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회의 주재하는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정유업계 임원들을 비공개로 만나 이란전에 따른 에너지 시장 파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AFP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과 함께 정유·가스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에너지 생산 및 해운 현황과 원유 선물 시장 동향, 베네수엘라 상황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대이란 해상 봉쇄가 수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상황 공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해 취한 조치와, 필요한 경우 현재의 봉쇄 조치를 수개월간 지속하면서 미국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란전 개시 이후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미국은 이란 관련 선박의 해협 및 인근 해역 출입을 차단하는 대이란 해상 봉쇄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포기 등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시 해상 봉쇄를 수개월 더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장기적 해상 봉쇄 준비를 보좌진에 지시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는 당장 군사행동을 재개하기보다는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이란전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를 밑돌던 수준에서 현재 4.18달러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에 연동된 미국 내 에너지 가격도 상승하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선박에 미국 항구 간 운송 독점권을 부여하는 존스법에 대한 유예 조치를 90일 연장하기도 했다.
이는 외국 선박의 미국 내 항구 간 운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에너지 공급 병목을 완화하고 유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에너지 시장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에너지 업계 경영진들과 자주 만난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이란과의 휴전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 보유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