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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800조 호남 반도체의 진실 ③ 전력판 뒤의 그림자
  • 김영 기자
  • 등록 2026-07-02 12: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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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안풍력은 전체 전력 해법이 아니라 RE100 명분에 가깝다
  • 6.3GW 상시부하는 원전·한전망·백업전원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 블랙록 계열 신안풍력 허가와 AI·재생에너지 MOU, 시간표는 주목할 만하다

신안 해상풍력과 원전, 송전망, 글로벌 금융 빌딩이 한 화면에 배치돼 호남 반도체 뒤의 전력·자본 구조를 상징한다. 재생에너지는 명분이지만 6.3GW 상시부하는 원전·한전망·백업전원 없이는 설명되기 어렵다. [사진=한미일보 그래픽]목차

① 팩트체크

② 추가 증설 필요한가

③ 전력판 뒤의 그림자

 

“호남 반도체 뒤의 전력판… 신안풍력·원전·블랙록은 어떻게 만났나”

 

1편은 사실관계를 따졌다. 이재명 정부의 ‘800조 호남 반도체’는 확정 투자라기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공시상 장래계획·가이드라인·후보지·변경 가능성이 붙은 조건부 구상에 가까웠다. 

 

2편은 산업적 필요성을 물었다. 2026년 메모리 부족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2030년대 신규 팹 4기 추가 증설의 충분한 근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3편의 질문은 전력이다. 설령 호남 팹 4기가 필요하고 추진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무엇으로 돌릴 것인가.

 

반도체 팹은 전기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특히 메모리 팹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 전력 품질이 필요하다. 순간 정전, 전압 불안정, 주파수 흔들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수율과 장비 안정성, 고객사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호남 반도체의 핵심은 “호남에 재생에너지가 많다”는 홍보 문장이 아니다. 6.3GW의 상시부하를 누가, 어떤 전원으로, 얼마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본질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 4기와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인프라 대책으로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은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 활용”, 용수는 “다목적댐, 발전용수 등 다양한 대체 수자원 활용”을 제시했다. 정부 스스로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숫자는 더 분명하다. 연합뉴스는 서남권 반도체 팹 4기에 필요한 전력이 6.3GW, 용수가 하루 65만t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6.3GW는 대형 원전 약 4.5기의 설비용량에 해당하고, 하루 65만t은 국민 212만5000명이 하루 쓰는 물 규모다. 

 

이 전력 규모를 1년 내내 쓰는 상시부하로 단순 환산하면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551억8800만kWh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kWh당 181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기료만 연간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실제 부담액은 계약 방식과 요금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기료가 반도체 원가의 핵심 변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미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120원대라는 비교까지 감안하면, 전기료 차이만 연간 3조원대 원가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신안풍력이 등장한다. 호남 반도체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명분은 RE100이다. 서남해안에는 풍력과 태양광 잠재력이 크고, 신안 해상풍력은 그 상징이다. 

 

전남 신안군 해역에는 2033년까지 10개 단지, 총 3.2GW 규모의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 산업통상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심의회를 거쳐 지정됐다. 정부 자료는 이를 민관협의회와 공동접속설비를 통해 추진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신안풍력은 호남 팹 전력의 전부가 될 수 없다. 3.2GW 또는 장기적으로 거론되는 8.2GW는 설비용량이다. 풍력은 바람이 불 때 출력이 나오는 변동성 전원이다. 

 

반도체 팹에 필요한 것은 정격용량이 아니라 24시간 확정 전력이다. 따라서 신안풍력은 호남 반도체의 전체 전력 해법이라기보다 RE100 대응과 지역 에너지 명분을 보강하는 보조축에 가깝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호남 반도체의 전력 방정식은 세 겹이다. 앞면에는 신안풍력과 재생에너지 명분이 있다. 중간에는 원전과 한전망이 있다. 뒷면에는 ESS, LNG 백업, 계통 안정화, 송전망 증설, 전기요금 체계가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원전 활용”을 함께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팹은 바람이 불 때만 돌아가는 공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전은 이 전력판의 실질 버팀목이다. 호남에는 한빛원전이라는 기존 대형 기저전원이 있다. 또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 인프라 대책에서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과 함께 원전과 SMR 적극 활용, 송전망 확충, 계통안정화 설비 확충,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결국 호남 반도체의 에너지 명분은 재생에너지지만, 6.3GW 상시부하의 실질 해법은 원전·한전망·백업전원을 포함한 복합 전력체계다.

 

문제는 비용이다. 


원전과 송전망은 공짜가 아니다. 원전 설비 투자와 계속운전 비용은 우선 한수원 재무에 반영된다. 그러나 한수원은 한전그룹의 핵심 발전 자회사다. 송전망 보강과 계통 안정화 비용은 더 직접적으로 한전의 장부와 연결된다. 

 

이미 한전은 206조원대 부채를 안고 있고, 2026년 3분기 전기요금도 동결됐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13분기 연속, 산업용 전기요금은 7분기 연속 동결된 상황이다. 반도체용 대규모 전력망·공동접속·계통안정화 비용을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기업 원가, 한전 적자, 국민 전기요금, 정부 재정 중 하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해상풍력도 마찬가지다. 풍력발전기는 바다에 세운다고 끝나는 설비가 아니다. 해저케이블, 변전소, HVDC, 공동접속설비, 계통 안정화 비용이 붙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해남지역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추진으로 기존 703km 규모 접속선로가 287km로 줄고, 총 투자비가 기존 개별접속 대비 약 3조6000억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해상풍력 전기가 애초부터 값싼 전기가 아니라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전제로 한 전기라는 뜻이다.

 

여기에 블랙록이 들어온다. 

 

블랙록은 2021년 한국신재생에너지개발운용지주회사, 즉 KREDO홀딩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KREDO홀딩스는 2GW 이상의 신규 해상풍력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개발사로 소개됐고, 블랙록 리얼에셋의 첫 국내 해상풍력 투자처가 됐다. 블랙록은 KREDO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향후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블랙록 계열 신안풍력은 한 차례 제동을 받았다. 2024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는 블랙록의 손자회사인 크레도오프쇼어가 신청한 신안 해상풍력 발전사업 5건을 불허했다. 이유는 재무능력 입증 자료 부족과 전력계통 연계 문제였다. 당시 사업 규모는 약 2GW, 사업비는 10조원가량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2025년 6월 흐름이 바뀌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는 6월 27일 심의에서 서해안 해상풍력 7개 사업, 약 2.7GW 규모 발전사업을 허가했다. 이 가운데 크레도오프쇼어가 개발하는 신안 블루자은, 블루임자, 블루신의, 블루비금1·2 등 5개 사업은 각각 400MW, 합계 2GW 규모였다. 

 

2024년 계통과 재무 문제로 불허됐던 블랙록 계열 신안풍력 2GW 프로젝트가 1년여 뒤 허가 테이블을 통과한 것이다.

 

이어 2025년 9월, 이재명은 뉴욕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을 만났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GIP의 아데바요 오군레시 회장과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도 함께했다. 정부는 블랙록과 국내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MOU를 체결했다. 

 

자료는 블랙록이 12조5000억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며,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xAI 등과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성해 글로벌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간표는 주목할 만하다. 

 

2025년 6월 블랙록 계열 크레도오프쇼어의 신안풍력 2GW 사업이 허가됐다. 2025년 9월 이재명은 블랙록 회장을 만나 AI·재생에너지 인프라 MOU를 체결했다. 2026년 6월 정부는 호남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서남권 반도체 전력 해법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제시했다. 

 

직접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안풍력, AI 인프라, 재생에너지, 호남 반도체는 모두 같은 전력·자본 축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 사안은 단순히 “호남에 반도체를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신안풍력은 호남 반도체의 RE100 명분이 된다. 원전과 한전망은 24시간 상시부하를 떠받치는 실물 전력축이 된다. 

 

블랙록 같은 글로벌 인프라 자본은 재생에너지와 AI 인프라를 장기 수익자산으로 본다. 호남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만들고, 신안풍력과 송전망이 인프라 투자판을 만들며, 정부 MOU가 그 연결고리를 제도화하는 구조다.

 

그러나 국민이 물어야 할 질문은 간단하다. 

 

6.3GW 전력을 누가 공급하는가. 원전·송전망·공동접속·백업전원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삼성과 SK인가, 한전인가, 국민인가. 신안풍력으로 포장된 재생에너지 명분 뒤에 원전과 한전망, 글로벌 인프라 자본의 수익 구조가 숨어 있다면, 정부는 그 비용표부터 공개해야 한다.

 

호남 반도체의 전력 논쟁은 “신안풍력으로 다 되느냐”가 아니다. 정부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재생에너지는 명분으로 쓰고, 안정 전력은 원전과 한전망으로 보완하며, 그 비용은 누구에게 넘기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800조 호남 반도체’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한전 장부와 글로벌 자본 위에 세워진 정치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3편의 결론은 분명하다. 신안풍력은 호남 반도체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팹은 상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팹은 24시간 전력, 저렴한 요금, 안정된 계통, 초순수, 숙련 인력, 협력사 생태계로 돌아간다. 

 

호남 반도체의 진짜 전력판은 신안 바다의 풍차가 아니라 원전·한전망·전기요금·글로벌 인프라 자본의 결합 구조에 있다. 정부가 이 비용표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800조 호남 반도체’는 미래산업 전략이 아니라 국민이 나중에 청구서를 받아드는 정치산업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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