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AP 연합뉴스]
일본 유조선 1척이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회사 소유 파나마 선적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이데미쓰 마루호가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이날 오전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다.
일본 정유사 이데미쓰 고산의 자회사가 운용하는 이 유조선은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원유를 선적한 뒤 걸프해역에 정박했다가 현지시간으로 27일 오후 늦게 항해를 시작했다.
선박 추적 사이트를 보면 이 배는 이란 당국이 공지한 '안전 항로'인 게슘섬과 라라크섬에 근접한 항로로 운항했으며 한국시간으로 28일 오후 11시40분 기준 오만만 공해 상을 항해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9일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의 정보를 인용해 이 유조선의 목적지가 일본 나고야항으로 보인다며 페르시아만에서 일본까지 약 20일이 걸리는 만큼 다음 달 중순께 일본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데미쓰 고산 관계자는 수송 상황에 대해 "선박 안전을 위해 대답할 수 없다"고 일본 언론들에 밝혔다.
프레스TV는 이 유조선이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면서도 이른바 '통행료'를 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닛케이와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해협 통과에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닛케이에 이데미쓰 마루호가 62일 만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은 "일본 정부가 협상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9일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일본 관련 선박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해 일본을 향해 항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3명의 일본인 선원이 승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일본을 비롯한 모든 국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조속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이란을 상대로 대응해왔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도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번 선박 통과를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일본 관련 선박을 비롯해 모든 국가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란측에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이날 새벽 엑스에 글을 올려 이란과 일본의 역사적 우호 관계가 이번 이데미쓰 마루호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1953년 있었던 닛쇼마루호 사건을 언급했다.
주일 이란대사관이 X에 게시한 닛쇼마루호 사진 [X 캡처]
닛쇼마루호는 이란이 석유 시설 국유화 조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당시 일본이 이란 석유를 비밀리에 수입하기 위해 사용했던 유조선이다. 일본의 닛쇼마루호 파견으로 이란이 국제 봉쇄를 뚫을 수 있음이 증명됐었다.
닛쇼마루호 역시 이데미쓰 마루호처럼 이데미쓰 고산 소유였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닛쇼마루호 사건에 대해 "양국 간 긴 우정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 유산이 오늘날까지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썼다.
일본 관련 선박은 이달 초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나 모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었고 유조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약 40척의 다른 일본 관계 선박도 해협을 나올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