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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영상으로 드러난 파병군 참상…포위시 자폭·맨몸 지뢰해제
  • 연합뉴스
  • 등록 2025-09-01 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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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명복을 빈다, 제발 무사하라" 수 차례 편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달 31일 저녁 9시10분께 공개했다. 2025.9.1 [조선중앙TV 캡처]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이 '가미카제'(자살특공대)를 방불케 하는 자폭 전술로 목숨을 잃은 정황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달 31일 저녁 공개했다.


TV는 앳된 얼굴의 부상병들이 포로로 잡히기 직전 투항하는 대신 자살하거나,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끊은 사례를 열거하며 "영웅적 희생정신"이라고 찬양했다.


청년동맹원 윤정혁(20)·우위혁(19)은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했다"고 추켜세웠다.


또 다른 청년동맹원 리광은(22)은 "부상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탄에 쓰러지자 자폭을 결심하고 수류탄을 터쳤으나 왼쪽 팔만 떨어져 나가자 오른손으로 다시 수류탄을 들어 머리에 대고 영용하게 자폭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달 31일 저녁 9시10분께 공개했다. 2025.9.1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병사들이 '인간 방패'로 소모된 사실도 스스로 드러냈다.


청년동맹원 림홍남(20)은 "통로개척 임무를 받고 지뢰해제 전투를 벌리던 중 습격 개시 시간이 박두하자 지뢰원구역을 달리며 육탄으로 통로를 개척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한다.


노동당원 함정현(31)은 "습격전투 과정에서 적 자폭 무인기를 한몸으로 막아 15명의 전투원들을 구원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TV는 이런 전사자들의 이름 수백 개를 자막으로 띄운 뒤 "그렇게 바쳐진 청춘은 아까운 생의 내일은 끝이 아닌 빛나는 영생의 시작이었다"고 칭송했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달 31일 저녁 9시10분께 공개했다. 2025.9.1 [조선중앙TV 캡처]

북한군은 사망자가 속출하는 전선에서도 지속해서 사상교육를 지속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파병군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사기 진작을 독려했다.


TV가 공개한 한 편지에서 김 위원장은 "만리이역에서 조국의 명령에 충직하려 앞다투어 용감하다 희생된 장한 우리 군관 병사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빌겠소"라며 "시신을 정히 수습했다가 승리한 후 반드시 꼭 나에게 데려와야 하겠소"라고 썼다.


올해 1월 1일 신년 편지에선 "동무들이 간고한 전투 포화 속을 헤치며 피를 바쳐 조국의 번영과 명예를 지켜주고 있기에 나라의 발전 환경은 굳게 지켜지고 있다"며 "제발 모두가 무사하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런 정황은 북한 내부에선 주민들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영상에서 파병 북한 장병들은 한밤중 러시아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달 31일 저녁 9시10분께 공개했다. 장병들이 한밤중에 비행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9.1 [조선중앙TV 캡처]

TV는 "이역만리 전장으로 떠날 때 사랑하는 부모, 처자의 바래움도, 성대한 환송의식도 없었다. 참전 소식을 아는 사람조차도 많지 못했다"고 소개해 파병군이 비밀리에 이동했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도 신년 편지에서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어 말하는 이들은 없어도 수만 명이 모인 장내가 마음속으로 동무들에게 축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를 보내는 것만 같았소"라고 썼다.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28일 파병을 공식 결정했으며 실제 파병은 작년 10월 말 이뤄졌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내부에 참전 소식을 전한 건 파병한 지 반년이 지난 올해 4월 28일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이 서명한 '꾸르스크 해방을 위한 공격작전 계획을 작성한 정형과 대책보고' 문건을 공개하는 등 파병 전후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또 지난달 전사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대대적인 보훈 행사를 두 차례 개최해 러시아를 향한 보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달 31일 저녁 9시10분께 공개했다. 북한군 간부들이 러시아군과 전술토론을 하고 있다. 2025.9.1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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