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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칼럼] 육사를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시도를 경계하며
  •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 등록 2025-11-1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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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국선열의 날 ‘육사 개최’ 논란의 본질을 묻는다


제86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안내 광고. 국가보훈부.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국가보훈부가 올해 제86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순국선열을 기리는 국가행사는 서울국립 현충원·임시정부기념관·독립기념관 등 ‘추모의 상징성’을 갖는 공간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군(軍) 교육기관 한복판으로 행사 장소가 옮겨진 배경에는 광복회의 요구와 정치적 해석이 중첩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대한민국 안보의 상징기관인 육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를 키운다.


문제는 ‘장소 변경’ 그 자체가 아니다


순국선열은 대한민국의 뿌리이며 기념식의 위상은 어느 장소에서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느 기관의 정체성과 임무가 특정 세력의 정치·이념 목적과 결합될 때, 그 파급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육사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군(建軍)과 6·25전쟁을 통해 공산화를 막아낸 장교단 정신의 출발점이다.


그런 육사에 특정 단체가 행사 장소를 ‘지정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과정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는 기념식의 상징성보다 육사를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이후, 육사는 심대한 정치적 공격을 받았다


작년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로 육사는 이미 정치적 파고 속에 휘말렸다. 국군의 정체성·건군사·지휘체계와는 별개인 ‘이념적 역사 논쟁’이 군 교육기관을 직접 강타했다. 이런 논쟁은 국방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영역이며,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를 사회적 갈등의 정중앙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복회가 “육사의 정체성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육사에서 기념식을 하자”고 주장하며 다시 육사를 전면에 세웠다. 육사의 혼란을 바로잡겠다며 오히려 육사를 정치화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흥무관학교=육사 전신’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이번 장소 선정 과정에서 광복회 이종찬 회장의 발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서 “신흥무관학교가 육사의 전신”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흥무관학교는 독립군 양성을 위한 ‘항일무장학교’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지만, 일제강점기 시기 중국 망명지에서 운영된 독립운동 무장 

교육기관이었다.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는 건국 이후 1946년 조선경비대 사관학교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국군의 제도적 뿌리다.


그리고 ‘신흥무관학교의 교육 전통’은 역사적으로 경희대학교가 계승 의지를 표명하고 관련사업을 추진해온 것이 일반적 학계 평가다.


즉, 두 기관은 역사적 성격·법통·교육체계·제도적 연속성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특정 개인이 자신의 조부를 기리기 위한 논리적 연결고리로 ‘육사의 전신’을 주장하는 것은 역사 해석을 사적 목적과 혼합하는 위험한 시도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예우와 군(軍) 정통성의 문제는 별개다


이회영 선생 집안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재산을 바쳐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웠고, 후대는 그의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 광복 후 정부수립 시 대한민국은 그 집안 이시영을 부통령으로 추대하여 충분히 보상했다. 그러나 이회영은 말년에 아나키스트로서 무정부주의 노선을 걷게 된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이 문제는 독립운동사 연구의 영역이며, 군사·국가 운영 체계와는 다른 차원의 논의다. 그러나 이념적 성향과 제도적 정통성을 절충하여 육사 교정에 특정 흉상을 세운 과정, 그리고 이를 다시 기념식 장소 지정의 근거처럼 활용하는 방식은 ‘독립운동 예우’가 아니라 현대 군대의 정체성을 해석하는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행정행위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대한민국 육사는 국가안보의 중추이며 정치적 중립은 절대 가치다


대한민국의 건군 과정과 6·25전쟁, 반공 방위선 구축, 현대 연합작전 체계 확립까지 육사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해 존재한 조직이다.


육사의 역할은 국가이념을 수호하고 장교단의 윤리와 책임을 육성하며 전쟁 억제와 국가 방위를 위한 군 리더십을 양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특정 단체나 개인의 역사관이 영향을 미치고, 국가 행사가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로 움직인다면 이는 이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정치화(政治化)’ 의 시작이다.


보훈부의 수용 과정도 문제다


광복회가 애초 행사 불참을 시사하며 ‘육사 개최’를 요구했고, 보훈부가 이를 중재해 최종 수용했다는 발표는 정부가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군 교육기관을 선택지로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안보·군사기관은 정치 갈등의 중재 장소가 될 수도 없고 특정 단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협상카드가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이 부분에서 보훈부의 결정과정 역시 향후 비판과 검증이 필요하다. 육사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자산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한 인물의 역사관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다. 핵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육사를 특정 정치·이념 세력의 상징적 무대로 활용하려는 모든 시도는 국가안보의 근간을 훼손한다.”


군대가 정치에 오염되면 전쟁억제의 신뢰가 무너지고 국민 통합도 흔들린다. 대한민국의 미래 장교들이 배우는 육사 화랑대는 어떤 세력이든 마음대로 ‘정치적 해석’을 투영해도 되는 공간이 아니다.


육사의 정치화를 경계하며


광복회든 특정 인물이든,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역사 해석을 앞세워 육사의 정체성을 재단하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 육사는 정치의 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던질 준비를 배우는 국가적 성소(聖所)다.


보훈부도 앞으로는 단체 간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군의 가치·전통·중립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육사는 어느 정파의 것도, 어느 문중의 조부를 기리는 공간도 아니다. 육사는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 헌법 전문에 광복군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광복군은 대한민국 국군의 법적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아니고 그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며 신흥무관학교가 무관을 길렀다고 육사의 전신이라는 주장은 모든 장교임관자는 육사졸업생이라는 논리와 동일하다. 과욕은 불급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노욕과 무리수를 경계한다.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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