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당하는 췌장 살리려면 채소, 해조류, 버섯, 콩류 등 자연식 위주의 식단 구성으로 췌장에 휴식을 주는 게 좋다.생활습관병으로 지칭되는 고혈압, 당뇨, 비만, 암의 바탕에는 췌장(이자)의 혹사가 있다.
췌장은 ‘소화’와 ‘혈당 조절’이라는,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두 가지 일을 한다.
하루 약 1.5L의 소화액을 분비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하고, 인슐린을 분비해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잔여 열량을 체내에 비축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 중차대한 일을 길이 15cm 전후, 무게 100g 정도의 이 작은 장기가 해내는 것이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췌장 크기가 약 12% 작고 지방 함량은 22.8%가량 높아 당뇨에 더 취약하다.
갈수록 당뇨 환자가 느는 것은 췌장은 한국인의 것 그대로인데 식생활은 서구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노년이 되면 가뜩이나 작은 췌장인데 기관도 나이를 먹으니 그 기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췌장은 소화액과 소화효소를 분비한다
젊었을 때는 과식·폭식·야식을 해도 소화액과 소화효소가 잘 분비돼 인체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노년의 과식·폭식·야식은 노인에게 추가 근무를 시키고 야근을 시켜 과로로 내모는 것과 같다.
기름진 음식이나 차가운 음식, 불규칙한 식사, 잘 안 씹는 습관도 문제가 된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를 더디게 해 췌장의 부담을 늘리며 차가운 음식은 효소의 활성화를 방해해 췌장이 그만큼 더 많은 소화효소를 분비하게 만든다.
불규칙한 식사 역시 췌장의 쉬는 시간을 빼앗는다. 또 음식을 제대로 안 씹으면 치아가 할 일까지 대신해야 하니 췌장은 더 바빠지게 된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췌장이 하는 또 하나 중요한 업무는 인슐린을 혈액 속으로 분비해 세포에 당분을 전달하고 남은 연료는 지방에 쌓아두는 일이다.
췌장(이자)의 위치. Ⓒ서울대학교 병원
혈당이란 혈액 속을 떠다니는 포도당을 말한다. 우리가 탄수화물 식품을 먹으면 소화를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 후 인체에 흡수된다.
그중 흰설탕·흰밀가루·흰쌀밥 등 정제탄수화물은 소화 시간이 짧아 바로 혈액 속으로 당분이 급격하게 흘러들게 된다. 국에 만 밥이나 곡물을 가루 내 만든 떡도 비슷한 속도로 소화 시간이 짧다.
이런 정제탄수화물을 먹으면 인체의 항상성 시스템이 발동해 췌장에서 쥐어짜듯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이는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체내 혈당 수치는 70~140mg/dL를 유지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쌀밥으로 식사를 하면 혈당이 250까지 치솟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치솟은 혈당을 내리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한다.
이렇게 췌장이 혹사하다 보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인슐린의 효과가 줄어들어 혈당 수치가 계속 상승하게 된다. 당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또 혈당 스파이크는 혈액 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혈관을 손상시킨다. 혈관이 손상되면 저밀도콜레스테롤이 손상 부위를 에워싸 동맥경화, 고혈압,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
췌장엔 약이 없다 오로지 쉬게 하는 것뿐
폐가 안 좋으면 길경이나 은행! 간이 안 좋으면 미나리! 하는 식으로 처방이 있지만 췌장은 특정 성분이나 약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췌장의 기능을 살리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췌장을 쉬게 하는 것이다.
췌장을 쉬게 하려면 △첨가물이 많이 든 가공식품을 줄이고 △튀김 등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피하며 △당분이 응축된 쨈류, 건포도, 곶감 등을 끊고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 등을 피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고기, 우유, 달걀을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식습관에 있어 △꼭꼭 씹어 먹고 △소식하고 △국이나 물에 밥을 말아 먹지 않으며 △맥주, 냉커피 등 차가운 음식을 피해야 한다.
식사는 소식을 기본으로 하되 췌장을 쉬게 하는 식품을 선택하면 좋다. ‘췌장쉼’ 식품은 ①신선한 채소(양배추·상추·오이·당근·케일 등) ②발효음식(된장·청국장·김치·낫또 등) ③버섯류(표고버섯·팽이버섯·양송이버섯 등) ④해조류(미역·다시마·톳·김 등) ⑤견과류(호두·땅콩·아몬드·피스타치오 등) ⑥잡곡밥(발아현미 포함 5곡 이하의 잡곡밥) ⑦식물성기름(올리브유·들기름 등) ⑧두부와 콩류 ⑨제철과일 ⑩좋은 소금(토반 천일염·죽염 등)이다.

◆박찬영 원장
서울 사당동 어성초한의원 원장. 동국대 한의학박사. MBN ‘엄지의제왕’ 등 TV 건강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에 해독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저서로 ‘아토피 여드름 어성초로 고친다’ ‘양념은 약이다’ ‘해독의 기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