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진 커밍스 “윤 대통령이 남긴 외교 자산의 의미”… CEPA 5월1일부터 정식 발효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5-03 21:40:22
기사수정
  • 尹 체결한 한국·UAE의 CEPA 5월1일부터 정식 발효
  • 올드미디어, 尹이 닦아놓은 외교적 기반 언급 안해
  • 외교는 국가 산업과 안보의 기반… 가볍게 보면 안돼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024년 5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정치 평론가 진 커밍스가, 윤석열 대통령 재임 시 체결한 한국·UAE 포괄적경제동반자(CEPA) 협정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분석했다.

 

진 커밍스는 윤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4년 5월29일 서울에서 정식 체결한 한국-UAE의 CEPA가 2026년 5월1일부터 정식 발효됐다며 이는 한국이 중동 아랍 국가와 맺은 첫 번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임을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확인시켰다. 

 

이에 따라 전체 상품의 91.2%에 대해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되며, 양국 간 교역 흐름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산업, 공급망 전반에 직접적인 촉진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이는 단순한 양국 간 통상 협정을 넘어, 걸프 지역과 아시아 사이에 새로운 구조적 무역 회랑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진 커밍스는 지금 중동 에너지 위기가 단순히 원유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유를 생산하는 카르텔의 약화 △해상 통로의 봉쇄 △미국의 대이란 군사·경제 압박 △중동 산유국들의 이해관계 재편 그리고 그 모든 충격을 받아내야 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오랫동안 중동 원유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원유 수입과 정제, 석유화학제품 생산, 제트유·경유·휘발유 유통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 경제 전체가 사실상 중동 해상 교통로 위에 얹혀 있다는 사실은 국민이 잊고 산다. 

 

커밍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순간, 이 같은 눈에 보이지 않던 실체가 드러난다고 짚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UAE가 OPEC을 탈퇴한 것과 관련해 산유국 질서 내부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커밍스는 이런 변화 속에서 “CEPA는 평상시에는 단순한 무역협정처럼 보이지만, 전쟁과 봉쇄와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공급망 안전판이 되는 매우 중요한 협정이다. 위기 때는 원유를 싸게 사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산유국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치하했다. 

 

이것이 진실임에도 언론들이 윤 대통령이 닦아놓은 외교적 기반에 일제히 함구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아울러 “한국은 이제 원유를 단순 수입품이 아니라 외교, 군사, 금융, 산업이 결합된 전략 자산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UAE의 OPEC 탈퇴와 한국·UAE CEPA 발효가 같은 시점에 겹친 것은 단순한 우연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진 커밍스의 페이스북 포스팅 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4년 5월29일, 한국과 UAE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즉 CEPA를 정식 체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날, 양국 장관이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는 한국이 중동 아랍 국가와 맺은 첫 번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었다. 이후 양국의 비준 절차를 거쳐 이 협정은 2026년 5월1일부터 정식 발효됐다. 


전체 상품의 91.2% 관세 인하되거나 철폐


이에 따라 전체 상품의 91.2%에 대해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되며, 양국 간 교역 흐름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너지, 산업, 공급망 전반에 직접적인 촉진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양국 간 통상 협정을 넘어, 걸프 지역과 아시아 사이에 새로운 구조적 무역 회랑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5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한·UAE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중동 에너지 위기는 단순히 국제 유가가 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원유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원유를 생산하는 카르텔의 약화, 원유가 이동하는 해상 통로의 봉쇄, 미국의 대이란 군사, 경제 압박, 중동 산유국들의 이해관계 재편, 그리고 그 모든 충격을 받아내야 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는 사건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중동 원유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그 의존 구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원유가 들어오고, 정유사는 정제하고, 석유화학 공장은 나프타를 받아 제품을 만들고, 항공사는 제트유를 쓰고, 물류 회사는 경유를 쓰고, 소비자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이처럼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 경제 전체가 사실상 중동 해상 교통로 위에 얹혀 있다는 사실은 국민이 잊고 산다.

 

그런데 이번처럼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던 실체가 드러났다.

 

호르무즈라는 이 좁은 해협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와 나프타 상당 부분이 지나오는 한국 산업의 대동맥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기준 한국 원유 수입의 61%, 그리고 나프타 수입의 54%가 호르무즈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번 위기 속에서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원유 2억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 톤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한국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을 약 270만~300만 배럴로 잡으면, 2억7300만 배럴은 대략 3개월 안팎의 원유 수요에 해당한다. 나프타 210만 톤도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약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규모다.

 

평소라면 이런 물량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조달되는 흐름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호르무즈가 막히자 정부가 곧바로 3개월치 원유와 한 달치 나프타를 별도로 확보해야 했다. 이것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얇은 에너지 공급선 위에 서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원유와 나프타 공급이 몇 주만 흔들려도 정유, 석유화학, 물류, 수출, 물가가 동시에 압박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우회 물량을 급히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에너지 안보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호르무즈가 막히면 한국은 단순히 주유소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정유, 석유화학, 항공, 해운, 물류, 발전, 플라스틱, 합성섬유,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소재, 포장재, 식품 가격, 환율, 물가, 금리까지 모두 연결되어 흔들린다.

 

원유가 비싸지면 정유사의 원가가 올라가고, 나프타가 부족해지면 석유화학 공장의 채산성이 무너지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 제조업 전반의 비용이 올라간다. 결국 중동의 해협 하나가 한국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와 기업의 수출 경쟁력까지 흔드는 것이다.

 

눈에 띄는 OPEC의 구조적 약화 

 

첨부한 그래프를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OPEC의 원유 생산량이 얼마나 뚜렷하게 줄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2013년 OPEC 생산량은 하루 3048만 배럴이었다. 2016년에는 하루 3319만 배럴까지 올라가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이후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9년에는 2985만 배럴로 내려왔고, 코로나 충격이 있었던 2020년에는 2566만 배럴까지 급락했다. 2021년 2641만 배럴, 2022년 2884만 배럴로 일부 회복했지만, 2023년 2815만 배럴, 2024년 2652만 배럴로 다시 약해졌고, 2025년에도 2775만 배럴에 그쳤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경기 변동의 결과가 아니라, OPEC이라는 카르텔 자체의 구조적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원국 이탈, 장기 감산, 생산 능력의 불균형, 사우디 중심 질서에 대한 불만, 미국 셰일오일의 부상, 비OPEC 산유국의 확대, 그리고 각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겹치면서 OPEC은 예전처럼 세계 원유 시장을 단일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프의 제목대로, 회원국들이 떠나고 감산이 지속되면서 OPEC 생산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줄었다. 이 뜻은 원유 시장의 오래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OPEC이 감산을 결정하면 시장이 긴장했고, 증산을 결정하면 시장이 안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OPEC의 생산량 자체가 줄었고, 회원국 간 이해관계는 엇갈리며, 일부 산유국은 더 이상 사우디 중심의 쿼터 질서에 묶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미국 셰일, 브라질, 가이아나, 캐나다, 카자흐스탄 같은 비OPEC 공급 축이 커지면서 원유 시장은 더 이상 하나의 카르텔이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UAE의 OPEC 탈퇴가 의미하는 것 

 

이러한 흐름 속에서 UAE가 OPEC을 탈퇴했다. UAE는 2026년 4월28일 OPEC 탈퇴를 발표했고, 5월1일부터 OPEC과 OPEC+에서 빠지게 됐다.

UAE는 그동안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지만, OPEC 쿼터 때문에 마음대로 생산을 늘릴 수 없었고, 이 점은 UAE의 오래된 불만이었다. 

 

UAE는 사우디처럼 중동 산유국 질서의 상징적 패권을 쥔 국가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증산 여력이 있는 몇 안 되는 핵심 산유국이다. 그런 UAE가 OPEC에서 탈퇴했다는 것은 단순한 회원국 하나의 이탈이 아니라, 산유국 질서 내부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증거다.

 

한국-UAE CEPA의 전략적 의미의 중요성

 

한국은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원유를 사와서 정제하고, 가공하고, 산업 제품으로 전환해 먹고사는 나라다. 따라서 한국이 봐야 할 것은 단순히 원유 가격이 싸냐 비싸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급처가 얼마나 다변화되어 있는지, 장기계약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해상 운송로가 얼마나 안전한지, 그리고 위기 때 어느 산유국으로부터 우선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외교적 관계를 갖고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UAE와의 CEPA가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UAE와의 CEPA, 즉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은 쉽게 말해 FTA보다 협력 범위가 더 넓은 자유무역협정이다. 단순히 상품 관세를 낮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투자, 공급망, 산업 협력까지 포괄하는 제도적 협력 틀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과 UAE의 CEPA는 2026년 5월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 협정은 한국이 중동 아랍 국가와 맺은 첫 자유무역협정으로서, 원유를 포함한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협정에 따라 UAE산 원유에 붙던 3% 관세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3%라는 숫자는 얼핏 작아 보이지만, 한국처럼 원유를 수천만 배럴, 수억 배럴 단위로 들여오는 나라에게는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예를 들어 100억 달러어치 원유를 수입하면 3% 관세만 해도 3억 달러다. 이 비용은 결국 정유사의 원가가 되고, 정유사는 그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선박유, 석유화학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사라진다는 것은 한국에 큰 이득이 된다. 원유 수입 비용이 낮아지면 정유사의 부담이 줄고, 그 부담 완화는 결과적으로 산업 원가와 물가 압력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CEPA는 평상시에는 단순한 무역협정처럼 보이지만, 전쟁과 봉쇄와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공급망 안전판이 되는 매우 중요한 협정이다. 위기 때는 원유를 싸게 사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산유국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위기 때 “누구에게 먼저 연락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전쟁이 터지면 국제 원유 시장은 출렁이고, 모든 나라가 동시에 물량을 찾기 위해 경쟁을 벌이며, 선박과 보험, 우회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몰려든다. 그때 지금처럼 평소에 제도적 관계를 구축해놓은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협상력에서 큰 우위를 점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호르무즈 사태 이후 UAE와 우선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외교적, 전략적 통로를 갖고 있었다.

 

물론 CEPA는 5월1일부터 발효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협정상의 관세 혜택이나 제도적 효과가 적용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발효일 하나가 아니라, 2024년 5월 CEPA 서명 이후 한국과 UAE 사이에 이미 에너지, 투자, 공급망 협력을 전제로 한 전략적 관계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위기 때는 바로 이런 관계를 얼마나 빨리 현실의 물량 확보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한데, 결국 이재명 정부는 뒤늦게 UAE로부터 24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고, 사우디, 카자흐스탄, 오만 등을 통해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2억73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공급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 물량은 정상 상황 기준으로 한국의 원유 수요 3개월 이상, 나프타 수요 약 한 달분에 해당한다.

 

위기 속에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적 외교 자산

 

이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5월 UAE와 CEPA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이번 이란-호르무즈 사태에서 한국이 UAE로부터 원유 공급을 이 정도로 협의하고 확보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CEPA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협정이 아니라, 에너지, 투자, 공급망 협력을 제도화한 전략적 외교 자산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와서 그 자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리 닦아놓은 이 외교적 기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국이 더 깊이 봐야 할 것은 단순한 원유 확보 문제가 아니라, 위기 때 실제로 물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평상시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전쟁과 봉쇄가 시작되면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물량이고, 물량보다 중요한 것은 항로이며, 항로보다 중요한 것은 외교적 우선순위다.

 

아무리 계약이 있어도 선박이 움직이지 못하면 원유는 오지 않는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해상 보험이 막히면 배는 출항하지 않는다. 산유국이 있어도 정치적 관계와 제도적 통로가 약하면 위기 때 순번에서 밀릴 수 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바로 그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 점에서 UAE는 단순한 원유 공급처가 아니다. UAE는 OPEC을 벗어나면서 사우디 중심의 쿼터 질서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에너지 전략을 추진하려는 국가다. 동시에 원전, 방산, 항만, 물류, 금융, AI, 첨단 제조, 우주산업까지 국가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원유 수출국에서 중동의 투자,산업 플랫폼 국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UAE의 이해관계는 바로 여기서 맞아떨어진다. UAE는 원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면서 제조업, 원전, 방산, 첨단산업 파트너가 필요하고, 한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선과 중동 내 전략 거점이 필요하다. 한국은 정유, 석유화학, 조선, 원전, 건설, 방산, 반도체, 배터리 역량을 가진 나라다. UAE는 자본, 에너지, 항만, 중동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다. 양국의 협력은 단순한 원유 거래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UAE와의 관계를 원유 수입과 관세 인하 수준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장기 원유 공급계약, 공동 비축, 우회 수송망, 정유, 석유화학 공동 투자, 항만, 물류 인프라, 원전 운영, 방산 협력, 에너지 금융까지 하나의 전략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에너지 안보 전략이다.

 

미국의 군사·경제 압박, 이란 흔든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도 이 틀 안에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 국내 정치나 전쟁 권한 논쟁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경제 압박이 이란의 원유 수출과 호르무즈 안정성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 봉쇄, 금융 제재, 원유 수출 차단이 결합되면 이란의 외화 수입과 정권 재정은 압박을 받고, 그 충격은 곧바로 국제 원유 시장과 아시아 수입국으로 전파된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위협하면 세계를 압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칼날은 이란 자신에게도 돌아간다. 원유는 팔려야 돈이고, 선적되어야 돈이며, 결제되어야 돈이다. 수출이 막히면 저장시설이 차고, 저장시설이 차면 감산해야 하며, 감산이 길어지면 유정 폐쇄, 즉 shut-in 문제가 생긴다. 결국 호르무즈 위기는 이란에게도, 걸프 산유국에게도, 한국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도 동시에 압박이 되는 구조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번 사태를 “중동에서 벌어진 남의 전쟁”으로 보면 안 된다. 미국이 이란을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통행을 제한하며, 미국이 해상 봉쇄로 대응하는 가운데, UAE가 OPEC을 탈퇴하고 OPEC의 결속이 약해지는 이 모든 변화는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된다.

 

한국 경제는 지리적으로는 중동에서 멀리 있지만, 산업적으로는 이미 그 해협 위에 올라서 있다. 

 

이번 위기의 결론은 분명하다. 한국은 앞으로 중동 에너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사우디, UAE, 오만, 카자흐스탄 같은 공급선을 다층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호르무즈 하나에 묶이지 않는 우회 수송망을 확보해야 하며, 전략 비축과 민간 재고, 장기계약, 공동 투자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금 한국 언론이 해야 할 일도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단순히 “유가가 오른다” “정부가 원유를 확보했다” “UAE와 협력한다”는 표면적 보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 한국이 3개월 치 원유와 한 달 치 나프타를 급히 확보해야 했는지, 왜 UAE와의 CEPA가 지금 와서 전략적 의미를 갖는지, 왜 UAE의 OPEC 탈퇴가 한국에게 기회이자 위험인지, 그리고 왜 전임 정부가 만들어놓은 외교 자산이 현 정부의 위기 대응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는 기름이 없는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기름이 어디서 오고, 어떤 바닷길을 지나오며, 누가 그 길을 막을 수 있고, 누가 그 길을 열 수 있는지 모르는 나라가 가장 위험하다. 

 

한국은 이제 원유를 단순 수입품이 아니라 외교, 군사, 금융, 산업이 결합된 전략 자산으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UAE의 OPEC 탈퇴와 한국-UAE CEPA 발효가 같은 시점에 겹친 것은 단순한 우연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OPEC의 오래된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 한국은 중동의 새로운 에너지 파트너와 제도적 협력의 문을 열었다. 지금은 불안하지만, 바로 이런 불안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리 준비한 외교의 가치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는 적지 않다. 그러나 위기 때 한국에 실제로 배를 띄워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래서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구매력이 아니라, 외교력과 항로와 공급망의 문제다.

 

한국처럼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가 외교를 가볍게 보는 것은 치명적인 착각이다. 국내 정치에서 아무리 지지를 받는 지도자라도, 외교를 우습게 보는 순간 국가의 산업 기반과 안보 기반은 동시에 흔들린다.

 

서울 같은 거대한 도시에 단 하루만 전력 공급이 끊겨도 경제와 안보는 마비된다. 에너지를 외부에서 들여와 국가를 움직이는 한국에게 외교는 체면이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게 외교는 생존의 문제다.


이미지: MEES (Middle East Economic Survey) 

 

UAE는 5월 1일 OPEC에서 탈퇴하며, 59년 동안 이어온 회원국 지위의 막을 내렸다. 또한 오는 12월 ‘협력 선언’ 10주년을 맞게 될 더 넓은 OPEC+ 동맹에서도 함께 빠져나갔다. UAE의 탈퇴는 66년 OPEC 역사상 가장 큰 타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카타르, 에콰도르, 앙골라가 탈퇴한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UAE는 OPEC의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었고, 전쟁 이전 산유량은 하루 340만 배럴로, 앞서 탈퇴한 카타르, 에콰도르, 앙골라 세 나라의 생산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 진 커밍스 

 

미 정치 칼럼니스트. 매릴랜드 볼티모어 채널13을 거쳐, ‘선데이타임즈’ 편집국장(1994~1996), ‘주간워싱톤(The Korean Weekly)’ 사업국장(1996~2000)을 역임했으며 이후 ‘아시아 포스트’를 창간했다. 현재는 정부 컨트랙트를 수행하는 민간 기업에서 정치, 외교, 안보 분야 백엔드 분석가로 근무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