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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남시장이야, 대통령이야…국무회의에서 드러난 지도자 눈높이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5-09-10 22: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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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과 법치보다 형법 조항 거론, 권한 남용 논란 자초
  • 생활형 경험담과 민원 해결식 지시, 성남시장식 국정 운영
  • 국가적 비전 실종, 지도자의 언어는 원칙·전략으로 확장돼야
이번 사설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분석하며, 생활형 언어와 민원식 지시가 국가 최고 정책회의의 품격과 비전 제시에 걸맞은가를 묻는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사례를 비교해, 지도자의 언어는 친근함을 넘어 헌법적 원칙과 국가 전략으로 확장돼야 함을 강조한다. <편집자 주>

헌법·국가 전략은 사라지고, 쓰레기 봉투와 민원 처리만 남은 국무회의. 한미일보 그래픽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단순한 행정 지시가 아니라 국정의 방향을 드러내는 국가 최고 의사 표현이다. 그러나 9일 이재명 대통령의 회의 발언은 대통령의 언어라기보다 성남시장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은 명동 반중 집회를 “깽판”으로 규정하며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사법적 독립을 동시에 간과한 채, 집회 참가자들을 마치 시장 상권을 해치는 민원인으로 치부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형법 조항을 거론하며 수사 지시를 암시한 것은 행정부 수반의 권한 남용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환경·관광 문제를 언급하며 “죽어라 안 해서 싹싹 빌었다”는 경험담을 늘어놓은 것도 대통령의 자리에 맞지 않았다. 쓰레기 청소를 일자리 사업과 연결하는 발상은 현장 행정에서는 통할 수 있으나, 국가 차원에서는 폐기물 관리 체계 개혁, 지속가능한 관광정책 같은 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선은 여전히 성남시장 시절 민원 해결 경험에 머물렀다.

 

여기서 과거 대통령들의 발언은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회의에서 “쓰레기 문제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의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같은 생활형 주제를 다루더라도 이를 국가 위상과 국제적 평가 문제로 연결해 해석한 것이다. 생활 민원을 국가 운영 원칙과 국제 전략 차원으로 끌어올린 지도자의 언어였다.

 

노동 안전 문제에서도 구조적 개혁 비전은 부재했다. 대통령은 산재 재발을 두고 “그냥 벌을 주라”며 강경 처벌만 주문했다. 물론 기업 책임 강화는 중요하지만, 이는 산업 구조 전환·감독 시스템 혁신 같은 거시 전략 없이 단속과 처벌만 강조하는 구호로 남는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와야 할 것은 형사처벌 강화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 패러다임 전환이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국면에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정보화 사회와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의 어려움을 직시하는 공감에서 출발했지만, 곧바로 국가적 비전 제시로 이어졌다. 지도자의 언어는 이렇게 생활형 표현을 넘어 헌법적 원칙과 국가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심지어 AI 농산물 플랫폼 발언도 “내일 손님이 몇 명 와서 비빔밥을…”이라는 소상공인 비유에 국한됐다. 국가적 디지털 전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생활형 사례에 머물면서, 국무회의가 시장 설명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 연출됐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국무회의는 시장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 전략을 제시하는 최고 정책회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발언은 권력의 편향성과 남용 우려를 키우고, 생활형 지시는 국정의 비전 부재를 드러낸다.

 

성남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면, 구호나 훈계가 아니라 헌법적 원칙, 국제적 시야, 국가적 전략이 담긴 발언이 필요하다. 국무회의가 생활 행정의 연장선으로 전락한다면, 국정 운영의 깊이와 무게는 결국 실종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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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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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23:46:28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거늘 修身도 어려우니 하늘의 인정을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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