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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松山] 개각은 충신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 송산 작가
  • 등록 2026-09-03 17: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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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며 장관은 가신이 아니다. 따라서 개각의 기준도 분명하다. 친소관계나 정치적 충성보다 능력과 책임, 헌법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앞서야 한다.

권력은 오래될수록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다. 집권 초기에는 전문성과 탕평을 강조하다가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 측근을 중용한다. 반론하는 사람은 멀어지고 의중을 잘 읽는 사람이 가까워진다. 내각이 국정 운영보다 권력 방어에 기울기 시작하는 때다.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도 여기서 나타난다. 권위주의는 사람에게 충성을 요구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헌법과 제도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의중이 법과 충돌하면 장관은 법을 따라야 한다. 정권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다르면 국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배신으로 보는 순간 공화국의 장관은 권력자의 신하가 된다.

통치자에게는 자신에게 반대할 수 있는 장관도 필요하다. 잘못된 정책에는 잘못됐다고 말하고,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면 불가능하다고 보고해야 한다.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열 사람보다 불편한 사실을 말하는 한 사람이 국정에는 더 유용하다. 반론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통치력의 일부다.

정책 실패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 한다. 장관이 결정했다면 장관이 책임지고 대통령실이 결정했다면 대통령실이 책임져야 한다. 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 문제가 생긴 뒤 장관 한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라 책임의 전가다.

측근들의 자리 돌려막기도 개각이라 하기 어렵다. 선거공신과 측근이 장관·기관장·위원장 자리를 순환한다면 명함만 바뀔 뿐 권력의 구조는 그대로다. 특히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을 잘할 사람보다 권력을 지켜줄 사람을 찾으려는 유혹은 커진다. 그 순간 공직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자리에서 정권을 방어하는 진지로 변한다.

바로 이 때문에 자유주의는 통치자의 선의보다 제도를 신뢰한다. 권력을 분산하고 임기를 제한하며 의회·사법부·언론의 견제를 두는 까닭은 좋은 통치자만 등장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좋은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데 있지 않다.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그것을 사유화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있다.

개각 역시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실패한 사람은 책임을 묻고, 필요한 자리에는 가장 유능한 사람을 쓰며, 권력자에게 불편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곁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인사를 국정의 수단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개각의 성패는 새 장관의 숫자에 있지 않다. 대통령의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누구를 위해 사람을 쓰느냐다.

정권을 위해 사람을 고르면 충신이 남는다.

국가를 위해 사람을 고르면 인재가 남는다.

자유민주주의의 개각은 충신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권력보다 국가를 앞세울 사람을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인사의 원칙이고, 동시에 통치자의 수준이다.


◆ 松山(송산) 정광제  

시사 칼럼니스트이자 시인, 역사·철학 연구자. 이승만학당 이사와 철학포럼 리케이온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자유주의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시집 ‘하다못해 가슴에라도’외 3권이 있으며 공역 ‘후크고지의 영웅들’과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 ‘문학의 세계와 사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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