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관세·희토류·수출통제…'휴전·확전자제' 수준 합의(종합)
對中관세 10%p↓·희토류 수출통제-입항수수료 유예·대두 수입 재개
9월말 이후 긴장 고조 조치 '되돌림'…반도체엔 "中-엔비디아 사이의 문제"
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30일 김해공항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양안 문제(대만-중국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는 등 이날 정상회담의 의제는 주로 무역과 경제 이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무부 발표를 보면 양측은 지난 9월말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 후 긴장 고조 속에 내놨던 조치들을 상당 부분 되돌리는 데 합의했다.
AFP와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만나 약 1시간 40분간 회담한 뒤,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 美,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 10%로 내려…中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로 화답
먼저 중국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합성마약 펜타닐 문제와 관련,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원료물질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다. 대신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련 관세를 기존의 20%에서 10% 낮추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뒤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 공급처로 중국을 지목하고, 펜타닐이 캐나다·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면서 중국에 20%의 펜타닐 관세를 부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관세의 10% 포인트 인하에 따라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57%였다가 이제 47%가 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상품에 추가했던 24% 상호관세에 대한 유예를 1년간 계속하고, 중국도 이에 대응해 내놨던 반격조치를 조정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 대두는 미국이 중국에 판매하는 최대 규모 농산물로, 전체 수출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한다.
올해 중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에 추가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는 사실상 수입을 중단해 미국 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대신에 그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조만간"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장애물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장쑤성 한 항구에서 하역 중인 수출용 희토류 함유 토양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美 블랙리스트 확대 및 中 희토류 통제 강화도 '되돌림'
양국이 정상회담을 앞둔 신경전 속에 9월 말부터 내놨던 긴장 고조 조치들도 상당 부분 되돌리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9월 29일 발표했던 수출 통제 관련 '50% 관통성 원칙'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고, 중국도 이달 9일 내놨던 관련 수출통제 등 조처를 1년 유예하기로 했으며 상세 방안은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당시 '통상 블랙리스트'를 확대,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수출통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발표했다.
이는 중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미국 규제를 우회하던 '구멍'을 메운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중국은 지난 9일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면서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 필리조선소,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 (필라델피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 크레인 옆으로 명명식을 하는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떠 있다. 이 선박은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5척 중 3호선이다. 2025.8.27 hihong@yna.co.kr
◇ 미중 선박 입항 수수료 유예…한화오션 美자회사 수혜 볼까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이 소유한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해 중국 역시 보복 조치로 발표했던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를 유예했다고 NYT가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측이 중국에 대한 해사·물류·조선업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및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했으며, 중국도 이에 대응해 내놨던 반격조치를 1년 유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제재가 유예될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을 발표하고 이달 중순부터 중국 선박에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역시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미국 국기 게양 선박, 미국 건조된 선박 등에 입항 수수료 부과로 맞섰다.
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 반도체 논의도…中 "틱톡 문제는 美와 적절히 해결"
양국 정상은 또 향후 인공지능(AI) 생태계 핵심 부품인 반도체 관련 논의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 문제를 두고 중국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신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대중 수출 통제 요건에 맞는 저성능 칩 H20을 내놨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이 제품의 수출도 금지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중국과 앤비디아 사이의 문제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일종의 중재자, 심판"이라고 말했다.
미중간 갈등 요소의 하나인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를 중국과 엔비디아와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중국 공급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막 어제 출시된 블랙웰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많은 칩이 있다"면서 "그리고 그건 우리한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최첨단 AI칩을 제외하고는 반도체를 많이 팔아야 AI 산업에서 미국의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특의 미국 사업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이 미국 측과 틱톡 관련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 성과는 힘들게 얻은 것"이라면서 "미국과 함께 이행작업을 잘하고 미중 경제협력 및 세계 경제를 위해 더 많은 확실성·안정성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