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사진=ap 연합뉴스]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공개 장면은 무역이었다.
현재 공개된 자료 기준으로 확인되는 것은 미국 측 회담 설명과 중국 측 회담 결과 발표다.
미국은 시장 접근 확대, 중국의 대미 투자, 농산물·에너지 구매,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강조했고, 중국은 경제·무역·농업 협력 확대와 함께 대만 문제를 전면에 세웠다.
같은 회담을 놓고도 양측이 각자 다른 메시지를 낸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결과를 별도 발표했고, 외신 보도도 미국 측 설명과 중국 측 발표의 강조점 차이를 지적했다.
이 차이야말로 이번 회담의 성격을 보여준다.
공동발표문이 없었다는 것은 양측이 합의 가능한 하나의 공통 문장까지는 만들지 못했거나, 적어도 민감한 의제를 공동 문안으로 고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합의 가능한 거래는 각자 설명했지만, 더 민감한 구조 의제는 발표문 밖에 남았다.
그 대표가 미중 무역위원회와 미중 투자위원회 논의였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4일 CNBC ‘스쿼크 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미중 양측이 양국 무역을 관리할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와 비민감 분야 투자를 다룰 별도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설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투자위원회가 중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사전에 검토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관할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이 이번 정상회담의 숨은 핵심이다.
보잉 항공기 구매, 미국산 원유 수입, 농산물 확대는 숫자로 발표할 수 있는 거래다.
그러나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는 일회성 구매 목록이 아니다. 앞으로 미중 경제관계를 어떤 제도 안에서 관리할 것인가를 정하는 장치다.
공개된 것은 거래였지만,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은 질서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미국 경제사절단의 구성이다.
로이터는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대표단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마이클 미바흐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 라이언 맥이너니 비자 최고경영자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양국이 상호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포럼 설치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13일 송고된 분석 기사에서 이번 미국 기업 대표단이 중국 내 장기 사업 현안을 풀려는 기업들로 구성됐다고 짚었다.
이 보도는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중국의 엄격히 규제된 결제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 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규제 승인, 시장 접근, 투자 기회 확대를 위한 정치적 계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보잉과 에너지 기업의 동행은 항공기와 에너지 거래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블랙록·블랙스톤·씨티그룹·비자·마스터카드 같은 금융·투자·결제 기업들이 함께 움직였다는 것은 의제가 단순 상품무역을 넘어섰다는 신호다.
상품은 발표 가능한 거래였고, 자본은 사절단 명단에 숨어 있었다.
금융사와 결제사는 항공기나 농산물 구매 계약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다. 블랙록과 블랙스톤은 자산운용·대체투자 시장과 연결되고,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증권·투자은행 업무와 연결되며,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결제망 접근 문제와 연결된다.
이들이 한꺼번에 베이징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이번 회담의 관심이 상품무역을 넘어 중국 금융 인프라와 자본시장 접근 문제로 확장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것은 단순한 수입 확대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산 원유와 농산물을 더 사라는 요구는 표면이다. 그 아래에는 중국 시장을 상품시장에 그치지 않고 금융·결제·증권·자산운용 시장까지 열라는 요구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해석은 베센트 장관의 투자위원회 발언과 월가 최고경영자들의 동행 명단이 함께 뒷받침한다.
물론 현재 공개 자료만으로 “미국이 중국에 자본시장 전면 개방을 공식 요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 접근 확대”와 “투자위원회” 논의, 그리고 월가 거물들의 총출동을 함께 놓고 보면, 미국의 관심이 관세 인하나 상품 구매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중국의 상품 구매 확대를 원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금융·투자시장 문턱을 낮추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 의제를 공식 문안에 크게 담기 어렵다. 투자위원회가 공개적으로 부각되면 미국의 안보 심사 체계 안에서 중국 자본의 대미 투자 통로를 사전에 조율받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 투자 유치와 중국 자본시장 접근 문제는 월가에는 호재지만,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안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그래서 양측은 거래는 전면에 세우고, 구조는 뒤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측 발표의 온도도 이를 보여준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경제·무역·보건·농업·관광·인적 교류·법 집행 등 분야의 교류와 협력 확대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중국 측은 대만 문제를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규정했다. 가디언도 중국 외교부 발표를 인용해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미중 간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측 설명의 강조점은 달랐다. 백악관 회담 요약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 펜타닐 통제, 호르무즈해협 개방, 중국의 미국산 원유 추가 구매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이 대만을 전면에 세운 반면, 미국은 경제 협력과 에너지 흐름을 앞세운 것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서로의 아킬레스를 확인한 자리였다.
중국은 대만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중국 시장개방, 특히 금융·투자시장 접근 확대 문제를 구조적 의제로 올렸다.
중국이 안보 주권의 문턱을 말한 자리에서 미국은 시장과 자본의 문턱을 물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질문은 보잉을 몇 대 사느냐가 아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얼마나 사느냐도 부차적이다.
핵심은 ‘미국이 중국의 시장과 자본 흐름을 어떤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느냐’ 그리고 ‘중국이 그 대가로 미국의 대중 압박을 어디까지 완화시키려 하느냐’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공개한 것은 거래였고, 숨긴 것은 구조였다.
공동발표문은 없었고, 양측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회담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베센트 장관의 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 발언과 월가 거물들의 총출동은 이번 회담의 본질이 단순 무역협상이 아니라 자본시장 개방을 둘러싼 힘겨루기였음을 방증한다.
미중 관계는 관세전쟁에서 관리된 경쟁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 관리 장치의 첫 이름이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