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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두나무 빅딜, 한국 금융지형 뒤흔든다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5-11-28 13: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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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식은 인수… 본질은 역합병” 분석 우세
  • 결제의 미래 수단 ‘스테이블코인’을 확보
  • “빅딜은 뉴스 아닌 시대 변화의 출발점”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네이버의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 26일 단행한 주식교환 빅딜이 한국 디지털 금융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10년 단위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한 모양새이지만 시장에서는 “형식은 인수, 실질은 두나무의 역(逆)합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확정했다.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43만9000원) 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17만2000원)이다. 


이들 기업이 산정한 기업가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4조9000억 원이고 두나무는 15조1000억 원으로 약 1:3 수준임에도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 즉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해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더 큰 두나무가 거꾸로 네이버 체제로 흡수되는 듯 보이지만 기술·비즈니스 모델(BM)·성장동력 측면에서는 두나무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역합병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는 2025년 연간 결제액 예상치 약 90조 원, 이용자 3400만 명으로 국내 최대 결제 플랫폼이다. 그러나 글로벌시장이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기반 온체인 결제로 이동하면서 네이버 내부에서는 ‘가상화폐 기술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실제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페이팔(PayPal)은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했고, 비자(Visa)는 USDC를 활용한 글로벌 결제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을 위한 규제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TPS(Transaction Per Second·초당 처리 속도와 용량 측정 단위) 성능의 지속적인 혁신에 힘입어 초당 수백에서 수천 건의 TPS를 처리하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가 두나무를 합병한 것은 ‘결제의 미래 수단인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네이버는 토큰 경제 설계, 온체인 정산, 블록체인 인프라, 자산 토큰화 기술 등의 핵심 역량이 부족했다. 하지만 두나무 인수로 이런 공백을 단번에 메우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미래 결제 시스템’ 개발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내부 역량으로 흡수했다”고 평가한다.


두나무는 반대로 네이버를 통해 안정적 고객 채널, 브랜드 신뢰도, 금융 규제 대응력, 글로벌 확장 플랫폼 등을 확보하게 된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채널이 제한적이었던 두나무 입장에선 네이버 생태계 편입만으로도 향후 사업 확장성이 크게 향상되며 ‘제도권 채널’을 확보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양사 통합 법인은 코스피(KOSPI·한국종합주가지수)뿐 아니라 나스닥(Nasdaq) 직상장도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실제 서비스 측면에서도 여러 변화를 예고한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결제 통합 API(데이터 교환 인터페이스)를 통해 쇼핑·콘텐츠·구독·송금 등이 단일 온체인 결제 인프라로 통합되면 처리 비용이 기존 대비 50~70%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둘째, 네이버 앱 하나로 ‘쇼핑부터 결제·금융·주식·가상자산 지갑까지’ 모든 걸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첫 ‘슈퍼앱’ 탄생의 가능성이 전망된다. 


셋째, 네이버웹툰·웹소설·제페토 IP가 NFT·토큰·마이크로 결제 모델과 연결되면 K-콘텐츠의 온체인 확장이 가능해진다.


이번 거래가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금가(금융-가상자산) 분리 관례 충돌 가능성,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성 등 3가지 규제 이슈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여부는 플랫폼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단순한 인수합병(M&A)을 넘어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글로벌 벤처캐피탈(VC) 투자 전문가는 “이번 합병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빅테크·결제가 본격적으로 결합한 사례”라며 “한국 디지털 금융의 10년 방향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는 결제의 미래를 샀고, 두나무는 제도권 입장권을 확보했다”며 “양사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딜(거래)”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투자 관점에서 핵심 체크포인트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통과 속도, 네이버페이의 온체인 결제 실험 적용 시점, 네이버–두나무 공동 브랜드 론칭 등이며 이 요소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점이 한국 금융판 재편의 ‘실질적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두나무의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다. 한국 디지털 금융·블록체인·빅테크 산업의 다음 10년 지도를 새로 그리는 사건이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판을 먼저 이해한 사람이 다음 투자 사이클의 맨 앞줄에 서게 된다”며 “이 빅딜은 뉴스가 아니라, 시대 변화의 출발점”라고 말했다.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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