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치 평론의 기본은 명확하다. 사실관계가 불완전할수록, 평론가는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윤태곤의 칼럼은 질문을 생략한 채 결론으로 직행한다. 그 결과, 평론은 분석이 아니라 서사적 편들기로 변질됐다. 이번 ‘한동훈 제명’ 사안을 다룬 그의 글은 일관된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제명의 본질은 윤석열 면책이며, 당게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이 전제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검증 가능한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비켜 갔다는 점이다.
“여론조작으로 보기엔 글의 양이 적다”는 논리의 오류
윤태곤 칼럼의 핵심 문장 중 “문제의 글은 하루 두세 개에 불과하다. 여론을 조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는 양적 환원 오류(reductionism)다.
여론조작은 글의 ‘개수’로 판단되는 문제가 아니다. 패턴, 반복성, 유통 경로, 삭제 행위, 조직성이 핵심이다. 실제로 제기된 의혹은 다음과 같다.
△동일한 명의가 가족 단위로 분산되어 사용됐는가
△동일 또는 유사 IP에서 작성됐는가
△작성 시점 이후 게시판 셧다운과 600건 이상 글 삭제가 있었는가
△동일 문구가 외부 커뮤니티·네이버 댓글로 확산됐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윤태곤은 단 하나도 묻지 않는다.
“글이 적다”는 결론만 던질 뿐이다. 이것은 분석이 아니라 판단의 선취다.
‘동명이인’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평의 자기 포기
한동훈 측의 핵심 해명은 명확했다. “당원게시판에 가입하지 않았고, 동명이인이 쓴 글이다.” 그렇다면 평론가는 최소한 다음 질문을 던져야 했다.
△왜 73년생이 아닌 68년생 동명이인이라는 점을 스스로 특정할 수 있었는가
△본인이 아니라면 왜 재심 기간 10일 동안 직접 소명하지 않았는가
△떳떳하다면 왜 수사 의뢰나 고발이라는 가장 단순한 방법을 택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윤태곤의 글에는 이 질문들이 통째로 결락돼 있다.
해명을 검증하지 않고 서사 속에 흡수시키는 순간, 평론은 사실 확인을 포기한다.
‘윤석열 면회–당무감사위 인사’ 연결은 추측이면서, 왜 일방통행인가
윤태곤은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설명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시점과 당무감사위원장 임명을 강하게 연결한다. 하지만 정작 묻지 않는다.
△이 인사가 윤석열의 의중이라는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가
△반대로, 한동훈 측 인사·패널들이 당원게시판을 인용해 윤석열을 공격한 사례들에 한동훈의 정치적 영향력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는가
한쪽의 행위는 ‘뇌피셜’이라 비판하면서, 다른 쪽의 영향력은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전형적인 선택적 인과 설정이다.
“윤석열 면책 서사”라는 거대한 프레임의 비약
이 칼럼의 가장 큰 문제는 결론부에 있다. “결국 한동훈 제명은 박근혜·윤석열·장동혁으로 이어지는 계보 형성이다.” 이 문장은 분석이 아니라 서사 창작에 가깝다.
정치적 ‘계보’라는 개념을 쓰려면, 최소한 공유된 노선·조직·정책·후계 구조가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글 어디에도 그 실증은 없다.
대신 등장하는 것은 상징의 나열이다.
△박근혜 방문
△윤석열 면회
△한동훈 제명
이들을 하나의 직선 서사로 묶는 순간, 평론은 설명이 아니라 드라마 해설이 된다.
평론의 공정성은 ‘균형’이 아니라 ‘질문의 대칭성’에서 나온다
윤태곤의 글은 겉으로는 중립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질문의 방향이 한쪽으로만 향해 있다.
△장동혁에게는 동기·의도·계보를 묻고
△한동훈에게는 사실·책임·소명을 묻지 않는다
이 비대칭이 누적되면 평론은 더 이상 평론이 아니다. 특정 인물의 피해자 서사를 보강하는 하청 논평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윤석열 면책 서사’가 아니라 ‘사실의 완결성’이다
한동훈 제명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정치적 판단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정론을 먼저 배치하는 순간, 그 평론은 스스로 신뢰를 훼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계보도도, 희비극적 드라마도 아니다.
△왜 가족 명의가 동원됐는지
△왜 동일 IP 의혹이 제기되는지
△왜 대량 삭제가 있었는지
△왜 어떤 소명도 없었는지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는 한, “무리한 제명”이라는 서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평론가는 판을 짜는 사람이 아니라, 판 위의 안개를 걷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 심규진 교수
스페인IE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과 전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을 역임했으며 호주 멜버른 대학교 전임교수와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조교수로 근무했다. 저서에 ‘K-드라마 윤석열’ ‘하이퍼 젠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