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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조지아 엘지·현대 배터리공장… 한국 언론이 감춘 것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08 1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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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당해고·산재 사망사고 보도 누락
  • ‘석방’ 아닌 임시 석방 뒤 자진 출국 형식
  • 정부·기업 부담 회피, 왜곡된 보도 프레임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는 단순히 석방 교섭과 귀국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외신 보도와 비교하면 한국 언론의 보도에는 심각한 누락이 존재했다. 부당해고, 산재 사망사고, 그리고 석방의 성격에 관한 핵심 정보가 빠진 채 ‘외교 성과’로 포장된 것이다. 본지는 이를 팩트체크 방식으로 다시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 언론은 귀국 보도에 집중했지만, 미국 언론은 노동 해고와 산재 사망을 전했다. 한미일보 그래픽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및 불법근로 혐의로 약 475명이 체포되고,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인으로 확인된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 언론은 일제히 “정부가 석방 교섭에 성공했고, 전세기를 통해 귀국 조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신 보도와 비교하면, 한국 언론의 기사에는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었다.

 

첫째, 부당해고 문제다. 

 

미국 현지 노조인 U.A. Local 188은 수개월 전 현장에서 일하던 용접공·배관공 65명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쫓겨났고, 그 자리가 불법 체류 노동자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이를 인용해 노동권 침해 문제를 부각했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이 대목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불법 신분이어서 내보내졌다는 뜻이 아니라, 합법적 인력이 해고되고 불법 인력이 대체 투입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맥락을 생략한 보도는 독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둘째, 산재 사망사고 누락이다. 

 

미국 전문지 ENR과 AJC는 지난 2년간 공사 현장에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27세 노동자가 지게차 사고로 숨졌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조사에 착수했을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이런 내용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단속된 노동자들의 신변 문제는 크게 다뤘으면서도, 같은 현장에서 벌어진 반복된 산재 사망 문제는 사라진 것이다.

 

셋째, 석방의 성격 문제다. 

 

한국 언론은 일제히 “석방 합의”라고 보도했지만, 외신의 표현은 달랐다. AP와 로이터는 강제추방이 아닌 “임시 석방 뒤 자진 출국(Voluntary Departure)”이라고 전했다. 이는 추후 미국 재입국 제한 같은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본질적으로는 조건부 석방이다. 한국 언론의 표현처럼 마치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 것처럼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한국 언론이 빠뜨린 내용들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왜 이런 누락이 발생했을까. 

 

첫째, 외교적 부담 회피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재외국민 보호” 성과로 포장했다. 해고·산재 문제가 부각되면 성과가 퇴색되므로 언론은 외교 프레임에 집중했다. 

 

둘째, 대기업 광고 의존 구조다. 

현대차·LG 같은 재벌은 주요 광고주이기에 해외 공장에서의 노동·안전 문제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셋째, 보도 프레임 선택이다. 

외신이 이 사건을 ‘미국 제조업 확대와 이민 단속의 충돌’이라는 큰 틀에서 다룬 반면, 한국 언론은 ‘외교 성과’에 집중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석방·귀국이 아니라 노동권 침해와 산업안전 문제, 그리고 국제정책 충돌이라는 복합적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이를 외교 이벤트로 축소하며 본질을 가렸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도했는가”보다 “무엇을 왜 보도하지 않았는가”라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면,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미일보의 한 독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가 그들은 그들의 할 일을 했다고 말한 것과 이재명이 건설업 면허정지까지 협박한 것, 누가 더 옳다고 말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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