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가운데) 작가와 자쥬주의작가회의 회원들. [사진=임요희 기자]
5·18을 폄훼한 혐의로 고발된 김규나 작가의 첫 공판이 2일 오전 11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렸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1항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 비방, 왜곡, 허위사실 유포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형사7단독(재판장 황방모 판사) 재판에서 김규나 작가 측은 동일한 법 8조2항 “다만 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 보도 등을 위한 행위는 제외된다”에 따라 무죄를 주장했다.
김 작가의 변호인인 구충서 변호사는 사유서를 제출한 후 다음 세 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김규나의 무죄를 주장했다.
첫째, 한강 작가의 작품을 문예 비평하는 과정에서 단 서너 줄만 5·18에 대해 언급한 것일 뿐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다. 둘째,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라 견해를 표명한 것이다. 셋째, 고의성이 없었으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김규나 작가는 ‘최후변론’ 차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작가는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금기된 영역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었을지는 모르나, 그 불편함이 곧 ‘처벌’의 근거가 된다면 문학과 사상의 자유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부디 오늘 이 법정의 판결이, 대한민국에 여전히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정표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약식기소 처분과 동일한,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다음 선고는 5월28일이다.
김규나 작가. [사진=임요희 기자]
이날 방청석에는 자유주의작가회의, ROTC애국동지회 등 김규나 작가를 응원하는 동료, 팬들이 자리해 재판의 시종일관을 지켜보았다.
재판 후 기자회견에서 김규나 작가는 “이 재판이 여러 유사 재판의 시작일 수 있다. 이번 재판이 말할 자유가 지켜지는 시작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유주의작가회의는 ‘자유와 창작의 가치를 위하여’라는 현수막과 함께 성명서를 준비해 낭독했다.
정광제 자유주의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재판은 한 개인의 형사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작가가 역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적 기억과 국가가 승인한 해석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걸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역사에 대한 해석은 하나로 고정될 수 없다. 문학은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며, 비판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 불편함을 형벌로 다루기 시작하는 순간, 사회는 침묵으로 기운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조양건(왼쪽) 국투본 본부장, 김규나 작가, 원종삼 ROTC애국동지회 회장. [사진=임요희 기자]
왼쪽부터 구충서 변호사, 허은도 감독, 정광제 자유주의작가회의 사무총장, 김중락 자유주의작가회의 회원.
자유와 창작의 가치를 위하여. [사진=임요희 기자]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