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 중 기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정치적 공방에만 초점을 맞춘 채, 이번 발언이 미국과의 동맹·비용 분담·통화스와프·환율 안정 등 대외적 신호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대목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트럼프 대통령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돈 드는 합동군사훈련”이라고 규정한 표현이다. 이 어구 하나가 훈련의 성격을 완전히 뒤틀었다.
한미연합훈련은 국가억제력의 핵심 자산이자 전시 연합지휘체계를 유지하는 전략 장치인데, 이를 ‘비용 부담이 큰 행사’처럼 묘사하는 순간, 안보의 본질인 전략이 돈의 문제로 전환된다. ‘국가 안보’를 ‘협상 항목’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한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해온 것은 ‘훈련이 싫다거나 돈이 들어서 싫다’가 아니라 ‘부담이 불균형한 비용 구조’였다는 것이다. 즉, 그의 문제의식은 훈련 자체가 아니라 비용 분담의 정당성이었다. 트럼프는 ‘특정 훈련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국이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돈이 아까워 훈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축소해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개인 취향’ 수준으로 격하시킨 것이어서, 사실상 외교적 비하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사안을 제도적 구조보다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일본·캐나다·독일이 경험한 것처럼, 그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면 방위비 협상 압박, 관세 인상, 통상 보복 등이 뒤따랐던 적이 많다.
이번 발언은 그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돈·능력·부담’ 영역을 직접 자극하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자신을 ‘돈 때문에 훈련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의 대응은 어떻게든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실한 상황이다. 환율은 고점에서 풀리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 달러 유동성은 경직돼 있다. 시장이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안전판이 스와프인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가능성을 사실상 스스로 없애버린 셈이다.
미국은 스와프를 경제협정이 아니라 ‘전략적 신뢰의 보상’으로 본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으로 비하했다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스와프 문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환율 안정과 달러 조달 비용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는 과거 외환위기 때 즉각적인 효과를 보여준 바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여론을 향해서는 ‘평화 성과’를 강조하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섞었다. 대북 라디오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의 방해전파가 줄어든 현상을 “즉각 호응”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정치적 반응이 아니라 라디오 송출이 중단되니 방해전파를 송출할 이유가 사라진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를 평화 프레임으로 포장한 것은 국내용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해석의 영역이라 보인다.
문제는 이 ‘국내용 평화 서사’와 ‘대외 신호’가 같은 문장 안에서 충돌했다는 점이다. 외교는 청중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국내용 메시지는 국내용으로, 대외 신호는 대외 신호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국내 정치용 설명과 미국을 향한 신호가 뒤섞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왜곡·조롱처럼 비치고, 동맹국에게는 안보 전략 약화의 신호로 읽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북한과 중국 역시 이를 ‘한미 연합 억제력의 약화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는 군사적 위험과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전략 자산을 비용의 언어로 끌어내리고, 미국 대통령의 정책 논리를 개인 취향으로 축소했으며, 국내용·대외용 메시지를 혼용해 동맹 신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신호를 보낸 의도가 보이질 않는다.
이로 인해 방위비 협상, 관세·통상 압박, 통화스와프, 환율 등 한국이 직면한 모든 외교·경제·안보 지형에서 불리한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만 커졌다.
결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대통령의 한 문장이 국가 전략을 흔들었고, 그 흔들림의 대가를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헛발질’이라는 시중의 평가가 과장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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