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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호르무즈 유조선 피격이 던진 질문, ‘누가 지킬 것인가’
  • 한미일보 국제부 기자
  • 등록 2026-09-02 12: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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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28일 “미국이 호르무즈 통제”… 31일 VLCC 2척 피격
  • 美 봉쇄로 이란 원유 수출… ‘완전 통제’ 의미 시험대
  • 호르무즈 원유 89% 아시아행… 해상안보 부담분담 논의 불가피

오만 무산담반도 부근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유조선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사우디 원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 2척이 잇따라 피격되면서 해협의 안전통항과 안보 부담분담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호르무즈 완전 통제’가 현실의 시험대에 올랐다.

백악관이 8월28일 공식 자료를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한다(America Controls the Strait of Hormuz)”고 선언한 지 사흘 만인 31일, 호르무즈를 빠져나오던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이 잇따라 공격받았다.

두 선박에는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가 각각 약 200만 배럴씩, 모두 400만 배럴 실려 있었다.

문제는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됐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하고 기뢰를 제거하며 호르무즈의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상대방을 못 나가게 만드는 ‘봉쇄’와 제3국 상선을 안전하게 지나가게 하는 ‘통항 보장’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 이번 사건에서 다시 드러났다.

28일 “100% 통제”… 사흘 뒤 유조선 피격

백악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취지의 공식 자료를 발표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를 근거로 국제항로의 이란 기뢰를 제거했고, 미국의 보호 아래 약 1500척의 상선이 통과해 7억50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들어 반복해온 발언도 다시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해협을 100% 통제한다”, “호르무즈는 열려 있다”, “우리가 통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상황이 달라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31일 오후 3시52분께 사우디 국적 VLCC ‘시드르(Sidr)’호가 오만 카사브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 수분 뒤 라이베리아 국적 ‘세네갈 프로스페리티(Senegal Prosperity)’호도 피격됐다.

두 선박은 사우디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각각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나온 상태였다.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오만 현지시간으로 환산하면 첫 공격은 31일 오후 11시52분께이며 두 번째 공격은 자정을 전후해 발생했다. 워싱턴 기준으로는 두 사건 모두 31일 오후다.

현재까지 공격 주체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 유조선’ 아니다…한국인 선원도 없어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를 둘러싼 초기 보도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일부 외신과 이를 인용한 국내 언론은 이 선박을 ‘한국 유조선’ 또는 ‘한국 장금상선 소유 선박’으로 전했지만, 한국 국적선이 아니다.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는 라이베리아 국적선이다. 한국인 선원도 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정부와 업계 확인 결과 파악됐다. 장금상선 측과의 용선 관계와 선박의 국적·실소유 관계는 구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한국 유조선 피격’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미국이 통항을 지원해온 호르무즈 해역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잇따라 공격받았다는 점이다.

‘美가 만든 안전항로’는 아니다

미국이 새로운 국제항로를 만들어 ‘안전항로’로 지정한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에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가 설정한 기존 통항분리항로(TSS)가 있다. 그러나 미·이란 전쟁 이후 이 일대에 기뢰 위험이 커지면서 선박들이 이란측 또는 오만측 연안의 임시 항로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미군은 드론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오만측 항로의 상선 통항을 지원해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미국이 만든 안전항로가 뚫린 것’이 아니라 미국이 안전통항을 지원해온 해역에서 다시 공격이 발생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를 곧바로 미국의 호르무즈 전략 실패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이란 봉쇄는 실제 성과

미국의 군사적 봉쇄 효과는 상당하다.

로이터가 해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란의 원유 선적량은 지난 3월 하루 약 200만 배럴에서 8월에는 하루 22만~25만5000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제제재만으로 억제하지 못했던 이란 원유 수출을 군사적 봉쇄가 크게 위축시킨 셈이다.

기뢰 제거 역시 호르무즈의 통항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였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봉쇄 능력’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조선과 LNG선이 공격 우려 없이 호르무즈를 오가고, 높아진 전쟁보험료와 운임이 정상화되며, 민간 선사들이 항로의 안전성을 신뢰해야 비로소 정상적인 해상교통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선사들의 판단은 아직 조심스럽다. 지난 7월에도 일부 해운사들은 잇따른 선박 공격을 이유로 미군이 통항을 지원하는 오만측 항로 이용을 꺼렸다. 미 해군 역시 당시 선사들에 위협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31일 Kpler 잠정 집계에서도 호르무즈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은 5척에 그쳐 최근 10일 평균 약 14척을 크게 밑돌았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선박은 통계에서 빠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상선의 위험 인식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미국이 혼자 지켜야 하나

여기에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호르무즈를 미국이 혼자 지켜야 할 이유가 있는가.”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콘덴세이트의 약 89%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특히 중국·인도·일본·한국 4개국이 전체 물량의 74%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이 호르무즈를 통해 수입한 원유·콘덴세이트는 미국 전체 석유류 소비의 약 2%에 불과했다. 미국의 걸프지역 원유 수입은 국내 생산 증가와 함께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경제적 이해관계만 놓고 보면 호르무즈 해협의 최대 수혜자는 이제 미국보다 아시아 국가들에 가깝다.

중국·인도는 물론 일본과 한국에도 걸프 산유국의 원유와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는 바닷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군사력과 비용 부담을 주도해 해협의 안전을 유지하는 현재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트럼프의 부담분담론과 만나는 호르무즈

이 질문은 트럼프의 기존 동맹관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는 NATO 방위비와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에서 일관되게 안보의 직접적인 수혜국이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호르무즈 역시 같은 부담분담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인도는 물론 일본·한국도 이 해상교통로의 안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다국적 협력의 기반도 이미 존재한다. 바레인에 본부를 둔 연합해군사령부(CMF)는 현재 47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양안보 협력체다. 한국 해군도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달 23일에는 윤현우 해군 대령이 CMF의 해적퇴치 임무부대인 CTF-151 지휘권을 인수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미국이 군함을 더 보내는 문제가 아니라 호르무즈를 이용하는 국가들이 안보 비용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통제 실패’보다 ‘통제의 범위’를 물어야

이번 유조선 피격을 곧바로 ‘트럼프의 호르무즈 통제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트럼프가 “100% 통제”라고 표현한 만큼 이번 피격은 분명 그 선언의 의미를 시험한다.

그러나 해협의 군사적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과 모든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100% 차단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미국이 설명해야 할 것은 자신들이 말한 ‘100% 통제’가 군사적 제해권과 이란 봉쇄를 뜻하는지, 민간 상선의 안전통항까지 포함하는지다.

동시에 호르무즈 원유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이 군사력과 비용 부담을 주도하는 현재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번 피격이 던진 질문은 두 가지다.

미국은 호르무즈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통제 비용을 누가 나눠 부담할 것인가.

31일 유조선 두 척에 날아든 발사체는 트럼프의 ‘100% 통제’ 선언뿐 아니라 세계 최대 에너지 동맥의 안전을 누가, 어떤 책임과 비용으로 지킬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다시 꺼내놓았다.

※ 기사에 표기된 날짜와 시간은 별도 표시가 없는 한 미국 워싱턴 기준(미 동부시간·ED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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