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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여름 여행지] ➀한국의 ‘테이트 모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7-02 22: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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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굴뚝과 벙커, 도청의 변신… 충북 ‘도시재생 여행’
  • 하루 만에 둘러보는 ‘도시재생 원데이 투어’ 코스로 제격

청주시는 연초제조창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재탄생시키면서 20m 높이의 굴뚝과 건물 외관은 그대로 살린 채, 내부만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아래는 리모델링 전 모습. [사진=청주시]

한때 도시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근대기를 주름잡던 공간들이 있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로 가득했던 공장, 냉전의 긴장감이 감돌던 지하 벙커, 그리고 엄숙한 행정이 이뤄지던 도청 본관까지. 시대가 변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멈춰 섰던 이 공간들이 최근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숨결을 얻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단순한 복원을 넘어 잊혔던 기억에 희망의 빛을 밝히는 충북의 특별한 ‘도시재생’ 문화공간을 찾아 길을 떠나 보자. 무더운 여름에는 냉방 잘 되는 실내 여행지가 제격이다.

 

미술관 수장고로 변신한 연초제조창

 

청주시 내덕동은 과거 ‘담뱃골’로 불렸다. 이곳에는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전국 최대 규모의 연초제조창이 있었다. 한창때는 3000여 명의 노동자가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며 청주 경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4년 문을 닫은 후, 10년 넘게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며 주변 상권도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청주시는 이곳을 다시 살리고자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모던’을 벤치마킹했다. 

 

테이트 모던은 옛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1981년 문을 닫은 이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20년이 넘도록 방치됐다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연간 방문객이 600만 명을 넘는, 런던 최고의 문화시설이자 쇠퇴한 주변 지역까지 되살리는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청주시는 연초제조창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재탄생시키면서 20m 높이의 굴뚝과 건물 외관은 그대로 살린 채, 내부만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다. 특히 이곳은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으로 일반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수장고를 과감하게 개방해 소장품을 보관된 상태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냉전의 흔적이 빚은 꽃 ‘당산 생각의 벙커’

 

‘당산 생각의 벙커’는 1973년 충북 도청사 인근 당산의 암반을 깎아 만든 길이 200m에 14개의 방을 갖춘 거대한 충무시설이다. 충무시설이란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시 지휘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지하 비상대피시설(벙커)을 말한다.

 

‘당산 생각의 벙커’는 1973년 충북 도청사 인근 당산의 암반을 깎아 만든, 길이 200m에 14개의 방을 갖춘 거대한 충무시설이었다. [사진=임요희 기자·공동취재단] 

비상시를 위해 마련된 공간인 만큼 기본적인 페인트칠로 되어 있지 않다. 이런 무뚝뚝한 무채색의 공간에 다채로운 색깔의 조명과 예술작품이 자리 잡으니 이보다 힙할 수 없다. 

 

현재 벙커에서는 기획전 ‘천개의 감정, 만개의 표정’이 열리고 있다. 육중한 철문 너머, 기다란 복도를 따라 자리한 14개의 방에는 다양한 감정의 이름이 붙어 있다. 기쁨, 환희, 고통, 미움, 분노, 슬픔, 고독…. 우리의 마음속에도 이런 다양한 감정의 방이 있을 것이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 ‘분노의 방(The Rage Room)’은 보호장비를 착용한 체험객들이 망치를 들고 폐가전제품과 각종 집기를 직접 부수며 쌓여 있던 감정을 표출하도록 했다. 실내 여기저기에는 그들이 해소하고 버린 감정 찌꺼기들처럼 망가진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혹시나 불이익이 돌아올까 수많은 감정을 감추고 살아온 현대인이 유일하게 무의식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다. 

 

80여 년 만에 도민의 품으로… ‘그림책정원 1937’

 

1937년 준공된 충북도청 본관은 도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건립된 뜻깊은 국가등록 문화유산(제55호)이다. 엄숙하고 권위적인 공간의 상징이었던 이곳이 지난 4월, 도민들에게 복합문화공간 ‘그림책정원 1937’로 개방됐다. 이번 조성으로 80여 년간 자리를 지키던 도지사 집무실은 뒤편 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1937년 준공된 충북도청 본관이 복합문화공간 ‘그림책정원 1937’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임요희 기자]중앙현관으로 들어서면 과거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던 딱딱한 복도와 공간마다 동화책과 화려한 팝업북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아이들은 벽면을 따라 가득 찬 그림책을 보며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현재 개관을 기념해 동화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그림 작가 정승각의 원화 전시와 공간 전체를 입체적인 팝업북 형태로 꾸민 기획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다. 

 

또한 도청 뜰은 담벼락을 허물고 향나무를 걷어낸 후 연못을 설치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원으로 변신시켰다. 

 

세 곳 모두 청주 도심에 위치해 있어 하루 만에 둘러보는 ‘도시재생 원데이 투어’ 코스로 제격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근대 산업의 규모와 미술의 향기를 느끼고, 당산 벙커에서 몸으로예술을 체험한 뒤, 충북도청 ‘그림책정원 1937’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추천한다.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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