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특히 korearedflags.com 사이트를 중심으로 조목조목 차별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공유 중인 이 게시물에는 “한국 정부가 국내 기득권층과 중국공산당에 이익을 주기 위해 미국 기업과 그 임원들을 상대로 벌이는 괴롭힘 캠페인을 폭로합니다”라는 주장이 안내 문구로 붙어 있다.
이 페이지의 제목은 ‘Is Korea going the way of China?(한국은 중국의 전철을 밟고 있는가)’이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Korea Red Flags(한국적기, KRF)로만 되어 있다. 실제 운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사람들은 쿠팡 투자자 그룹이나 중국공산당을 견제하는 미국 내 우파 세력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누가 사이트 운영자든 현재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 말대로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업을 상대로 행해지는 한국 정부의 각종 조치들이 과연 미국 기업을 차별한 것이 맞을까?
3000건 대 3400만 건의 격차, 무엇?
“약 3000개 계정이 다운로드된 제한적이고 통제된 데이터 사고였음에도, 한국 정부는 이를 수천만 명의 피해자가 연루된 사건인 것처럼 허위로 왜곡했다.”
2025년 11월 발생한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쿠팡의 뉴욕 증시 주가가 약 27% 하락하자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korearedflags.com]
KRF의 이 주장을 틀리다고 하긴 어렵다.
다만 쿠팡과 한국 정부 양측의 견해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쿠팡이 ‘다운로드’에 초점을 맞추어 3000명 피해자를 언급했다면, 한국 정부는 ‘조회’ 건수를 기준으로 3400만 명 피해자를 계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버 공격자가 배송지 목록 페이지를 1억4800만 회 이상 조회했다는 언론 보도는 뭘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조회를 하는 게 가능할까. 만약 사람 손으로 이를 일일이 조회하려면 몇백 년이 걸린다. 심지어 쿠팡 가입자도 1억 명이 안 된다.
1억4800만 회 이상 조회했다는 것은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여러 차례 배송지 페이지를 열어보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양측은 서로의 주장이 왜곡되었다고 말하지만 유출의 기준을 ‘저장’으로 볼지 ‘조회’로 볼지는 시비를 가려야 할 문제다.
미국 기업이라서… 쿠팡에 대한 전례 없는 탄압
KRF는 지난 두 달 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기업을 겨냥해 12개가 넘는 정부 기관이 총동원되었고 쿠팡 사무실 전반에 걸쳐 정부 조사관이 전례 없이 대거 투입되었으며 사건과 무관한 압수수색·현장조사·점검 등 ‘행정적 공격’에 가까운 일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사진=SBS뉴스 캡처]
또 “쿠팡만을 대상으로 150명의 세무조사 전담 태스크포스와 86명의 경찰 태스크포스가 꾸려졌으며, 긴급 국회 청문회가 소집됐고, 쿠팡의 영업을 중단시키겠다는 공개적 위협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연금기금에 쿠팡 투자 철회 및 블랙리스트 등재를 압박하고 통상적인 자금조달·금융거래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아무런 위법 행위가 없는데도 쿠팡 경영진을 구속하거나 형사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KRF가 가장 분개하는 지점은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태도였다.
김민석이 규제 당국에 쿠팡을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결연함으로 추궁하라”고 촉구했으며 쿠팡에 대해 “빠져나갈 길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민석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지만 2025년 12월19일 업무보고에서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마피아 소탕으로 질서를 잡을 때 정도 각오로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KRF는 “이 대통령이 쿠팡에 ‘사업을 접을 정도로 가혹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시사했으며, 쿠팡에 대해 더 높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과징금 상향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 살펴보니 2025년 12월11일 대통령이 “이번에 ‘무슨 팡’인가 거기 그런 데도 막 어기잖아요. 그런 데는 처벌 전혀 두렵지 않을 겁니다”라고 쿠팡을 콕 집어 언급한 적이 있다.
또 그다음 날인 12일에는 갑질 기업에 대한 과징금과 관련해 “3년 중 가장 매출이 높은 해를 기준으로 3%를 부과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2024년 매출(41조 원)에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쿠팡에 대해 약 1조2300억 원의 과징금이 가능하다.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반복적 법 위반을 막기 위해 징벌적 과징금을 최대 10%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41조 원의 10%면 4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김민석과 대통령의 발언이 쿠팡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쿠팡 관련 사안을 다룰 때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아시아 기업에게는 어떤 강도의 처벌이 있었나
“카카오페이의 경우 2018~2024의 6년에 걸쳐 민감한 금융 정보를 포함해 4000만 명, 540억 건의 데이터 기록을 중국 기업(알리페이)으로 의도적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 조치는 약 1500만 달러(약 217억 원) 정도의 미미한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에 그쳤고, CEO에 대한 징계는 경고에 그쳤다.”
KRF 주장과 언론에 보도된 금액과는 차이는 있지만(오히려 미국 측 산정 금액이 더 높음) 약 200억 원에 준하는 과징금 내는 것으로 카카오페이 사건은 마무리됐다.
카카오페이, SK텔레콤, 업비트, 알리익스프레스 등 아시아 기업은 미국 기업만큼의 과징금을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 2025년 4월 2300만~2700만 명에 대해 고도의 민감 정보가 노출됐지만 규제 당국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범정부적 대응은 없었으며, 고위 정부 관계자가 회사의 영업 중단을 거론한 사례도 없었다.”
KRF 주장,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과징금이 SK텔레콤에 부과됐다는 말은 맞다. 앞서 미국 기업 퀄컴은 1조 원이 넘는 과징금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SK텔레콤은 1348억 원이라는 과징금을 맞았는데. 이를 두고 MBC는 ‘역대 최고액’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업비트 역시 2025년 11월 북한이 연루된 해커들이 고객의 암호자산 3000만 달러(약 430억 원) 이상을 탈취했고 사용자 데이터가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더 광범위한 단속이나 전면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KRF의 이 말은 맞을까. 국내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1월 경찰은 2019년 발생했던 업비트 이더리움 34만 개(당시 시가 약 580억 원, 현 시가로는 조 단위) 탈취 사건의 배후가 북한의 해킹 조직임을 확인했다. 말하자면 피해 규모가 더 컸다.
당시 한국 검·경이 미국 FBI와 공조해 자금 세탁 경로를 추적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를 환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KRF가 말하는 ‘광범위한 단속’의 범위가 애매하긴 하지만 쿠팡 수준의 엄격한 조치는 분명 아니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5년 10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민감 정보가 포함된 해킹이 발생했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금전적 손실이 동반된 데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당국에 허위 진술을 제출했다는 보도가 있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맞는 주장이다.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025년 10월 입점 판매자(셀러) 계좌 정보가 해킹돼 정산금 86억 원을 가로채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제재를 가하기보다 재발 방지를 요구한 정도로만 보도돼 미국 기업으로선 충분히 차별받는 느낌을 받을 만 했다. 그밖에 2024년 7월, 개인정보위가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해 19억7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정도가 있었다.
다른 미국 기업은 어떤 차별을 당했나
KRF는 “쿠팡은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 수년간 미국 기업들, 특히 기술 및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기업들은 한국에서 △선택적 법 집행 △과도한 처벌 △규제를 악용한 괴롭힘에 직면해 왔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구글과 퀄컴을 들었다.
퀄컴은 2016년 12월 삼성, LG 등 휴대폰 제조사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약 1조3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진=YTN뉴스 캡처]
2025년 SK텔레콤에 부과된 1348억 원 과징금에 대해 MBC는 ‘역대 최고’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앞서 퀄컴은 1조300억 원대 과징금을 맞은 적이 있다. [사진=MBC뉴스 캡처]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5년 공정위는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묶어 파는 행위에 대해 약 300억 원 수준의 ‘상생 지원 방안’ 형식의 제재가 있었다.
2024년 1월에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가 22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2022년 구글이 이용자 동의 없이 행태 정보를 수집하여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행위에 대해 69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023년에는 구글이 앱 마켓 경쟁사인 ‘원스토어’ 출시를 막은 건으로 역시 현재까지 관련 과징금이 논의 중이다.
퀄컴의 경우 2016년 12월 삼성, LG 등 휴대폰 제조사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약 1조3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퀄컴은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3년 4월 대법원은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금액은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2023년 기준 공정위 과징금 톱10 중 압도적 1위였다. 당연히 SK텔레콤의 1348억 원(2025년)은 MBC가 주장하듯 역대 최고 과징금이 될 수 없다.
또 별도로 퀄컴은 2009년에도 공정위에서 CDMA 관련 문제로 기소당해 2019년 3월 말에 확정된 2245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맞은 적도 있다.
“한국에서 쿠팡의 기여도 결코 작지 않다”
“지난 10년간, 미국 쿠팡은 거의 10만 명에 달하는 인력 고용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고용주로 꼽힌다.”
KRF의 이 주장은 사실이다. 쿠팡은 2024년 말 9만9881명을 고용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9만 명을 돌파하며 현대차의 7만2757명(2025년 6월)을 앞질러 고용 2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용 1위 기업은 약 13만 명의 삼성전자다.
KRF는 수십 년간 한국과 미국이 구축해 온 경제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기업은 가치로 경쟁해야 한다. 성공은 정치 보복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2025년 발의된 한국의 디지털 법안은 중국 기술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