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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松山] 왜 하필 광주 군공항과 용산 미군기지인가
  • 松山 작가
  • 등록 2026-08-22 20: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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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공급에도 ‘반미’를 심는 정권, 트럼프는 이미 간파했다”

용산미군기지(위) 시절과 현 용산공원 [사진=연합뉴스]정부가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이상하게 미군과 관계된 땅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광주 군공항과 용산공원이다. 하나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위해 비워야 할 땅으로, 다른 하나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땅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정말 이 두 곳밖에 땅이 없는가?

광주 군공항 문제부터 보자. 정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업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기지는 한국 공군만 사용하는 평범한 비행장이 아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한미 공군의 공동운영기지(COB)로서 유사시 미군 항공전력이 전개되는 전략시설이다. 

따라서 한국 공군을 옮긴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군 관련 시설과 공여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

바로 여기서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부가 먼저 미군과 협의해야 하는 군사시설을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로 선택하고, 이전이 늦어지면 그 책임이 미국이나 주한미군에 있는 것처럼 설명할 가능성이 생긴다. 

반도체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산업이다. 전력과 용수, 도로, 철도, 인력, 협력업체까지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빨리 착공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것이 상식이다. 굳이 군 공항을 비우고 한국 공군을 옮기고 미국과 협상하면서까지 그 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용산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용산공원 부지는 법률에 따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계획된 땅이고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 부지도 남아 있다. 반환이 끝난다고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다. 미군이 장기간 사용했던 지역인 만큼 환경조사와 토양오염 정화라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실제 오염 문제가 확인된 곳도 있으므로 조사와 정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주택을 빨리 공급하겠다는 정부가 왜 하필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용산 미군기지를 선택하는가? 서울에는 재건축·재개발, 역세권 고밀개발, 철도부지 입체개발, 노후 공공시설 복합개발 등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런데 굳이 미군이 사용했던 땅을 주택공급의 상징으로 내세우면 나중에는 아주 편리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미군기지 반환이 늦어졌다” “미군이 오염시킨 토양 때문에 공사가 늦어졌다” “토양정화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는 식이다.

용산의 토양오염 자체를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염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정화해야 한다. 문제는 그처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을 처음부터 알면서도 왜 그 땅을 긴급한 주택공급 정책과 연결하느냐는 것이다. 정책의 목적이 정말 신속한 주택공급이라면 가장 빨리 착공할 수 있는 곳부터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이고 재건축과 재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먼저다.

광주 군공항 [사진=연합뉴스]

광주 군공항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산업단지가 시급하다면 가장 빨리 조성할 수 있는 부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먼저 미군과 얽힌 땅을 선택하고, 그다음 반환, 이전, 협상이라는 예상 가능한 난관을 만난다면 정책 실패의 책임 소재가 뒤바뀔 수 있다. 정부의 부지 선정 문제였던 것이 어느새 “미군 때문에 반도체 산업단지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반미 정치의 가능성을 경계한다. 반미 선동은 반드시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미군 철수”를 외쳐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미군 때문에 개발을 못 한다” “미군 때문에 집을 못 짓는다” “미군이 땅을 오염시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반복적으로 쌓이면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의 안보자산이 아니라 개발을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직접적인 반미 구호보다 오히려 이런 방식이 훨씬 교묘하다.

특히 군사기지를 일반적인 유휴부지처럼 다뤄서는 곤란하다. 광주 군공항은 유사시 미군 항공전력이 전개될 수 있는 한미 공동운영기지다. 반도체도 중요하지만 안보 역시 중요하다. 국가안보에 필요한 군사시설을 산업용 부동산의 관점으로만 평가하고 이전부터 추진하는 것은 비용과 편익을 제대로 따진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의 주택공급 역시 선택지는 많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역세권 용적률을 높이고 철도와 공공부지를 입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정말 서울에 땅이 그렇게 없다면 차라리 국회부터 비우자는 말도 할 수 있다.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에 50층, 70층짜리 초고층 주거단지를 공급하면 된다. 교통과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고 미국과 협상할 필요도 없으며 토양오염 문제를 미군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미일보

자기들이 사용하는 좋은 땅은 그대로 두면서 미군이 사용하거나 군사적으로 필요한 땅부터 내놓으라는 발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말 주택공급이 국가적 비상과제라면 정부와 정치권부터 자신들이 차지한 공간을 내놓을 각오를 보여야 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주택으로 개발하자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들린다면, 미군기지부터 아파트 부지로 검토하는 발상 역시 같은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

반도체도 지어야 하고 집도 지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장애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정책은 경계해야 한다. 정책을 먼저 어렵게 설계해 놓고 그 어려움의 원인을 미국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행정의 실패를 외교 문제로 바꾸는 일이다. 더 나아가 그 책임을 주한미군에 돌린다면 반미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광주 군공항과 용산 미군기지 말고도 땅이 있다. 그 많은 땅을 두고 왜 하필 미군과 관계된 두 곳인가? 정말 목적이 반도체와 주택이라면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곳부터 개발하면 된다. 그래도 굳이 광주 군공항과 용산을 고집한다면 정부가 먼저 설명해야 한다.

왜 하필 미군이 있는 땅인가?


◆ 松山(송산) 정광제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 ‘문학의 세계와 사상’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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