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더불어민주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14일 김태년 의원이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제안이유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손해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에까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해석 하에서 기업의 경영진은 시장 상황과 전문성에 기하여 나름의 합리적 판단을 한 경우에도,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적 자치’의 영역에 형사법이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회사의 경영진 등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과 이해관계의 상충 없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경우에는 배임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규정을 두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 유죄를 받을 것이 확실하니 배임죄를 없애 ‘면소 판결’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재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등에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월25일 본회의에서 ‘더 강한 상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인 ‘노란봉투법’을 기업에 불리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경영 전략도 포함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 투자, R&D 투자, 공장 증설 또는 이전, 해외 진출, 사업 구조조정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 경영 자율성을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이 갑자기 배임죄를 폐지하려 하니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외부로는 기업을 위한 것이라지만 실제로는 이 대통령 개인을 위한 법률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칫 국가의 기본 질서를 훼손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배임죄에는 형법상 배임죄와 상법상 배임죄가 있다. 형법상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2항(배임) 상법 제622조(발기인, 이사 기타의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말한다.
형법상 배임죄는 주로 공직사회에서 적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법상 배임죄는 회사 내부 임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해 회사에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 적용된다.
배임죄 폐지는 심사숙고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업 임직원이 자신의 가족 또는 지인의 이익을 위해 자기가 속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비용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형법상 배임죄는 말할 나위가 없다. 공공기관 대표 또는 간부가 인허가 권한을 이용해 제3자에게 이익을 챙겨줄 경우 국가기관 자체가 ‘날도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업의 경영 전략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상법상 배임죄를 완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형법상 배임죄를 삭제하는 경우 공무원의 권한 남용 및 부정부패 등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