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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로 위헌을 넘다… ‘조희대의 승부수’
  • 김영 기자
  • 등록 2025-12-25 01: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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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법으로 밀어붙인 권력, 절차로 맞선 사법부
  • 내란전담재판부법과 대법원 예규의 정면 충돌
  • 마지막 변수 “탄핵인가 사법 자율인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이 국민의힘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통과시킨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법’을 두고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법률의 형식은 갖췄지만, 그 작동 방식이 사법부 독립과 재판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법을 둘러싼 싸움이 이제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면충돌이 아니라, ‘절차’와 ‘운영’이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법안 통과 전후로 공개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대법원 차원의 전담재판부 예규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모습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방어 전략이 읽힌다.

 

법은 만들었지만, 움직이게 하는 건 ‘절차’다

 

내란전담재판부법의 핵심은 특정 범죄 유형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하되, 그 구성 기준과 운영을 판사회의와 사무분담 절차에 맡긴다는 데 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엔 사법부 자율성을 존중한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이 구조는 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를 사법부 내부 절차에 깊게 의존하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판사회의가 단순한 관행 기구가 아니라 법원조직법에 근거한 법정 조직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전담재판부법이 판사회의를 명시했다는 것은, 법이 스스로 자신의 실행 조건을 사법부 내부의 합의 구조에 맡긴 셈이다. 이 순간부터 법의 운명은 입법의 영역을 벗어난다.

 

조희대의 전략, ‘충돌’이 아닌 ‘흡수’

 

조희대 대법원이 선택한 길은 정면 대결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맡기거나, 노골적으로 법 집행을 거부하는 방식도 아니다. 대신 대법원은 무작위 배당 원칙과 기존 재판부 구성 원칙을 유지하는 예규를 통해, 국회 법안의 효과를 절차적으로 흡수하려는 방향을 택했다.

 

이 예규는 내란전담재판부법과 기능적으로 유사해 보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법률이 ‘특정 사건을 위한 전담 구조’를 상정했다면, 대법원 예규는 ‘기존 배당 원칙 안에서의 전문성 강화’라는 틀을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법은 존재하지만, 그로 인해 재판의 성격이 급격히 바뀌지는 않는 구조다.

 

법조계에서 이 지점을 주목하는 이유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법을 무력화한다기보다는, 법이 헌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의 우려와 조심스러운 해석

 

법조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전담재판부법 자체가 재판 공정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특히 판사 배치 과정이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대법원이 예규를 통해 무작위 배당 원칙을 명확히 하면, 위헌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반복한 표현은 “검토 중”이었다. 그러나 이 짧은 말은 사실상 메시지에 가깝다. 즉각적인 반박도, 수용도 아닌 채, 사법부 내부 절차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신호다.

 

남는 질문 “승부의 끝은 어디인가”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질문이 따라붙는다. 만약 사법부가 예규와 판사회의 절차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법의 효과를 제한한다면,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이재명 정권이 사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탄핵은 또 다른 헌법적 충돌을 부른다. 그 순간 문제는 특정 법 하나가 아니라, 삼권분립의 근간으로 확대된다. 그래서 조희대의 선택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승부수에 가깝다. 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헌법 질서를 지키는 방식으로 법을 다루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법의 운명은 조문이 아니라 운영에 있다

 

내란전담재판부법을 둘러싼 논쟁은 하나의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은 법 조항이 아니라, 그 법을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의 문제다. 조희대 대법원의 전략은 ‘위헌 주장’이 아니라 ‘합헌적 무력화’라는 길을 택했다. 절차와 운영으로 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 법이 칼이 될지, 상징에 그칠지는 결국 대법원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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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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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TONE2025-12-25 20:48:26

    사법부는 전과5범에 5개 형사재판이 계류되어 있는 이재명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최소 5번 이상 있었음에도 눈 감고 넘어 갔다. 그 다음 난장판이 되어 가는 나라 꼴을 보면 제 정신을 가진 판사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몇달 전에도 막지 못한 것을 판사들의 밥줄지키기 위해 막아선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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