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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칼럼] 한미관세협상 중심 이슈로 떠오른 한미통화스왑
  •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등록 2025-09-1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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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한미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게 일본 같은 상시무제한 통화스왑 체결을 미국에 요구했으나 미국은 일단 거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사실 여부가 주목된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미 간 통화스왑에 관한 이해의 폭을 우리 독자들이 넓힐 필요가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금년 1분기말 기준 4110억 달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외환보유액의 85%)를 일본식으로 미국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금년 7월말 기준 1조 3000억 달러다. 투자합의한 5500억 달러는 외환보유액의 42%다.


설상가상 한국은 외채가 많은 국가다. 금년 2분기말 기준 7356억 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다. 그 중 1671억 달러는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다. 장기외채 5685달러 중에서도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이 있어 이를 단기외채와 합한 외채를 유동외채라고 해서 약 30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 정도는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한국은 원유를 연간 약 1천억 달러 정도 전액 수입하는 등 수입액도 연간 6380억 달러 (2025년 한국은행 전망) 정도인데 IMF는 경상수입의 25%에 해당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야 경상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년 1분기말 기준 4110억 달러에 불과한 외환보유액 중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를 지불할 경우 한국은 곧 바로 외환이 부족해서 위기가 발생하는 외환위기로 직행하게 된다.


4일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5500억달러(약 765조원)의 대미 투자 방식’ 양해각서는 실로  놀랍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자금 투자 집행 기간은 2029년 1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로 못밖고 있다. 앞으로 설치할 투자위원회가 투자할 프로젝트를 추천하면 트럼프가 결정하게 된다. 미국 상무장관이 의장을 맡고, 미국 측 인사로만 구성된다. 각 프로젝트 대표도 미국이 지정한 인물이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선정하면, 일본은 지정된 계좌에 달러를 입금해야 한다.


양해각서에는 일본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닛케이는 “일본의 국제협력은행(JBIC)이나 일본무역보험(NEXI)이 출자·대출하거나, 민간 기업에 대출 보증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미국 프로젝트 투자금은 원금에 가산 금리를 더한 뒤, 상환되는 구조”라고 했다. 투자 수익의 배분은 2단계다. 일본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시점까진 미·일이 50%씩 가져가며,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갖는다.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일본의 이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일본이 자금 출자를 거부할 경우엔 미국은 다시 상호 관세나 자동차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은 일본이 각서를 성실히 이행하고 투자액 제공을 게을리하지 않는 동안은 (관세를) 올릴 의도를 갖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자본주의 동맹국 간에는 상상하기 힘든 국가간 양해각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우리나라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에 우려가 크다. 그러나 외환유액도 많지 않은데다 외채마저 많아서 연간 3000억 달러 정도의 상환액이 돌아오는 한국으로서는 감당이 불가능한 내용이다. 도무지 이런 내용을 협상이라고 하고 왔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의 어려운 외환사정을 알고나 협상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아마도 한국협상단은 한국이 이미 미국에 투자하고 있거나 앞으로 투자할 기업들의 투자규모를 감안해서 3500억 달러를 약속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은 기업투자분 외에 3500억 달러를 미국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라고 하는 한국으로서는 외환사정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만 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학자들조차도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관세피해를 보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낫겠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한미 간 상시 무제한 통화스왑이다. 국가 간의 통화스왑 협정은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RB)이 각국 중앙은행과 맺고 있는 통화스왑 협정이다. 미국은 이렇게 얻은 외화로 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 시세의 안정을 도모하고, 상대국도 이 달러를 사용하여 자국의 환시세 안정을 도모한다.


미국은 전세계 주요 기축통화 5개국과는 상시무제한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유로 영국 스위스 캐나다 일본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언제든지 필요할 때 자국통화 공급을 댓가로 세계 주요 기축통화인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외환위기 걱정없이 경제정책을 운영할 수 있다. 말하자면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통화동맹인 셈이다.


한국은 미국도 두 번의 통화스왑을 맺기도 했지만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다. 한국은 2008년 10월 30일 우리나라도 국제금융위기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으로 한국은행은 연준으로부터 원화를 대가로 최대 300억달러까지 미 달러화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라인이 개설되었다. 이 계약의 유효기간은 2009년 4월 30일까지였다. 그러나 사실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원화는 주변통화이다 보니 1:1로 교환되지는 않고, 정확히 말하면 원화를 담보로 일정한 이자(거래시 결정)를 지불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다.  당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체결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달러 대비 원화값은 하루 만에 177원(12.4%), 코스피는 115포인트(11.9%) 치솟으며 위력을 과시했다. 2008년 통화스왑은 6개월 시한으로 시작돼 두 차례 연장한 끝에 15개월 만인 2010년 2월 종료됐다. 이 덕분에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두 번째 통화스왑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위기가 엄습한 2020년 3월 체결됐다. 당시 통화스왑은 600억달러 규모로 체결됐으며 역시 즉각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 이 통화스왑도 6개월 시한이었으나 세 차례 연장한 끝에 2021년 12월부로 종료됐다.


이번에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의 85%에 해당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키로 한 가운데 정부가 외환시장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무제한 통화스왑' 개설을 요구했지만 난항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국이 비기축 통화국과의 무제한 통화스왑 체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안되면 3500억 달러를 미국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고 성공여부도 미지수인 미국이 전적으로 선택하고 운영하는 식의 투자는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를 미국에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협상이란 때로는 배수진도 필요하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한미는 혈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되 미국제조업부활이 트럼프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MAGA의 핵심이고 거기에는 제조업 강국 한국의 투자가 절실하므로 이번 기회에 한국도 통화동맹에 끼워달라고 끈질기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원화가 준기축통화로 승격하게 될 수도 있는 계기가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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