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ESG–풍력’과 우측 ‘미국 국기–셰일 시추’를 대비해 글로벌 ESG 규범과 미국식 에너지·산업 독립 노선의 충돌을 표현했다. 관세전쟁의 외피를 넘어 ‘규범전쟁’이라는 기사 주제를 시각화한 합성 그래픽. ⓒ한미일보 합성
목차
① ESG… 글로벌리즘의 금융 무기
② MAGA의 도전… “관세전쟁 아닌 규범전쟁”
③ PC주의와 선거… 민주주의는 어떻게 길들여졌는가
④ 부정선거 담론… 글로벌리즘과 민주주의의 균열
⑤ 한국의 선택… 두 체제 사이에서 결단의 시간
트럼프의 MAGA 노선은 흔히 관세전쟁으로 포장된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관세 인상 조치는 세계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많은 전문가들은 그것을 전통적 보호무역주의로 해석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진영의 메시지는 단순한 관세 갈등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는 반복해서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규범에 종속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고, 이는 곧 글로벌리즘과 ESG 규범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MAGA의 핵심은 ‘산업의 회복’과 ‘주권의 회복’이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면서 제조업 기반을 중국과 신흥국에 내주었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 엘리트와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ESG 규범은 미국 기업들조차 투자 방향을 자유롭게 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기업이 배출권, 다양성 지표, 사회적 책임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곧 미국 국내 정치에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트럼프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깨려는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관세정책은 표면적 수단에 불과하다. 실제로 트럼프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 독립의 축)을 적극 지원했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여 석탄·셰일 산업을 부활시켰다. 이는 ESG의 ‘E(Environment)’를 거부한 정책이었다. 또한 기업 이사회 다양성, PC주의적 사회 규범을 강조하는 흐름에도 정면으로 반대했다. ESG의 ‘S(Social)’ 항목이 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산업 억압”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규범 자체를 부정하고, 대신 “미국 우선”이라는 명령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노선은 단순 경제정책을 넘어 정치적 반란의 성격을 띤다. 민주당과 유럽 좌파는 ESG와 글로벌리즘을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로 홍보하지만, 트럼프는 그것을 미국 주권을 훼손하는 외부 규율로 본다. 그래서 MAGA는 “정치적 올바름과 글로벌리즘에 맞선 미국 국민운동”이라는 정치적 기조로 확장되었다. 실제로 공화당 다수 주(州)는 블랙록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의 ESG 펀드를 공적연금에서 배제했고, ‘반(反)ESG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 전쟁이 곧바로 정치 전선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나란히 배치한 합성 이미지. 트럼프의 ‘MAGA(미국 우선)’와 이재명 정부의 ‘ESG·글로벌리즘 수용’이라는 상반된 정책 기조가 대비되는 구도를 드러낸다. 연합뉴스 합성
‘돈을 내라’가 아닌 글로벌 규범 대신 미국 중심 질서에 투자하라
트럼프식 MAGA의 독특한 점은, 규범에 대한 저항이 곧 자본시장 독립의 시도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일본·EU에 대규모 미국 내 투자를 요구했는데, 이는 단순한 산업유치가 아니었다. 글로벌리스트 자본이 ESG라는 규범으로 자금 흐름을 장악한 상황에서, 동맹국의 자금을 직접 미국으로 끌어들여 자본시장 독립을 모색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이 동맹에게 요구한 것은 ‘돈을 내라’가 아니라, ‘글로벌 규범 대신 미국 중심 질서에 투자하라’는 메시지였다.
이 점에서 관세전쟁이라는 프레임은 MAGA를 축소시킨다. 사실상 MAGA는 글로벌 금융 엘리트가 구축한 ESG 질서를 거부하고, 미국식 실물경제 중심 질서를 대체 모델로 제시하는 규범전쟁이다. 여기서 트럼프가 겨냥한 것은 중국만이 아니라, 유럽·국제기구·월가에 이르기까지 ESG 네트워크 전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글로벌 금융 질서는 여전히 달러 패권과 연결되어 있고, 미국 자체도 국제 금융 엘리트와 무관하게 갈 수 없다. MAGA가 자본시장의 완전한 독립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던진 도전은 분명하다. “미국은 글로벌 규범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정하겠다.”
이 도전은 동맹국들에게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유럽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CSRD(지속가능공시 지침)을 밀어붙이며 ESG 질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 경쟁력 때문에 이 규범을 피할 수 없다. 동시에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투자를 강하게 압박한다. 결국 한국은 유럽의 ESG 질서와 미국의 MAGA 질서 사이에서 이중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MAGA는 단순히 보호무역이 아니라, 국제 규범에 맞선 정치적 반란이자 새로운 경제 실험이다. 그것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이 전쟁은 관세라는 표면을 넘어, 글로벌리즘과 PC주의, 그리고 금융 엘리트가 만든 ESG 규범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거대한 시험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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