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놀라운 힘을 파헤친 책 ‘문학의 세계와 사상’이 출간됐다. 저자는 한미일보 객원칼럼니스트이자 시인, 역사·철학 연구자인 松山 정광제 작가다.
책은 한마디로 “우리는 문학에 속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바꿔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간교한 문학의 세계’
저자는, 문학이 재미있는 사건, 매력적인 인물, 마음을 울리는 결말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소설 한 편을 읽고 난 뒤, 독자 안에는 어느새 하나의 판단과 세계관이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도 우리에게 ‘이렇게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한다. 문학은 어떻게 설득이라는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놓는가.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 뫼르소의 무관심, 윈스턴의 저항과 굴복, 자베르의 붕괴는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을 만한 일이지만 독자는 이들 인물을 이해하다 못해 동일시하고 만다. 저자는 이 점을 파고든다.
문학이 승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장은 의심받지만, 이야기는 의심받지 않는다. 누군가 ‘여성은 이래야 한다’ ‘민족은 저래야 한다’고 직접 말하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경계한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이 그같은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면, 우리는 설득당했다는 자각조차 없이 그 인물의 논리를 마음 한켠에 들여놓는다. 저자는 이를 ‘서사라는 안전지대’라 부른다.
이해가 판단보다 먼저 움직이고, 동일시가 논리보다 먼저 작동하는 구조. 그 구조 안에서 피해자의 자리와 가해자의 자리는 은근히 배치되고, 반복되는 서사는 그 배치를 상식처럼 굳힌다.
이 책은 이 과정을 20개의 장을 통해 촘촘하게 추적한다. 일상 언어로 위장한 사상이 어떻게 ‘사실 효과’를 연출하며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지워 가는지,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어떻게 정치적인 언어로 확대되는지, 반대의견은 어떻게 침묵을 강요당하는지, 그리하여 하나의 사상이 어떻게 정체성 그 자체로 흡수되고 재생산되어 마침내 ‘상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그렇게 스며드는 사상의 흐름을 스스로 끊어낼 수 있는 독서법을 제안한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