시민단체와 학계,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서 축적된 영향력이 사회의 방향을 바꾸어 왔다.

 

진보 진영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권을 잡지 못한 시기에도 문화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교실과 강단에서, 책과 공연에서, 영화와 방송에서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세계관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적 승리는 그 결과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만약 앞으로 진보 세력이 장기 집권하는 시대가 열린다면 보수 진영 역시 선거만 바라보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거는 몇 년에 한 번 치러지지만 문화는 매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정권은 바뀔 수 있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젊은 시절 형성된 가치관은 오랫동안 남는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정권투쟁이 아니라 문화 진지전이다. 더 많은 책을 쓰고, 더 많은 연구를 축적하고,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더 많은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상대를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사회 속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비난보다 생산이 중요하고, 분노보다 축적이 중요하다.

 

진보 세력이 과거 보수 정권 시절에도 문화 영역에서 긴 호흡으로 움직였던 것처럼, 보수 역시 미래 세대를 향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선거 경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관과 국가관, 자유민주주의의 의미와 공동체의 방향을 둘러싼 긴 문화적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는 선거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교실에서, 책장에서, 문화 속에서 먼저 결정된다. 진보 20년을 이야기한다면 보수 역시 20년을 내다보는 문화진지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경쟁이 될 것이다.





◆ 松山(송산)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를 펴냈다. 松山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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