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의 ‘황제수감’ 논란이 정청래 대표를 별안간 다시 불러들이는 양상이다.
정명석은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도 교도소에서 하루 두 번꼴로 변호사와 접견한다는 특혜 의혹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좌파 성향 한겨레를 통해 보도됐다. 앞서 정명석은 2009년부터 일반 재소자의 평균 진료 횟수(0.5회)를 크게 넘어서는 17차례 병원 진료 사실이 들통나는 등 호화로운 수감생활이 꾸준히 문제가 되면서 뒷배(뒤를 봐주는 배후)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 와중에 소환된 정청래와 정명석, 두 인물의 유착 주장은 비단 처음 제기된 것만은 아니다. 일찌감치 공통된 출신지와 본관 등으로 인해 ‘혈연관계’가 아니겠냐는 주장 글들이 커뮤니티와 포탈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며 의혹의 불씨를 남기고 있었다. 특히 이들의 정치적 행보와 종교적 배경이 미묘하게 얽히면서 다층적인 의구심을 낳아 온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과 독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당의 대표인 정청래와 시대를 풍미한 성추문 가해 논란의 주인공인 정명석을 둘러싼 의혹의 그림자가 어떤 윤곽을 그리고 있고, 어떻게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으며, 실체는 무엇인지 한미일보가 사안별로 짚어본다.
같은 고향, 같은 본관 등 공통분모에서 비롯된 ‘혈연’ 논란… 세인들의 불편한 시선
정청래 대표와 JMS 정명석은 둘 다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에서 태어났다. 금산군은 전라북도에 속했으나 1962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충청남도로 편입됐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금산군 석마리는 총 인구수가 90명에 불과하다.
둘 다 인삼 농가 출신인 점도 흥미롭다. 정 대표는 석막리의 인삼 농가 출신이라고 밝혔으며, 정명석도 자신이 인삼 농가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100명도 안 되던 석막리에서 인삼 농가들의 ‘지주목’ 심부름을 한 적이 있다. 둘의 인삼 농가 경험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여기에 본관까지 하동 정씨로 같다는 점이 맞물리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두 사람이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 대표는 과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향은 금산이지만 JMS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하동 정씨 문절공파의 항렬자에 정명석의 이름에 쓰인 ‘석(錫)’ 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같은 집안일 수 있다”는 주장을 지속해서 제기하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둘 다 진산 초등학교를 나온 사실도 겹치는 점이다. 현대종교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교사부터 학생까지 JMS 신도 비율이 높으며 정명석의 사진을 학교를 빛낸 인물로 전시하다 논란이 일자 철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통점이 다수 발견되지만 현재까지 두 사람의 직계 또는 방계 친인척 관계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재판받는 교주가 동일한 출신지와 본관 등 여러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의심을 촉발하기에 충분한 유인으로 작용하면서 세간의 오해 역시 쉽사리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JMS의 핵심 시설인 월명동 수련원은 금산군 진산면 일대에 자리 잡고 있다. 정명석이 1980년대부터 종교단체를 세운 뒤 이곳을 ‘자연성지’라 칭하면서 월명동은 JMS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정청래 대표가 이곳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언급한 사실은 있으나, 그가 JMS 관련 활동에 직접 연루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금산 지역 정치권에서는 JMS 인사들이 지역 행사, 인삼 축제, 심지어 무료 법률 상담 활동 등에 복합적으로 관여한 정황들이 꾸준히 포착됐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소속이었던 문정우 전 금산군수가 2019년 주관한 금산 인삼 축제에 정명석과 신도 수백 명이 자리를 채웠다. 정명석은 군수가 앉을법한 상석쯤에 앉은 모습이 방송 영상에 잡혔고 문정우 당시 군수와 손을 맞대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삼 축제에는 정 대표도 당선 이후 방문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문 군수 재임 시절, JMS 측 법률대리인으로 알려진 양승남 변호사는 금산군의 무료 법률상담원으로 위촉됐다.
‘지역 정치 유착’ 의혹… JMS 본거지와 금산 지역사회 관계의 특수성?
문 전 군수는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 얼굴을 비추며 정청래 대표의 당선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또 AI(인공지능) 가짜 뉴스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고 비판받는 서영교 등 민주당 중진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더 나아가 현직 군수 신분이 아니면서도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과 유세 때 직접 만나 악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힘 소속의 박범인 현직 금산군수는 민간단체 행사에서 정 대표와 나란히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국힘당을 내란 당으로 간주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청래 대표의 평소 모습과는 생소한 풍경이다. 이들은 또 편지도 주고받는 사이다.
이러한 지역 정치인과 JMS 관련 인물 간의 인맥 교차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혹은 지역 정치와 특정 종교 단체의 경계가 모호해진 결과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임명한 김건희 특검이 야당인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압수수색 하면서 통일교와 신천지의 국힘당 결탁 의혹을 거듭 언급한 것에 비춰, 이제는 민주당이 JMS와의 연관성을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금산군수 후보였던 같은 당 문정우의 유세를 돕기 위해 금산에 공개 방문한 적이 있다. 정청래도 같은 시기 문정우의 유세를 위해 금산에 방문했다. 20년 넘게 정명석을 추적해 온 김도영 교수는 매불쇼에 출연해 “국회의원 중 정명석과 만난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민주당 정세균이었다. 해당 방송의 실시간 댓글에도 정세균의 이름이 지속해서 언급됐다. 매불쇼 한 진행자는 “정세균 씨”라고 방송에서 발언했고 다른 진행자는 “(댓글) 막 그렇게 읽으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2023년에는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전북 완주군의 대둔산 호텔이 JMS 관련 시설이라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청래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둔산을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징적 장소의 중복’ 논란이 재점화됐다. 호텔 측은 JMS와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JMS 신도들의 관여 증언도 일부 존재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하는 증거는 없다. 다만, 이번 이슈도 대중의 시선은 이러한 우연적 요소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고 미묘하게 연결 지어 의문을 제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해명 요구가 제기된 계기였다.
정청래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는 JMS 관련 의혹의 또 다른 발화점이다. JMS의 실체를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제작진이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게 되자,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의 지역구 경찰서가 JMS 측을 옹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 끝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마포경찰서는 수사기관으로서 절차에 따라 고발 사건을 이첩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그동안 전해졌다. 사건의 실제 고발 주체는 JMS 신도들이었다.
이를 두고 그간 제기돼 왔던 정청래-정명석 간 연결고리 의혹을 이들이 조기에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 불신으로 이어져 의구심을 계속 증폭하게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정청래 아들 사건’ 재조명… 종교와 정치의 교차선, 공인의 윤리적 잣대와 대중의 냉랭한 시선
정청래 대표의 개인사 중 2017년 그의 중학생 아들이 동급생을 성추행한 사건 역시 기존 논란과 맞물려 재조명된 바 있다. 당시 정 대표는 SNS를 통해 직접 사과했고, 아들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40시간의 교육 이수 조치를 받으며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이 사건을 JMS 정명석의 성범죄 전력과 “묘한 대칭을 이룬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이지만, ‘공인의 윤리와 도덕’이라는 정치적 잣대에서 국민은 해당 사안에 대해 여전히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는 또한 정치인의 가족사가 과연 어디까지 공적인 검증 대상이 돼야 하는지 새로운 해석 국면으로 대중을 이끌기도 했다.
정명석은 금산을 종교적 중심지로, 정 대표는 금산을 정치적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두 인물 모두 '진산면'이라는 뿌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교집합은 때로는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확대되고,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현재까지 정청래 대표가 JMS나 정명석 교주와 조직적으로 연루되었다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출신지, 본관, 그리고 간접적으로 얽히는 여러 상황이 만들어내는 ‘의혹의 그림자’는 국민적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맞닿을 때 대중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인 것이다.
공적 인물인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다. 따라서 국민은 그들의 출신, 행적, 인간관계에 대해 질문할 권리가 있다. 이는 마치 최근 국정에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고위직 공직자 김현지라는 인물에 대해 국민이 궁금해하고 의문을 품는 추석 민심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질문을 넘어 근거 없는 단정은 경계해야 하지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필요한 부분은 투명하게 해명함으로써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공인인 정청래 대표에게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정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그림자 연결고리’ 의혹들에 대해 명확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공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여론이 있다.
그것이 공인의 책임이며, 언론의 역할은 그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기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미일보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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