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도자료 캡처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 대비 2.5포인트 하락하며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반등했던 소비심리는 환율과 물가 부담이 겹치며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국면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로 전월(112.4)보다 2.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말 이후 월간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지수는 여전히 장기 평균선인 100을 웃돌고 있지만, 방향성은 뚜렷한 하락세로 전환됐다.
하락을 주도한 것은 경기 인식 지표다.
현재 경기 판단 지수는 전월 대비 7포인트, 향후 경기 전망 지수는 6포인트 각각 하락해 전체 지수 하락의 대부분을 설명했다. 반면 가계수입전망(-1포인트)과 생활형편전망(-1포인트)은 비교적 제한적인 하락에 그쳤고, 소비지출전망 지수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당장의 경기 환경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나빠졌지만, 실제 지출 계획까지 위축되지는 않은 상태임을 시사한다. 심리 위축이 선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물가와 환율에 대한 부담도 수치로 확인된다.
생활물가전망 지수는 상승했고,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체감 물가 부담이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전망 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소비심리와 달리 자산 가격 기대는 엇갈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1로 전월보다 상승해, 소비와 자산 기대가 분리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는 현재 소비 환경에 대해서는 방어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중장기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는 아직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지수 하락은 단기 조정인지,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 다만 지난달 반등 폭을 대부분 되돌리는 수준의 하락이 한 달 만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소비심리 회복이 아직 안정적인 흐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소비자동향조사
소비자동향조사는 한국은행이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매월 실시하는 설문조사로, 현재 경기 인식과 향후 경기 전망, 가계수입·소비지출·주택가격 전망 등을 종합해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산출한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지수는 실제 소비보다 선행하는 성격을 지녀 향후 내수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