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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여행지] ‘세 가지 색 빨강’… 강릉, 영월 그리고 삼척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8-27 18: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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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바닷가 언덕에 들어선 3만 평짜리 초대형 갤러리
  • 영월의 술샘박물관, 삼척 폐업 조선소에도 새 생명 선물

하슬라아트월드 상설전시.

‘세 가지 색: 레드’(1994)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연작 영화다. 프랑스 국기의 삼색 중 ‘박애’를 주제로 한다. 빨강은 피, 불, 태양과 직결되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인간의 특별한 권위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돼 왔다.

강원도에도 세 개의 빨강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강릉의 빨강이 있다. 강릉의 빨강은 자연, 사람, 예술의 공존을 강조한다. 그리고 영월의 빨강은 ‘만물의 부활’의 의미를, 삼척의 빨강은 강원도의 열정을 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세 곳의 빨강이 단 두 사람의 용기와 신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바로 강릉 출신 최옥영 작가와 그의 아내 박신정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강릉 바닷가의 하슬라아트월드

시작은 강릉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동진 언덕이었다. 그들은 서울에 쓸만한 아파트를 장만하는 대신 강릉 바닷가 땅 3만 평을 구매했다. 그리고 그곳을 조금씩 예술가의 언덕으로 만들어 갔다. 대지미술이라는 개념이 희박했을 때였고 뮤지엄호텔이란 것도 없을 때였다.

하슬라아트월드의 야외 전시장과 실내 뮤지엄. 

아니 호텔사업 자체가 대기업의 영역이었고 대지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은 공공기관에서나 벌이는 일이었다. 둘 다 개인이 벌이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막막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지미술은 자연을 캔버스 삼아 거대한 예술품을 전시하기 때문에 장소적 특성상 상업화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옥영·박신정 부부는 굳센 신념으로 24년째 뮤지엄호텔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하슬라아트월드의 ‘하슬라’는 고구려 시대 강릉을 부르던 이름이다. 

하슬라아트월드의 통합 관람권은 성인 기준 2만2000원이다. 서울의 상업 갤러리에 비해 다소 비싸게 느껴지지만 뮤지엄호텔, 야외조각공원, 아비지 특별갤러리, 현대미술관 1·2·3관과 피노키오박물관, 레스토랑, 오션스퀘어카페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어 값어치는 충분하다. 실제로 주말이면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호텔 자체가 작품… 세면대부터 제각각

하슬라아트월드의 아비지 특별갤러리는 경주 황룡사9층목탑을 제작한 백제의 천재 건축가 ‘아비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스테이플러 침으로 만든 거대한 하마 조각(양태균 작)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하슬라아트월드 뮤지엄호텔은 객실 내부가 전부 다르게 디자인됐다. 아래는 호텔 브런치 조식.

아비지 갤러리는 현대미술관 1·2·3관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이곳 현대미술관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설치미술과 만날 수 있다. 거울·꽃·액자 등 여성스러운 소재가 돋보이는 작품을 비롯해 관람객이 직접 조종하고 움직이고 연주하고 사진 찍으며 놀 수 있는 키네틱 아트가 자리 잡고 있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피노키오박물관이다. 세계 각국의 피노키오와 마리오네트 인형 작품이 소장돼 있다. 동화 속 고래 뱃속을 재현한 독특한 전시실과,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로 움직이는 조각 작품 등 신기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둥근 창으로 유명한 돌벽 포토존 역시 하슬라아트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최근 개관한 오션스퀘어관은 ‘대지미술은 길이다’라는 최옥영 작가의 말처럼 촘촘히 세워진 수직 루버 사이를 걸으며 자연과 공간, 작품이 하나로 녹아드는 경험에 젖기 좋다.

여건이 된다면 하룻밤 하슬라아트월드 뮤지엄호텔에서 묵어갈 것을 추천한다. 독특한 것은 22개 객실이 전부 다 다르게 디자인됐다는 것이다. 침대부터 세면대, 욕조 등 객실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최옥영 작가의 예술혼이 배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은 동해를 환하게 드러낸 창이다. 

영월의 ‘핫플’ 젊은달와이파크

영월의 ‘젊은달와이파크’는 하슬라아트월드를 성공시킴으로써 주어진 상이다. 영월군은 주천면에 야심차게 개관한 술샘박물관이 특색 없는 공간성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하자 최옥영 작가와 박신정 대표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젊은달와이파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붉은 대나무’는 건축자재로 쓰였던 속칭 ‘아시바 파이프’를 재활용했다. 아래는 박신정(왼쪽) 대표와 최옥영 작가. 

‘젊은달’이란 젊은(Young)과 달(月)의 합성어로 ‘영월’이라는 지명을 새롭게 해석한 이름이다. 최 작가와 박 대표는 입구에 레드 파빌리온(붉은 대나무)을 들이는 등 공간 리모델링을 통해 이곳을 영월의 핫플레이스로 변모시켰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각지에서 예술과 호흡하기 위해 많은 이가 이곳을 찾는다. 

젊은달와이파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붉은 대나무’는 건축자재로 쓰였던 속칭 ‘아시바 파이프’를 재활용했다. 최옥영 작가의 기발함이 빛나는 대목이다. 최 작가는 “강릉의 ‘오죽’과 영월 ‘주천’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의 색인 녹색과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배우 손병호의 사회로 ‘흑멸백흥(黑滅白興), 천년의 사유’ 전 오픈식이 있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가수 김준선이 초대 가수로 출연해 행사의 흥을 돋웠으며 참여 작가인 △권학준 △위세복 △지오최 △추니박 △황주리 작가가 직접 행사장을 찾아 관람객과 호흡했다. 전시는 9월6일까지 계속된다.

배우 손병호(위)가 추니박 작가의 그림을 배경으로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고 있다. 가수 김준선이 지호최 작가의 그림을 배경으로 열창을 하고 있다.  

황주리 작가 전시공간

‘흑멸백흥(黑滅白興), 천년의 사유’ 전 오픈식에 참석한 참여작가들. 

삼척에 들어설 ‘아트 디즈니랜드’

삼척의 빨강은 아직 진행 중이다. 

강원도 삼척시는 삼척항 인근의 폐업 조선소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최옥영 작가 등 국내외 작가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도내는 물론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정라동 폐업 조선소인 옛 세광엠텍의 용지 21만여㎡와 건물 2동을 활용한다. 이곳은 ‘아트 디즈니랜드’(가칭)를 콘셉트로 내년 오픈이 목표다. 아직 공사 중이라 내부 출입은 어렵지만 외부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삼척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삼척  ‘아트 디즈니랜드’(가칭)의 외부와 내부 모습. 아직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글=임요희 기자

사진=조용수·임요희·하슬라아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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