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32분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모습. 소방당국은 추가 부상자 여부를 확인 중이다. [사진=연합뉴스]서울 도심의 대표적 노후 인프라였던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철거가 결정된 구조물에서, 철거 작업 도중 다시 붕괴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번 사고는 단순 공사장 사고를 넘어 노후 기반시설 해체 과정의 안전관리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고가 구조물 일부가 무너졌다.
사고 직후 경찰과 소방은 현장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구조 작업에 들어갔다. 소방은 오후 2시 33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현장에서는 화물차가 깔렸고, 작업자와 차량 탑승자 등 최소 6명(1명 사망)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피해자는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여파는 철도 운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철도공사는 고가 아래 철로를 지나는 서울역~신촌역 구간 열차 운행을 중지했다. 도심 고가 철거 현장의 사고가 도로 통제뿐 아니라 철도 운행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위험해서 철거한 고가, 철거 중 다시 사고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 이후 59년 동안 서울 도심 교통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더 이상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시는 2019년 교각 콘크리트 탈락, 2021년 바닥판 붕괴, 2024년 보 손상 등 구조물 파손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21일 0시부터 서소문고가차도를 전면 통제하고 본격적인 철거 공사에 착수했다. 당초 계획상 철거 공사는 2026년 5월 완료를 목표로 했고, 이후 신설 공사를 거쳐 2028년 2월 준공한다는 일정이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서소문고가차도는 위험해서 철거가 결정된 구조물이었다. 그렇다면 철거 과정에서는 일반 공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전 안전계획과 현장 통제가 요구된다.
철거 순서, 하중 분산, 작업자 위치, 장비 배치, 하부 차량·철도 통제, 비상 대피선 확보가 모두 사고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도심 노후 인프라 해체의 위험
노후 고가 철거는 단순히 구조물을 부수는 작업이 아니다. 오래된 구조물은 설계 당시의 도면과 실제 손상 상태가 다를 수 있고, 콘크리트 강도 저하나 철근 부식, 보 손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철거 중 하중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바뀌면 구조물 일부가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
서소문고가차도는 이미 D등급 판정을 받은 구조물이었다. D등급은 주요 부재의 손상과 구조적 위험이 확인된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이번 사고의 핵심은 “왜 철거했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위험성이 확인된 구조물을 철거하면서 그 위험을 충분히 통제했느냐”다.
특히 사고 현장이 서울 도심 한복판이고, 고가 하부에 도로와 철도 기능이 맞물려 있었다는 점은 사안을 더 무겁게 만든다. 공사장 내부 사고로 끝날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 직후 고가 주변 교통은 통제됐고, 서울역~신촌역 구간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도심 기반시설 사고는 한 지점의 붕괴가 곧바로 교통망 전체의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남은 질문은 안전관리 책임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첫째, 철거 전 구조물의 손상 상태가 실제 공법에 충분히 반영됐는가.
둘째, 작업 구간의 하중 변화와 붕괴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적절했는가.
셋째, 작업자와 차량이 위험 반경 안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넷째, 서울시와 시공·감리 주체의 현장 안전관리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사고 원인은 경찰과 소방,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고는 ‘노후 고가 철거 중 발생한 우발적 사고’로만 정리하기 어렵다.
서소문고가차도는 위험해서 철거된 구조물이었다. 그렇다면 철거 과정 자체가 시민과 작업자를 보호할 만큼 안전했는지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도시는 낡은 인프라를 언젠가는 걷어내야 한다. 그러나 위험한 구조물을 철거하는 과정이 또 다른 위험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공사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안전 행정의 문제다.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남긴 질문은 하나다. 위험을 이유로 시작한 철거 공사가 과연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