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최근 사전투표지에 투표관리관의 사인을 직접 날인하지 않고 인쇄로 갈음하도록 한 현행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결정 주문만 보면 기존 판단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결정은 사전투표 제도를 둘러싼 헌법적 논의에 분명한 변곡점을 남겼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2023년 10월26일 선고된 2022헌마232 사건과 동일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사전투표관리관의 사인 날인을 인쇄로 갈음하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현행 규정이 곧바로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투표관리관이 직접 사인을 날인하는 방향의 입법적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선고된 이번 사건에서는 판단의 결이 달라졌다. 김형두 재판관은 김복형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관리관의 ‘사인 날인’이라는 행위를 예정하고 있으며, 이를 인쇄로 갈음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하위 규칙에서 인쇄날인을 허용한 것은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2023년 전원일치 기각과 달리, 이번에는 두 명의 재판관이 명확히 위헌 의견을 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헌법재판의 본질을 고려할 때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간통죄, 양심적 병역거부, 낙태죄 역시 과거에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사회적 인식과 사실관계가 축적되면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판단이 전환된 바 있다. 헌법재판관의 판단은 영구불변의 결론이 아니라, 그 시점에 공유된 사실과 국민 상식 위에서 형성된다.
특히 김형두 재판관은 새로운 사실관계와 국제 기준을 빠르게 수용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2023년 10월에는 입법적 개선을 권고하는 보충의견에 그쳤던 그가, 2025년 12월에는 위헌 의견을 명시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한 단계 더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더 주목할 대목은 김형두 재판관이 베니스위원회 정위원이라는 점이다. 베니스위원회는 선거의 전 과정이 투명하고, 참관 가능하며,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선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사전투표 제도는 투표자 수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전산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참관과 확인 과정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자 수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점, 투표소 안팎에서 확인이나 촬영을 시도할 경우 제지받는 사례, 사전투표지가 우체국에서 분류되는 과정에 대한 참관 제한 논란 등은 이미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이러한 구조적 허점은 선거의 공정성뿐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판단 역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재판관의 판단은 그 당시 알려진 사실과 사회적 인식,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이루어진다. 향후 사전투표 제도의 문제점이 더욱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나고 공론화될 경우, 헌법적 평가 역시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5년 12월 헌재 결정에서 드러난 위헌 의견은 사전투표관리관의 사인 날인을 인쇄로 갈음하는 관행이 더 이상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2023년 10월 전원일치 합헌에서 2025년 12월 위헌 의견 등장으로 이어진 변화는, 사전투표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번 결정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다음 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관리관의 사인 날인을 인쇄로 갈음하는 제도가 헌법이 요구하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헌법적 판단을 구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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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거주자 투표도 없애야 됨. 투표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국민과 외국국적에서 귀화한 사람에 한한다로 바꿔야 됨.
그래도 양심이 남아 있는 재판관이 있네
이래서 헌법재판소라고 쓰고 정치재판소라고 읽는 것이다.
이래서 헌법재판소라고 쓰고 좌파재판소라고 읽는 것이다.
이래서 헌법재판소라고 쓰고 쓰레기저장소라고 읽는 것이다.
사전선거 전자개표기 폐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