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폐를 세는 테헤란 시민 [WANA/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이란의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란의 동결자산 해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미국 쪽에선 이란이 특정 조건을 이행한 후에야 동결자산이 풀릴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반면 이란은 양해각서 합의와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결자산 해제는 이란 측에서 일관되게 강조했던 요구사항이지만 그 이행 시점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24일(현지시간) "동결된 자산은 양해각서 합의가 발표되자마자 해제돼야 하며 이란이 완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은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포함한 일부 조항을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해각서 합의가 취소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동결자산이 해제되지 않으면 이란의 레드라인 중 하나를 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합의는 없다"고 경고했다.
한 이란 관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합의 이행 첫 단계에서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산 120억 달러(약 18조원)를 해제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제거 작업이 시작될 것이며 미국의 봉쇄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양해각서 체결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최소한의 신뢰 조성을 위해 미국이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고 정치적 부담도 적은 동결자산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전후 복구와 민생 안정, 환율 관리를 위해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거액의 외화 자산이 시급한 처지이기도 하다.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은 1천억 달러(약 150조원)로 추정된다.
그러나 CNN은 전날 미 당국자를 인용, 대이란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포기 등 핵합의를 이행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일부 매체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한 뒤에야 동결자산이 해제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 매체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양해각서 단계에서 핵문제는 논외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대미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고위급이 25일 카타르 도하를 방문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과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주로 다룬다고 전했으나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이들과 동행하면서 동결자금 해제에 관심이 모였다. 카타르에 이란의 자산이 현금 형태로 상당히 동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여파로 한국에 묶였던 자금도 있다.
한국은 2010년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상계방식으로 이란의 원유를 구매했었으나 2018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로 이 계좌에 누적됐던 약 60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9조원)를 자체 동결했다.
2023년 9월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의 대가로 이 자금이 카타르 상업은행 QNB의 이란중앙은행 계좌로 모두 송금돼 이란에 대한 인도적 물품 구매에 사용됐지만 한 달 뒤 가자지구 전쟁 발발로 다시 동결됐다.
향후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를 성사했을 때 카타르는 한국의 사례처럼 해외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이 예치될 수 있는 중립적 채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