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보완”이라고 설명하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자기검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쟁점별로 사실과 오해를 팩트체크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크다”
<쟁점>
개정안을 두고 “사실상 검열법이며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정부는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합법적 규제”라고 반박한다.
<검증>
현재 제기되는 위헌성 시비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넘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과잉금지원칙·예측 가능성을 이 법이 충족하고 있는지에 있다. 개정안에는 ‘허위·조작정보’, ‘계속유통’, ‘합리적 조치’ 등 책임 판단의 핵심 개념들이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행위자가 사전에 자신의 행위가 위법인지 예측하기 어렵고, 사후 판단에 따라 책임이 결정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이 결합된 제재 구조 역시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석 교정>
법문상 사전 검열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헌법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형식상 검열이 아니더라도 표현 행위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효과가 발생하면 헌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왔다. 다만 실제 위헌 여부는 법 시행 이후 구체적 집행 사례를 통해 판단될 사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최대 10배다”
<쟁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10배까지 물릴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정치권 발언과 SNS를 중심으로 ‘10배 손해배상법’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검증>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은 ‘최대 5배’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10배 손해배상’ 조항은 최종 통과된 개정안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해석 교정>
‘10배 손해배상’이라는 오해는 과거 논의 단계에서 제기된 주장이나, 개정안에 함께 포함된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 규정과 혼동되면서 확산된 측면이 크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5배와 고액 과징금이 병존하는 구조인 만큼, 실제 규제 체감은 상당할 수 있다. 제재 수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법의 위험성을 과장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법은 공포 즉시 적용된다”
<쟁점>
법이 공포되는 순간부터 기존 게시물까지 규제 대상이 된다는 주장.
<검증>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행일 이후의 행위부터 적용된다. 공포는 법의 성립을 알리는 절차일 뿐, 국민에게 구속력이 발생하는 기준점은 시행일이다. 시행 이전 게시 행위 자체에 대한 소급 처벌 규정은 없다.
<해석 교정>
‘공포 즉시 위험하다’는 인식은 과도하다. 실제 책임 판단의 기준은 시행 이후 어떤 행위와 관리가 있었는지에 있다.
“과거 기사도 처벌 대상이 된다”
<쟁점>
시행 이전에 작성된 기사나 게시물도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
<검증>
법문상 과거 게시물 자체를 처벌하는 소급 규정은 없다. 다만 시행 이전 게시물이라도 시행 이후까지 삭제·차단 없이 유지되고,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아무 조치가 없을 경우 ‘시행 이후의 방치 행위’로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는 해석 여지가 있다. 이른바 ‘계속유통’ 개념이다.
<해석 교정>
법리적으로는 소급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과거 콘텐츠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우회적 소급 효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 논란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문제 제기되면 무조건 삭제해야 한다”
<쟁점>
문제 제기만 있어도 해당 콘텐츠를 즉시 삭제해야 한다는 인식.
<검증>
개정법 어디에도 문제 제기 시 삭제를 의무화한 조항은 없다. 수정, 반론 병기, 쟁점 표시, 접근 제한, 유지 결정 등 다양한 조치가 허용된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삭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대응이다.
<해석 교정>
다만 책임 기준이 추상적인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이 결합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삭제가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기검열 우려가 나온다.
“조치 기준과 기한은 명확하다”
<쟁점>
조치 기준과 기한이 법에 명확히 정해져 있다는 주장.
<검증>
조치 기한이나 구체적 기준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판단 기준은 ‘인지 가능성 이후 지체 없는 조치가 있었는지’로 사후적으로 평가된다. 시간 그 자체보다 검토·판단·조치의 존재 여부가 핵심이다.
<해석 교정>
이 때문에 실제 법 집행에서는 삭제 여부보다, 문제 제기 이후 어떤 판단과 대응을 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겼는지가 책임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법적 검토를 포함하는 체크 시트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전면 위헌보다는 ‘한정위헌 또는 합헌적 해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고, 핵심 쟁점은 법 조항 자체보다 집행 기준을 어디까지 좁히느냐에 있다.
문제 제기 즉시 삭제를 강제하거나 과거 게시물을 소급 처벌하는 법은 아니다. 그러나 ‘계속유통’, ‘합리적 조치’처럼 기준이 불명확한 개념을 사후 책임 구조로 설계하면서, 언론과 플랫폼에 자기검열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법 시행 이후 실제 집행 과정에서 이 기준들이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표현의 자유 논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영 기자