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9월15일 강원 화천군 화천대교 일원에서 열린 육군 기갑·공병부대 문·부교 도하 작전 훈련. 연합뉴스
편집위원·한국전략연구소 소장대한민국 육군에는 7개의 기갑여단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7개 여단에서 여단장·참모장·작전참모 등 핵심 3개 보직(총 21개) 중 단 1명의 여단장을 포함 3명 만이 기갑병과 장교이다. 다시 말해, 기갑여단의 86% 이상 주요 지휘직이 비(非) 기갑병과 출신에게 맡겨져 있다. 공병여단 역시 상황은 동일하며, 보병 출신 장교가 2개 공병여단장을 맡고 있다.이는 단순한 인사의 문제가 아니다. 전장의 본질을 몰각(沒覺) 하는 한국군 인사제도의 구조적 실패요, 병과 전문성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결국 장병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한 결함이다.
‘기갑’이라는 병과는 지휘관의 손끝에서 살아난다
기갑여단은 전장의 속도· 기동·화력·종심 돌파를 담당하는 작전의 중핵이다. 그래서 기갑부대 지휘를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축적된 감각과 준비가 필요하다.
△전차 승무원 숙련도 판단 △궤도 차량의 고장 유형 및 정비소요 △기계화보병과 전차의 결합 운용 △지형·지물에 따른 기갑 돌파 각도와 집중및 반응시간 측도 △포병·항공·공병과의 제병협동 △대전차위협에 대한 회피·기동 패턴, 이 모든 것이 기갑병과의 전문성 속에 있다.
문제는, 비기갑 출신 지휘관은 이러한 감각을 갖는데 제한 된다.
지휘관 부임전 교육을 몇 주 받거나 교범을 읽는다고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전차의 운용, 기동의 한계, 궤도 소리, 전술제대에서 반복되는 실전감각은 오직 그 병과경험에서만 얻어진다.
그런데도 육군은 기갑여단을 ‘보직 경로 관리’ 차원에서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실험장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외과 병동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맡기는 것과 동일한 오류다.
비전문가 지휘가 만든 가장 큰 피해: 간부교육 붕괴
기갑여단을 지휘하는 장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간부교육이다.
기갑·기계화부대는 장비 운영 숙련도가 곧 전투력이며, 중대장·소대장·정비장교 교육이 부대의 생명력이다.
그러나 비전문가 지휘관이 부임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① 무엇을 가르칠지 모른다
기갑 부대의 훈련 기준과 평가척도, 중대단위 기동훈련의 요점, 전차·장갑차 단자 특성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가르칠 수 없는 지휘관’이 된다.
② 장비 성능 발휘가 불가능
K1/K2 전차, K21 장갑차는 운영 방식과 정비 주기, 지형 대응법을 모르면 제 성능의 60~70%도 못 쓴다.
비전문가 지휘관은 결국 안전 위주·정적 훈련으로 회귀하게 된다.
③ 간부들의 전투 감각이 퇴화
지휘관이 자신 없어 하니, 참모들도 기갑 전술 연구를 중단한다. 그 결과 여단 전체가 ‘기갑부대인데, 기갑/기계화 다운 훈련을 못 하는 부대’가 된다.
기계화·기갑부대의 교육훈련이 무너지는 순간, 그 부대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다. 이는 평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전시에는 대참사로 이어진다.
기계화전의 핵심: “전투는 병과가 한다, 보직이 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 적은 명함이나 직책을 보고 봐주지 않는다.
병과 전문성, 연륜, 숙련도만이 전장에서 부대를 살린다.
그러나 한국군은 다음과 같은 잘못된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보병도 지휘 경험만 있으면 기갑여단장 할 수 있다.”
“참모는 문서를 잘하면 된다.”
“병과 불문하고 돌려가며 보직하면 공정하다.”
이는 행정조직의 논리이지, 전쟁 조직의 논리가 아니다.
기갑여단·공병여단은 그 병과의 본질적 전문성이 없으면 전투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부대들이다.
보병대령을 공병여단장에, 기계화부대 경험이 없는 보병포병대령을 기갑여단 참모장에 앉히는 것은 마치 잠수함을 수상함 장교에게 맡기는 것, 포병여단을 헌병 출신에게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쟁에서는 이 모순이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나의 훈련평가기준에 의하면 한국군 기갑부대 훈련수준은 불합격 수준이다.
△고속 종심돌파 불가 △햇지밀폐하 전투사격불가 △최고속 전술기동 운용 미숙 △전차 분산운용으로 화력 집중 불가 △기동축선 엄호사격 개념적용 △전진·후퇴기동 시기 판단 제한
이러한 실패는 곧 여단 단위 궤멸, 전선 붕괴, 장병 대량 희생으로 이어진다.
“장비만 전차면 기갑 부대인가?” - 부대의 정체성이 붕괴되는 현실
기갑·기계화부대의 본질은 장비가 아니라 전술문화와 병과전문성이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지휘하면 부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퇴행한다.
△전차·장갑차는 훈련장에서 ‘전시용 소품’ 취급 △승무원부족하다고 훈련시 전차방치(대체승무원 미운용) △전술토의는 보병전 중심 △‘보병식 사고’가 기계화부대 전체를 지배 △위험 회피형 훈련 → 기갑의 공격적 성향 상실
이런 부대는 더 이상 기갑 여단이 아니다. 전차만 보유한 ‘보병화 기계’가 될 뿐이다.
문제는 결국 인사관리 — 병과에 대한 대우와 제도적 존중의 부재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병과 전문성보다 “보직 순환의 형평성”을 우선시하는 인사 관리 △병과 간 균형을 맞춘다는 비현실적 논리 △기갑·공병 등 기술병과를 ‘예하 지휘 경험’ 수준으로 가볍게 인식 △지휘관 자리를 “경력 관리용 자리”로 보는 관행 △이러한 인사제도는 결국 병과에 대한 무지를 넘어 핵심기반전력의 파괴행위다.
장교 인사는 전쟁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평시 조직관리의 균형이 아니라, 전시에 누가 부대를 살릴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문제의 본질은 “전쟁이 나면 누가 책임지는가”
기갑여단이 기갑답게, 공병여단이 공병답게 싸우기 위해서는 병과의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전문가가 여단 지휘부를 장악하면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적 전차부대와 조우 시, 즉각적인 전술 판단을 누가 책임지는가?
대전차 미사일 위협 분석은 누가 하는가?
기갑 돌파축 설정을 누가 결정하는가?
중대장·소대장 교육은 누가 책임지는가?
장병들에게 기갑혼을 어떻게 불어 넣을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지휘관이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 지휘관의 수준이 그 부대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의 생사가 갈리는 문제다.
기갑·공병 지휘관은 ‘교체 가능한 보직’이 아니다
한국군이 지금처럼 병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인사를 지속한다면, 기갑여단· 공병여단은 전시에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부대로 전락할 것이다.
△간부교육 붕괴 △장비 성능 미발휘 △전술 판단 실패 △부대 전투력 상실 △장병 희생 증가
국가가 수조 원을 들여 K2 전차를 만들고, 기갑전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문가에게 맡겨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다.
지금의 인사제도는 그 목적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기갑여단·공병여단은 병과의 혼과 기술, 축적된 전장감각이 녹아 있는 부대다. 이 부대에 비전문가를 앉히는 것은 육군의 직무유기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전쟁은 냉정하다.
준비한 만큼만 살아남는다.
기갑은 기갑병과지휘관이나 기계화부대 경험있는 장교가 지휘해야 한다.
공병은 공병이 이끌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한, 우리군의 전쟁준비태세는 사상누각이다.
한미일보 편집위원·한국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